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저는 나쁜 딸입니다.

징쨩
2021.08.09 13:55 | 조회 2.4k

안녕하세요 대장암 간전이로 1년 3개월 전에 진단 받고, 항암 수술 다 끝내고 1년 검진에서 다시 폐전이 소견이 보인다네요..ㅎ 역시 암인란 놈 쉽지 않습니다…

제목이 좀 자극적일진 모르겠지만, 말그대로 무책임한 아버지, 그리고 그 책임을 뒤집어 쓴 엄마 그리고 아픈 동생을 두고 집을 나가려고 합니다. 도저히 못버티겠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생 자기밖에 모르고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말면 말고 그러다 사업이랍시고 뭐 하나 해보겠다고 하다 가산을 탕진하시고는 결국 그 빚에 허덕이다 결국 몹쓸 병에 걸렸어요. 여명이 얼마나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길진 않을거 같아요. 그래서 뭐 자연인 하겠다고 치료도 다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갔네요. 참내..그리고 아버지가 싸놓은 똥들을 평생 수습하고 다닌다고 저희 어머니는 평생 친구한번 만나보지 못하고 일만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 동생은 보호자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한 중증 발달장애인입니다.

아빠가 싸놓은 똥들 치우느라 집안은 평안할 일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아픈 딸까지 있으니, 엄마의 삶은 항상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어릴적 바람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가 엄마를 참 많이 도왔습니다. 제가 조금 도와드리면 우리가 행복해질줄 알았거든요. 엄마도 그런 저를 많이 의지하셨던것 같습니다. 사춘기에 엄마랑 딸이 그렇게 많이 싸운다던데, 딱히 그럴 일도 없이 지나갔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얌전하고 착한 딸로 자라왔었고, 고3 대학진학시기 가고싶은 학교가 있었지만 앞서 말씀드렸다 싶이 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망한덕분에(?) 등록금 안내고 공부할 수 있는 지방 국립대로 진학했습니다..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저보고 쪽팔린다고 하시더라구요..^^ 입학식이고 졸업식이고 안간다고...ㅎ

쨌든 그렇게 성인이 되었고 대학생때 진짜 열심히 공부했었습니다. 알바해서 벌수도 있었지만, 장학금으로 버는게 더 저안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학기에 한두번 목돈을 받는 저를 보셨고, 저희 부모님은 그게 어떻게 네돈이냐며 달라 하셨어요..ㅎ 본인들이 공부시키고 널 먹이고 키워주었지 않냐구..ㅎ 처음에는 전부를 드렸지만, 저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몫돈이 들어가는 일들이 생겨 조금씩 제 몫을 겨우 챙겼네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지옥같던 취준생 시절 아버지는 그렇게 무식하게 술담배를 하시더니 몹쓸 암에 걸리셨어요.. 원발 암은 수술해서 제거를 했는데 1년만에 재발 되서 이제는 치료도 안하고 뭐 자연치료를 하겠대요. 처음엔 그래도 혈육이고 아버지라 생각해서 아버지가 많이 불쌍하고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됐는데, 오늘내일하는 암환자 주제에 몰래몰래 술담배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원망만 남았네요..ㅎ

그와중에 엄마는 아빠 살리겠다고 아등바등 사는데, 이와중에 동생이 아프잖아요?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활동보호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동생케어가 여유치 않네요.

저는 돈을 좀 더 벌어서 좀 여유로운 생활을 하려고 특근을 좀 많이합니다. 한살이라도 온몸이 성할때 돈을 벌어두고 싶고, 출발선이 다른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부단히 뛰어야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버는 족족 동생안테, 엄마안테, 아빠안테 써버리고 돈도 모자라서 겨우 쉬는 하루는 동생양육까지 했으면 한다고 합니다. 주말에 피곤하니까 쉬고 싶다고 하면, 힘들게 들어가서 나름 자부심 갖고 일하고 있는데 공장 들어가서 뺑이친다고 혀만 차고 계시네요^^ 차라리 선생이나 됐으면 편하게 일하지 하시면서 참 모질게 말하시네요.(그렇다고 선생님들이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차이랄까... )그러면서 장볼때 제가 카드 낼때까지만 기다리고 계십니다...ㅎ

물론 엄마의 삶이 앞이 안보일 만큼 고통스러운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살아야겠습니다.

평생 잘해도 못된년 되어왔고, 제가 희생만 하는 것이 당연한 이 집구석에서 못버티겠습니다. 지멋대로 하는 아빠는 멋대로 살다가 병걸려서 치료도 안하고 제멋대로 살겠다는거 왜 제가 수습해야합니까. 평생 아픈 동생 뒤에 가려져서 사랑받으려고 아등바등하다 결국엔 뒤돌아 혼자 울며 커온 제 어린시절도 너무 가엾습니다. 잘하는 건 당연한거고 어쩌다 못하거나 실수하면 그렇게 못된년 취급받는게 너무 힘듭니다. 저도 자식이고, 부모님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아이였습니다.

물론 더이상 손길이 필요 없어졌지만, 가족의 부양이 제 할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힘들면 좀 도와줄 수 있다고 하지만, 제 살길도 좀 찾아야겠습니다. 신입사원 귀엽고 작은 월급으로 한달에 백만원씩 그리고 시간까지 투자하며 가족들안테 매달렸다간, 제가 못살거 같습니다.

엄마가 이기적인 년이라고 하더라구요. 맞습니다. 어쩌면 더 나아가 소시오패스처럼 보일수도 있구요. 하지만 더이상의 살을 깍아먹는 짓을 했다간 더 미쳐버릴거 같습니다.

엄마의 삶 너무 고되고 불쌍해보입니다. 답없습니다. 아버지라는 사람, 무식하게 고집만 세선 몇명의 삶을 괴롭히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동생은뭐...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버겁네요.

참.. 엄마의 삶을 덜어주지 못해서 참 미안하지만, 제가 이집이 답답하고 갑갑하고 벅찹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렇게 키워주신거 참 감사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거 아니고, 되려 저에대한 부양의 의무가 당신안테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매정하게 등돌리냐라고 하실수도 있겠습니다. 그 가족이라는 공동체의식때문에 지칩니다. 밑빠진독에 물붓기가 이럴때일까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제 인생의 순간순간 옭아매게 하고싶지 않습니다. 가족을 등졌다는 생각은 평생 죄책감으로 안고 살겠습니다. 그게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이라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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