아름다운동행

거리의 부랑자 신장암 4기 수기 1편

허당룸펜
2019.03.28 16:56 | 조회 909

1. 거리의 부랑자... 신장암 수술을 받다



20181224일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119에 실려 서울보라매병원으로... 신장암 12cm 확인...



1225일 크리스마스 새벽 3시에 병원측에서 27일 다시 오라며 내보냄... 5시까지 있다가 다리를 후들거리며 나옴...



1226일 인천 용화사에 한 끼를 해결하려고 가다가 다시 혈뇨가 방광을 채우는 고통... 119에 실려 인천의료원 응급실행...



...... 중략......



14일 좌측 신장 적출...

7-8 시간 대수술...



...중략...



지방의료원에서 신장암을 수술한다니까 주변인들이 부정적...

하지만 나는 수술받을 금전적 능력이 전혀 없는 인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술받기 2-3일 전... 우연히 이 카페를 발견... 가입...


수많은 글들을 섭렵...


... ... 끝났다는 자괴감에... 혼란...


이왕이면 유명하다는 큰 병원에 실려갔다면 좋았을텐데...


꼴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분들의 글에 다소 위안을 삼았지만...


아무리 성모님과 예수님께 기도한들 버스는 떠나고 있었고...


과연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알거지 주제에...


수술 후에 전이라도 되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차라리 객사만도 못한 상황...


58년을 어거지로 잘못 산 게다... 후회로 고통...


눈을 붙일 수 없는 불안함이 정수리를 타고 몸을 휘감으며...


수술을 집도할 의사를 만났다...


그런데 그 분을 보는 순간...


나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살 수 있다!


... 미친 거 아니야?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유명하다는 의사들의 이름과 상관없는 분이었다...


그런데도 난... 두려움이 사라져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엄청나게 큰 암덩어리는 제거되었다...


정말 두렵지 않았다...


이정선 외과 과장님은 나를 살렸다...


정말 이상한 일은...


그 분의 얼굴만 봐도 엔돌핀이 콸콸 쏟아진다...


정말...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말이다...


오늘까지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냥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밤새 가래가 나오면서 힘들었다...


이젠 걸어다니며 다리의 힘을 키운다...


아직 모른다...


그저 불안함을 떨구고 믿을 뿐이다...


어느 병원이라도 수술집도의사님을 진심으로 믿고 보자...


명성은 허울에 가려지는 경우도 많다...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진정한 신뢰만이 첩경이다...



아무튼 말이다...


나는 살아 있다...


인천의료원과 수술을 해주신 이정선 과장님께 존경과 감사를 올린다...


차후에 내게 벌어질 운명은...


몽땅 하느님께 맡긴다.



*****


2. 수술 전, 그 간의 짧은 인생사



수술 전 날...


주치의 이정선 과장님이 오후에 불렀다...


신장암 4, 7-8가지의 사망가능성과 전이경로를 들었다.


... 묻고 싶은 거 있나요? 편히 물어 보세요...


... 없습니다. 말씀 속에 답이 모두 있네요...


... 그래도...


... 없습니다... 내일 받죠... 선생님 일정대로...


... 아니에요... 결정은 본인이...


... ... 괜찮습니다... 그냥 그대로 하시지요...


... 그럼 내일 오후쯤에...


... ...


사무실을 나오는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때가 왔군.


모든 건 내가 평생 저지른 잘못된 순간의 댓가들이다...



10대 후반... 가정파탄으로 시작된 고교 중퇴와 아둔한 머리로 시와 문학을 어설피...


20대 후반... ... ... 산에 빠져... 앞뒤 구별이 되지 않은 엉킨 삶... 전두환... 기형도의 죽음... 김지하... 김대중... 함석헌... 류영모... 중략...


30대 후반... 10여 년을 이어온 첫사랑의 충격적인 증발... 술독... 비관...


40대 후반... 자본주의혐오증... 직계가족해체... 노숙자의 길...


50대 중반 이후... 노숙자들의 끝없는 도둑질... 용서하고 용서해도 해결되지 않는 그들의 습성을 비웃으며 징그러워하며 버텼지만 그들에게서 벗어나려고 새로운 노숙의 길을 선택...


... 도서관에서 책읽기... 독일노숙자 페터 노이야르의 삶을 따르고파...


여름의 공원... 서소문 공원... 겨울의 지하철역... 인천시청역 지하 호텔... 바닷가의 텐트족...


10년이 넘는 노숙생활... 그러나 비흡연가... 고통스런 알콜의존증...


서부역... 구세군 새벽 3시 아침 해결1 줄서기 경쟁... 다시서기센터 아침 해결2... 인천용화사 점심 해결... 저녁밥은 그냥 넘기고...


평일 오후의 도서관행... 주말 교회와 공원 순례...


노숙자를 돕다가 노숙자가 되었고... 노숙자들의 도둑질에 노트북에 쓰던 시도 사라지고... 모든 걸 잃고... 방황은 더 깊어져...


어느 날... 갑자기 피오줌과 핏덩이오줌과... 각혈을... 이게 뭘까...


부모형제는 어디로... 완전한 알거지로 살기 시작... 주민등록말소... 의료보험도 없고...

죽지만 않으면... 시집 한 편 남기자...


문화공보부 추천작가도 된 적이 있지만... 너무 오래된 추억일 뿐...


나는 누구일까... 정체성의 대혼돈...


다시 피오줌과 핏덩이오줌...


서울역 주변에서 몇 번의 막노동...


언젠가 산으로 들어가 흔적없이 사라지자...


괜찮다...


죽음에 대한 겁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과감해지고 있었고...


결국 이런...


그러나 말이다...


... 인천의료원 4층 병실로 올라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었다...



*****


3. 14일 수술 직전에 일기를 썼다.


일기; 이대로 끝나는 걸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아니겠지... 아직은 아니어야 한다... 아직은 아니다...


미친 듯 글을 쓰고 싶다... 꼭 살자... 병원에서 죽고 싶지 않다...


살아나서 산으로 들어가자... 어떻게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듣고 느끼며 사라지자...


아니다...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니다... 난 안 죽는다...


아직 50년 더 살자... 이 무슨 황당한...


실제로 난 그랬다... 살아나서... 이 산 저 들에서 뛰어다니고 싶었다...


8% 생존율이 아니라... 1만 분의 1 생존율... 10만 분의 1 생존율도 두렵지 않다...


병원에서 포기했던 청계산맨발맨도 살아 있고... 숱한 말기암환우들이 아직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내가 왜 죽어... 난 아직 안죽어...


... 오너라... 나의 암세포들이여...


내가 일자진을 치고 너희를 상대하리라...


일당백... 일당천만으로도 너희를 맞이하리니...


내 너희를 다 죽이고 돌아오리라...


반드시 살아돌아와... 따스한 햇빛... 긴 호흡... 오색 과일과 신선한 바람을 즐기고 싶다...



...... 중략......


14일 오후가 아니라 오전 11시 경 갑자기 수술 일정이 변경되었고...


나는 기꺼이 마취주사에 잠들며 행복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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