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조언 꼭 듣고싶습니다. 글이 좀 길더라도 읽어주시고 의견 남겨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딱 10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엄마가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자마자 산부인과에 찾아갔는데 의사 오진으로 아무 이상 없다고 들은 뒤, 몇개월 뒤 점점 멍울이 커지고 아파오자 다시 찾아갔고 그때 큰병원 가보시라는 말과 함께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5년 안쪽을 살다 돌아가신다는 말을 듣고 너무도 실감이 안 나서 눈물도 안 났던 기억이 있어요. 우선 유방절제수술 후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까지 진행됐는데... 그렇게 강하고 단단했던 엄마가 너무 아파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엄마는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항암 치료 후 항호르몬제를 매일 경구투여하셨는데 암 투병중에도 자영업을 하시면서 학원비, 식비 등 경제적 지원부터 시작해서 매일 차로 데리러오고, 제가 뭘 한다고 하면 같이 가서 응원해주시고... 정말 열심히 살면서 우리 삼남매 뒷바라지해주신 덕에 정말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어요.
엄마가 생활력이 뛰어난 분이라 저희도 엄마가 아픈 걸 알면서도 많이 의지하고 살아왔어요. 내색을 전혀 안 하셨지만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을지... 상상도 안 가요.
그렇게 9년을 보내고 작년인 2020년, 암수치가 좀 높아져서 거의 6개월 간 3주에 한번씩 항암주사를 맞으셨습니다. 그래도 약이 잘 듣고 상태가 좋아지셔서 작년 7월부터는 함께 나들이도 가고 차박 여행도 하러 갔었어요. 다시 항호르몬제를 경구투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요.
그런데 올해 1월부터 다시 너무 기운이 없고 힘들어하시게 됐고, 그 후 3개월 간 약도 바꿔보고 했지만 좋아지는 건 없고 계속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하시고 토하고 숨소리가 거칠고....... 약을 바꿔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항호르몬제들도 부작용이 다 가지각색이라 저도 약 부작용으로 알고 같이 진료를 보러 갔는데, 분당서울대병원 김지현 교수님께서 간 전이된 암에 약 효과가 안 들어서 그런 거라고, 약 때문이 아니라 암 때문이라고, 이제 먹는 약은 안 되고 항암을 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항암을 계속 진행해야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치료를 중단할까도 고민하셨지만.. 선생님께서 아직 아깝다고 설득하셔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는 설득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지만 엄마는 과연 그랬을지... 많은 생각이 드네요. 그게 올해 4월이었어요.
그 후 조직검사를 바로 진행했고 흔치 않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간에 전이된 암이 her2(헐투)라는 거예요. 헐투로 성질이 바뀐 채로 전이됐다는데 이게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헐투에서 바뀌는 거면 몰라도 헐투로 변이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고...
제가 어릴 때 엄마가 아프기 시작한 거라 제가 정확히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유방암에 여러 성질이 있는 것도 몰랐던 제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교수님은 오히려 헐투는 표적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항암이 잘 들을 거라고,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고요.
그렇게 6월까지 또 3개월간 항암 표적치료를 3차까지 진행했는데... 엄마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져만 갔습니다. 온몸은 붓고, 소화도 못 하고 애초에 잘 드시지도 못 했어요.
그렇게 안 좋은 마음으로 7월 12일 진료를 하러 갔는데.. 암 수치가 떨어지질 않는대요. 표적치료를 했는데도 간에 암이 그대로라고... 2차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약 효과가 있었는데 이젠 효과가 미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암들도 10년차 암들이라 베테랑이라 치료도 점점 어려워질 거라고....
헐투로 유방암을 처음 걸린 경우와 엄마처럼 막판에 타입이 바뀐 경우는 다른 것 같다고..하셨습니다. 간을 많이 침범한 상태에서 암을 치료한다고 해도 간 경변증이 남는다고...
간도 점점 안 좋아져서 이제 곧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될 거라고 하셨고요. 황달 수치도 조금씩 오르고 있고 간수치가 높아 발도 계속 부어있으신 지금입니다. 복수도 차오를 거라고 하더라고요...
한 마디 한 마디 들을 수록 실낱같은 희망이 전부 헤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체 왜 표적치료를 하는데도 헐투가 없어지질 않는 건지 의문이 가시질 않아서 계속 미련이 남아요. 헐투 표적치료는 굉장히 예후가 좋다고들 해서 더 받아들여지질 않습니다.
고통이 많을 것 같아서 더이상 엄마 괴롭지 않게 힘들지 않게 맘 편히 보내드리자 싶다가도 인정할 수가 없어요... 정말 더이상 방법이 없는 건지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우리 엄마 아직 53년밖에 못 살았는데. 멍울 만져지자마자 방치하지도 않고 바로 병원 찾아간 우리 엄만데, 이 모든 게 그 의사 오진 때문인 것 같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엄마는 여자로서 남자의사에게 가슴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내과에 안 가고 산부인과에 간 자기 잘못이라면서 저를 달래줬지만... 다른 사람들은 산부인과에서도 척척 유방암 조기진단 받고 완치되던데 싶은 생각만 들더라고요. 이런 생각하는 거 저한테도 엄마한테도 안 좋은 거 아는데 멈춰지질 않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별 생각이 다 들고 억울하고 눈물만 납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엄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지만 늘 이불 속에 숨어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요. 남은 시간이 2~3달 안쪽이래요. 갑자기 남은 시간이 2달이라니... 믿기지 않아 몇번을 되물어도 치료를 안 하는 게 좋다고, 너무 고생이 많으실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10년간 함께 보낸 의사 선생님의 진심 어린 조언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암 관련 글, 영상에서 암환자가 가족 욕심에 항암치료를 받다가 고통 속에 눈 감으셨다는 내용을 보며 '나는 엄마 맘 편히 보내드려야지' 수없이 다짐했는데, 실제로 눈앞에 닥치니까 받아들여지지가 않고 계속 괜히 유방암 관련 논문을 찾아보며 또 눈물 흘리고...
더이상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도, 인정해버리면 엄마가 진짜 떠날 것 같아서 계속 마음의 준비가 안 됩니다..
저는 지금 25살, 대학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대학병원에서 엄마 간병을 하고 있어요.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입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라 다행히 엄마 옆에 꼭 붙어있을 수 있어요. 엄마랑 그동안 시간도 많이 보냈고,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도 아직 같이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계속 마음이 왔다갔다 해요. 5년을 훌쩍 넘어 10년 동안 곁에 있어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할 일인 거 아는데.... 저도 이런 제가 너무 답답하고요..
사후세계가 정말 있을까요? 엄마 가서 맘 편히 아프지 않게 잘 살 수 있겠죠...?
여러분은 이별 준비 다들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