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방향으로 열무 고구마줄기 부추와 방아 상추랍니다.
주말에 삼시세끼를 찍고 왔어요. 이젠 시누이도 모자라 근처로 이사 온 남편의 조카까지 합세합니다. 조카 역시 남편과 시누이처럼 채식을 좋아해서 소같이 풀을 먹어 치웁니다.
고구마줄기 볶음, 부추와 방아잎 부침개, 안 매운 롱그린고추, 가지나물, 오이 무침. 열무된장나물, 끝물상추쌈
이렇게 밭에서 금방 딴 채소만으로 충분합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게 젤 맛있고 속이 편하지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예요. 손위 시누이와 큰집 조카는 함안 조씨의 여자들이라 여간 까탈스럽지 않아요.
깔끔이 지나쳐 결벽 수준으로 시골집 수건에서 항상 냄새가 났었대요. 그래서 전부 새로 빨았습니다. 소다와 세제를 넣고 95도 삶음 코스로 세탁해서 뜨거운 햇볕에 바싹 말리니 그제야 냄새가 안 난답니다. 조카는 자기 집에선 얼굴과 머리와 몸 닦는 수건을 세 종류로 나눠 쓴대요.
시누이는 자기 수건을 따로 챙겨왔더라구요. 함안 조씨 여인들의 청결벽은 유명합니다. 찬물도 씻어 먹는다고 하지요. 일생 대충 살아온 저는 저런 사람들을 첨 구경합니다. 중학교 때 제 친구가 저랬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같은 본이더라구요.
유별날 정도로 깔끔스러워서 저는 미리 이틀 동안 청소했어요. 화장실엔 락스를 들이붓다시피하고 촘촘한 줄눈과 씨름을 했어요. 집 전체를 뒤집어서 대청소했는데 그래도 구석진 곳의 얼룩은 다 못 지웠죠.
하지만 관절과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그녀들을 보며 저는 살던 대로 대충 살아야지 골병 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업 주부의 흰 수건과 흰 침구를 향한 로망을 저도 잠시 가졌다가 흉내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바로 포기했어요.
결론은 우리 집 딸도 그 피를 받아서 침대에 씻지 않으면 못 앉게 하는 결벽증이 있어요. 저런 별종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는데 조카와 똑같더라구요.
수건과 빨래에 한없이 집착하는 주부들을 보면 인생엔 더 재미나고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자신의 방식에서 벗어나면 몹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안되어 보일 지경이예요.
이상 저도 주부 경력이 얼만데 살림 좋아하는 편이라 즐겨 하는데도 수건에 지적 받아 발끈하는 글이었습니다.
아파트로 돌아오니 호야꽃이 피어 마음이 좀 풀렸어요. 이것도 몇 년 전에 동행 분에게 받은 건데 처음으로 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