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TIJ]대장암 3기 첫시티 결과보고 4키로 빠짐."정신줄 놓으면 죽는다"

이기자후후l대본
2020.12.21 08:36 | 조회 2.5k

6차 항암을 가비얍게 마치고 내일 7차를 대기중입니다.

6차 끝나고 예정대로 CT찍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핸드폰에서 삐리릭. CT결과과 나왔다고 병원 포털에서 신호를 주더군요.

항암 전 첫 CT찍었을때 결과에 대한 메세지는 달랑 한장이었습니다. 수술후 전이 발견없음이 요약.

그런데 딱 열었는데 뭐가 길더군요.

1번 2번 3번하면서.

그 순간부터 일단 하얘졌습니다.

두장에 걸친 내용을 쭉 읽고 나니 머리속에 남은 단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에 lesion(병변)

1.3CM

MRI찍어라

자궁근종

원발부위 염증보임

3기암이라 전이나 재발 이런거 한번도 생각안해봤다면 거짓말이지만

수술하고 항암한지 몇달만에 이게 뭔소리?

숨고르고 다시 결과지 읽었습니다.

전이 됐다는 말은 없지만 저밀도 음영이 있으니 MRI찍어야한다고.

이 말 자체가 그냥 '전이'로 들리더군요.

감성 발동

금요일 저녁먹기 직전에 본 메시지.

계단을 사뿐히 저려밟고 제 방으로 올라가서 그길로 들어누워

핸드폰 들고 폭풍검색을 시작했습니다.

MRI가 답을 찾아줄건데 그때를 못기다리고 핸드폰으로 답을 찾고자.

새벽 3시 30분까지 눈을 안때고 자료들을 읽었습니다.

답이 있을리가 없지요.

지쳐서 잠이 들어 다시 눈뜨니 아침 8시 30분.

또다시 식음을 전페하고 핸폰으로 검색.

몸에서 기다 다 빠져나가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12시간만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병자로 둔갑했습니다.

이러다가 월요일 항암도 못맞겠다싶어 과일이라도 억지로 먹었습니다.

다시 저녁이 되었고 결과지 받은지 24시간.

손발이 내내 저리기 시작했습니다.

오심도 나타나고

부작용들이 어이없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요.

사람의 정신이 몸을 한순간에 부셔버릴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암이 아니라 정신으로 죽을수 있음을 체험했습니다.

이성발동

24시간이 지나고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수 있는 일을 가지고 벌써 부터 이러면

이건 진짜 아니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멘탈이 붕괴되고 나니 몸이 계단을 내려갈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버리더군요.

우리가 모두 면역이 약하고 체력도 아직 미비하니 정신이 강타당하니

사람이 한순간에 우스워 지더라고요.

남편이 제게 "사람이 어떻게 하루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고 이렇게 달라질수가 있냐고"하면서

옆에서 힘을주고 용기를 줬지만 아무말도 안들렸습니다.

그래. 아직 결과가 나온것도 아니고 전이라고 한것도 아니고

1.3cm lesion이 전이면 벌써 CT에 나왔지

그리고 많은 소화기 암환자들이 간에 이런거 나온다고 했어.

혹시 또 전이면 어찌하리.

단독 전이니까 수술하지 뭐.

이런식으로 조금씩 정신을 차려갔습니다.

영성발동

24시간이 지나고 이성을 차리고 저를 보니

세상에 매일 정해놓고 하는 기도를 빼먹었더군요.

미쳤군 내가, CT영상지 하나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하던 기도를 안하다니

힘들어 하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던 하나님과의 약속을 안지키고

못났다~~못났어~~~

기도하고 자고 일어나니 3일째.

이와중에 저울에 올라가는 개그.

진짜 9파운드 거의 4키로가 빠졌더군요.

CT결과 = 초특급 다이어트 처방

이러다간 이번 항암 힘들게 뻔하다 하고 아침 눈뜨자 마자

떡국 끓여먹고 닭 해동하여 백숙준비했습니다.

여전히 입맛은 그만저만.

11시 30분은 TV로 조엘 오스틴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가정예배시간입니다.

목사님이 오늘따라 또 왜 암이야기를 하시는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는 고통이 오지 않는다.

사탄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다.

훌륭한 사람을 나쁜놈들이 건드린다.

하나님은 그 나쁜놈들을 다 무찔러 주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보다 더 큰 계획을 갖고 계신다.

지금 당장 우리가 생각하는 처방보다 더 큰 처방을 준비하고 계신다.

Peace~~ 하나님 한마디면 세상 평정이다.

갑자기 또 온 영혼이 울트라 긍정으로 변하면서

온가족 끌고서 공원가서 7키로 걷고 집에와서 반신욕하고

가운입고 침대에 대자로 누워있으니

큰 딸 왈 "엄마 혼자 지금 스파데이 하는거야?"

"ㅋㅋ어. 너무 기분 좋네"

다시 CT결과 꺼내서 또 읽었습니다. 무한 반복 복습. 나는야 우등생!

간에 병변이나 결절은 악성 아닌경우가 더 많다.

의사가 전이라 말하지도 않았는데 나혼자 난리다.

MRI찍으라면 찍지 뭐.

수술하라면 뭐 코로나 덕에 1인실 들어가서 또 요양하는거지.

자궁근종이 뭐 어땠다고?

원발부위 염증. 기다리면 없어지겠지.

에라이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신다니 아주 편하구나~

나는 남은 항암이나 열심히 받을란다.

결론

단언컨데, 이틀동안 두려움과 걱정에 빠져보니

이 정신이라는 놈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사람이라 어떻게 바람에 태풍에 흔들리지 않을수 있겠습니까만은

크고 작은 일에 흔들렸다가는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음을 진짜 실감했습니다.

이미 우리는 암에 걸렸고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건 일어날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일희일비 하다가는 암에 죽는게 아니고 내정신에 깨져 죽을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극복할수 있고 이겨낼수 있고

우리는 기적의 주인공이고

위대한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중임을 믿고

끝까지 웃으면서 굳건히 함께 가고싶습니다.

절대 정신 무너지지 마세요.

모든게 끝입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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