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눈 깜짝 할 사이 뒤바뀐 인생....(긴글 주의)

제르가디스
2021.09.25 15:33 | 조회 3.9k

5월초 고민 끝에 11년을 몸담았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반복되는 출장과 야근에 가정을 돌보는 일이 너무 소홀 하다고 느꼈고 결혼생활 8년동안 자녀가 생기진 않은 터라 더욱 아내와의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퇴사에 의사를 회사에 전달하고 5월이 다 갈무렵 회사의 회유와 향후 개선에 대한 약속을 받고 아내와 상의 후 퇴사를 취소 하였습니다

5월의 마지막 날 퇴사 하기로 했던 날 아침 출근을 하려 현관 문앞에 서는 순간 뜻밖을 글귀와 평소 사고싶어 고민하던 선물이 꾸러미에 담겨 현관문 손잡이에 걸려 있었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선물과 이벤트라 그냥 고생했다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아내가 준비했다고 합니다

고마운 마음에 아내를 꼭 안아주고 출근 길에 나섰고 그렇게 다시 출근을 시작했고 일주일간의 연차를 받아 아내와 결혼 후 처음으로 제주여행을 저희집 최애 댕댕이와 함께 즐겁게 다녀 왔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예정 되어 있던 출장이 있어 어쩔수 없이 격리 포함 약 3개월간의 미국 출장을 가야 했고 그렇게 또 두달 보름이 훌쩍 지나 입국을 하고 14일 간의 자가격리를 시작 하였습니다

자가격리 중 회사에서 마련한 숙소에소 혼자 지내고 있었고 언젠가 부터인가 아내가 요즘들어 기분이 쳐져 있다는걸 느꼈습니다

자가 격리 중에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내와 서로 안부 전화를 나누었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혼자 밥이라도 잘 챙겨 먹고 있으려나 확인차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병원 예약이 되어있어 외출 준비 중이하고 합니다

아내는 병원을 정말 싫어하고 무서워 하는 사람 입니다 그런 아내가 혼자 병원은 가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본인이 이미 심상치 않음을 감지 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왜 병원을 가냐고 물었더니 얼마전부터 어깨가 욱신거리고 이상했고 샤워 하면서도 겨드랑이 밑으로 통증이 살짝 있어 국가 건강검진도 받을겸 겸사겸사 다녀 오려고 한다고 합니다

문득 기억에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아내가 어깨가 아프다고 동내 정형외과도 다녀 왔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별일 아니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습니다

설마 라는 생각을 한 것 이죠.....

병원에서 돌아 오기로 한시간이 훌쩍 지난는데도 아내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휴대폰도 집전화도...

그렇게 몇시간이 흘러 아내와 통화가 되었고 가슴 초음파 검사 중에 모양이 좋지 않고 큰 크기의 혹이 양족에서 발견되어 조직 검사를 했다고 합니다 아마 초음파상 모양이 않좋은 것으로 보아 거의 악성 종양이 맞을 것 같다고...그래도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아닐꺼야" "괜찮을 꺼야" "너무 걱정하지마" 라는 너무도 뻔한 위로로 아내를 토닥였고 그렇게 일주일간의 피말리는 시간이 흘러 아내가 울며 전화를 했왔습니다 조직 검사 결과 오른쪽은 악성 종양이 맞고 2B에서 3A정도이고 왼쪽은 섬유종이라고... 오른쪽은 어깨가 아프다고 하는 것을 보아 아마 림프절까지 전이가 예상 된다고...

정말 하늘이 무너 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 아내의 옆에 내가 필요한 순간인데 나는 아직도 자가격리 중이고 따뜻하게 안아 줄수도... 눈물을 닥아 줄수도 없다는게 너무나 미안 했습니다

가족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퇴사까지 고민을 했었도 이런 저런 상황들을 지나 아내가 내가 꼭 필요한 순간 조차도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미안 했습니다

"괜찮아 치료하면되 돈이 얼마나 들든 다 고쳐 줄테니까 걱정 하지마" 라고 아내를 토닥이며 이틀후 자가격리가 해제 되었고 집으로 바로 달려가 아내와 병원을 수소문 하기 시작 했습니다

메이저급 병원을 가야 하나... 집 가까운 곳에 가야 하나... 예약은 어디가 빨리 잡히나... 이병원 저병원으로 수소문 했고 우리는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메이저급 소문난 교수들은 두달 세달을...빨라야 한달 보름 이상을 기다려야 예약이 되는 상황이라 마음이 초조해 지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초진 했던 동내 여성외과에 검사 결과지를 수령하려 방문했고 원장님과 잠시만나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장님께서 혹시 생각하고 있는 병원이 있느냐고 물으셔서 메이져 급들은 예약이 너무 늦고 고민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도 유방암에 있어서는 실력이 괜찮다고 말씀하셨고 저희도 인천성모병원에 생각하고 있는 교수님이 있다고 말씀 드렸더니 협진의뢰를 해줄수 있다고 하셔서 그러면 개인적으로 예약 하는 것보다 빨리 예약이 될거라고... 그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넣어 주셨고 딱 일주일뒤 예약으로 잡아 주셨습니다

정말이지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 소식인지 너무 정신이 없어 원장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9월 2일 인천성모병원 첫 외래가 시작 되었고 교수님께서도 종양이 좀 크다고.. 그래서 전이도 확인해야 되니 전체 검사 서둘러서 하고 선 항암후 수술이 유리 할것 같다고 설명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림프절이 초음파상에는 거의 전이로 보이지만 조직검사로 확인해야 겠다고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간호사 선생님께 물으시니 10월즘 조직검사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너무 늦어서 안되겠다고 "우리가 하자"그러시더니 교수님께서 직접 치료실에서 초음파를 보시며 조직을 채취하셨고 간호사분에게 물어보니 교수님께서 직접 이렇게 조직 채취하시고 조직검사 하시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던지...

다음날부터 시작해 일주일간의 많은 검사들이 진행 되었습니다 MRI, CT, 뼈 검사 등등...하루 걸러 하루 일주일간 검사가 진행 되었고 다행이도 인천성모병원이 바로 집근처라 차로 5~10분 거리라 편하게 오가며 검사를 받았지만 정말이지 검사 받는 그 일주일이 저희 부부에게는 1년과도 같은 긴 시간 없었습니다

마지막 검사를 목요일 마치고 금요일 아침일찍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외래를 가야 하는데 저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왜 그렇게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병원 주차장에 도착해 진료실로 올라가는 그 순간의 발걸음이 정말 천근만근 처럼 느껴 졌습니다

진료실로 들어가 교수님을 만났고 한참을 검사 결과를 확인 하시던 교수님께서....

"음...폐도...간도...뼈도...다른곳에 전이는 안보이네요"

정말 감사감사 했습니다....진료실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 했는데....

진료실에서 나와서 아내가 말했습니다 하나님께 너무 감사해서 이번주일에 감사헌금 드려야 겠다고....

암이 걸려는데도 전이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너무 너무 감사 했습니다

그렇게 유방갑사선 과에서 혈액종양내과로 당일 바로 전환되어 진료를 보았고 추석은 쉬고 추석이 지난후 일주일간의 입원해 첫 항암을 시작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한달도 채 안되는 눈깜짝할 사이에 인생이 뒤바뀌어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조금씩 적응 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제게 자기 머리카락을 밀어줄수 있겠냐고 묻더군요....하나씩 하나씩 준비를 하나 봅니다

그렇게 또 잘참다가 한번씩 눈물이 터져 곤혹을 치루기도 합니다....이 병마가 우리에게 오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렇게 찾아 왔으니 어쩔수 없어....우리 싸워서 이겨야해....우리 잘 할수 있어...혼자 하는거 아냐 오빠도 같이 할꺼야 항상 같이 할꺼야...우린 정말 감사한거야 우리가 병마와 싸울때 의지하고 힘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잔아 너무나 감사한 일이야 우리에게 이보다 더 큰 희망은 없을꺼야....라고 아내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아내는 다행 이랍니다.....

내가 아니라....자기가 아파서.....

내가 아팠다면 자기는 너무 힘들어 못견뎠을 꺼라고.....

아내는 미안 하답니다.....

아파서.....

......

......

저는 아내와의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든....

꼭 병마와 싸워 이기겠습니다

아내를 꼭 지키겠습니다

내 사랑하는 아내를....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의 길에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

믿음과 확신 가지고 간구할때 저희를 지켜주실 하나님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추석이 지나 첫 주말 입니다

금요일 오전에 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외래 방문하여 다음주 수요일 첫 항암 입원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저 혼자서 시골집으로 향하는 KTX에 올랐습니다 아직 며느리가 아프다는 소식을 모르시는 부모님께 전하러요...혼자 내려 왔다는 소식에 놀라시고 며느리의 소식에 다시한번 놀라 셨습니다 돌아가는 KTX역에 저를 배웅해주시며 금전이 필요하든 간호가 필요하던 보양식이 필요하던 힘들때 언제든 예기하라며 힘내서 밝게 이겨내라고 위로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즘 처가집에서 처제가 부모님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을 텐데 너무나 마음이 무겁네요 그 무거운 짐을 처제에게 짊어지게 한것 같아....많이 놀라시고 힘들어하실 처가집 부모님들이 너무 걱정이 되네요

돌아가는 길 KTX 창 밖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네요...

속도없이 경치가 왜이리도 멋있게 보이는지

이 멋있는 풍경 처럼 저희는 멋지게 잘 싸워 이겨 내리라 믿습니다 이 멋진 자연을 허락하신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를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섬마을 차차차의 한장면 중 치과 윤혜진과 홍반장이 해변가에서 소나기를 맞는 장면이 있습니다 윤혜진은 구지 비를 맞으며 서있는 것이 못마땅 했고 그때 홍반장이 그렇게 예기 하더군요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 이럴때 에이 모르겠다하고 그냥 확 맞아버리는 거야 그냥 놀자 나랑..."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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