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3월 30일에 생리가 시작됐고 3주 넘도록
생리출혈이 지속되어서 4/19월요일, 급하게 평소 진료 받던 산부인과에 갔어요
근데 왠걸.. 초음파에 8cm가 넘는 혹이 있더라고요 ㅎ..
의사쌤이 이건 CT를 찍어봐야 하겠는데? 어쩌면 수술 해야할 지도 몰라(최대한 안 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볼게)
라고 하셨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제 또래에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 한 친구도 더러 있고, 너무 오래동안 해서 주사 한방 맞고 집에 갔다는 친구도 있어서 저도 그럴 줄만 알았어요 .. 급하게 회사에서 근무하고 계시던 어머니가 오셨고, CT찍고 집에 가는 동안 내내 제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죠.
어머니는 첨에 CT를 찍는 단 소리에 놀라서 달려 와선 되려 화를 내셨어요ㅎㅎ 난 우리 딸 건강하게 나았는데 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냐. 말이 안된다며 속상한 마음을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표출했어요.. ㅋㅋ
다니던 회사에도 전화 해서 씨티찍은 당일은 결국 월차를 냈고, 씨티 결과는 4/24 토요일에 보자고 해서 그 전까지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었죠. 사실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애써 지우려고 노력하며 일에 열중 했어요. 하지만 나쁜 예감은 꼭 맞아 떨어진다고 토요일에 가니
"혹 크기가 9cm가 넘는다, 위치도 난소에 붙어있고 모양이 좋지 않다. 어쩌면 한 쪽 난소도 제거해야할 것같다. 그리고 떼낸 혹으로 조직검사를 해야한다." 라고 하셨어요. 정말 머리가 벙 찌더라구요.. 수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한 쪽 난소를 제거해야 할지도 모른다니..
아무리 젊은 나여도 평소에 나의 건강 신호에 관심을 가질껄,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차라리 폐경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씨가 된 건가.. 등등 온갖 복잡하고 슬프며 후회되는 감정이 몰려왔어요.
그치만 뭐 어쩌겠어요.. 이미 일은 일어 났는걸 ㅎㅎ
최대한 빨리 발견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4/24수요일에 급하게 수술을 했죠.
수술 날짜 잡은 토요일부터 입원하는 화요일까지 나흘간 어머니랑 많이 다퉜어요 🤣 엄만 그 병원이 오진한 거 아니냐, 나팔관 수술은 유명한 곳 가야 한다. 최소 두 병원은 더 가보자. 저는 아니다 그래도 이미 날 잡은 곳에서 해야 한다, 어느 세월에 진료 예약하고 검사 결과 듣고 치료 하냐, 늦어지면 안된다 등등.. 어리기 때문에 혹이 커지는 속도도 병이 전이되고 악화되는 속도도 빠른 것이 무서웠고, 다른 병원이나 지인의 입을 통해 수술하기로 한 병원도 유능하고 선생님이 실력 좋은 분이란 걸 들으면 안심이 되실까 하여 공방을 펼쳐갔었내요 ㅎㅎ
수술후 병원에 있으면서 제주도가 너무 가고 싶더라구요~ 다른 친구들 회사 직원들이 보내고 있는 일상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리고 그 주 토요일엔 오빠 결혼식도 있었는데 ㅎㅎ 결국 아무 곳도 가지 못했었네요~
수술은 결국 한쪽 난소도 제거를 했어요. 혹 안에 또다른 혹이 있었고, 의사쌤이 예감이 좋지 않아서 어쩔수 없이 제거를 했다고 무척 안타까워 하시더라구요. 그 모습에 조금 감동도 받았어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해주시니 의지가 되더라구요
근데 호사다마인지.. 오빠네 가족을 대신하여 액땜했다 치자 했던 마음이 또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날은 퇴원 후 첫 진료였는데.. 평소 초음파 검사하며 농담도 하시던 분이 무언가 차분하셨어요..ㅎㅎ
조직검사 결과 생식세포종양의 일종인 미성숙 기형종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때부터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 생각이 안 났네요 ㅎㅎ.. 수술은 이미 했으니 또 하진 않을거란 말도, 항암치료를 하면 괜찮을거란 말도 모르겠더라구요. 머리론 이해가 되었고 이미 일어난 일 어쩔수 없지, 치료 까짓꺼 받고 나으면 되지 생각을 해도 울적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저 부모님께 이 소식을 알리고 죽을병은 아니다, 항암치료하면 99%낫는다는 말을 덤덤히 전하는 순간도 걱정하실 부모님 마음을 달랠 생각 뿐이었어요. 회사에도 소식을 전하였고 좋은 쪽으로 이야기 해보겠다는 회사측도 결국엔 미안하다며 퇴사를 권했죠. 원망하진 않지만 부장님께 전 괜찮아요 하고 말하면서도 씁쓸하더군요..
사실 괜찮지는 않지만 괜찮은 척 하는 일은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네요..ㅎ
무엇보다 나의 일상이 멈추게 된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고 긴 제 인생 중에 4번의 항암치료일 뿐이고, 짧으면 4달일 기간이니 버티자는 생각 뿐입니다 ㅎㅎ
가끔씩 평범하게 잘 사는 친구들 가족들보면 조금만 질투하고 울고 털어내려고해요 😉
그런데 가족 중에 그 누구도 자궁쪽으로 아픈 적이 없었고, 어느 부위든 암 진단을 받은 분이 없다 보니 항암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얼마나 힘든지, 일상 생활은 가능한지, 항암중에 가장 힘든거(중요한 건) 뭔지, 입원할 때 필요한 것들은 뭐가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겠네요ㅎㅎ..
다른 암보단 괜찮은 암이라곤 하지만 마음이 이리저리 날뛰어서 두서없이 이곳에 털어놓네요 ㅎㅎ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혹시 본인, 가족 중에 저처럼 미성숙 기형종으로 항암치료 받고 계신분이 있다면 필요한 준비물은 어떤게 있는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전이된 곳 없길 바라는 마음을 같이 기도해주세요~ ㅎㅎ 모든 분들 오늘도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