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에 아빠 암이셨을 때 이곳에 들어와 눈팅으로 참 많은 도움받고 위로받았는데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네요.
저는 부인과 암 0기로 2016년 수술받고 추적검사후 10월 9일을 끝으로 산정특례가 끝나
이제 암과의 동행에서 졸업한줄 알았어요.
그러다 정기검진에서 유방초음파 상 모양이 안좋은 혹 하나를 발견했고
세로로 기니까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하시더라구요. 암일 확률은 10프로 미만이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던게 저번주 수요일이었어요.
어제가 대체공휴일이었는데 제가 검사 받은 병원은 어제 정상 진료였나봐요.
아침 9시가 안되었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혹시 오늘 오전중으로 올 수 있냐고. 예감이 불길했죠.
보통 조직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경우는 안 좋은경우니까요.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조직검사 상 유방암 1기로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때의 충격은. 병원으로 가면서 어느정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막상 그 결과를 확인하니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눈앞이 아찔해졌습니다.
그래도 1기니까 수술하고 하면 되는거다. 모양이 전형적인 암모양이 아니라서 긴가민가 했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낸게 어디냐며 빨리 상급 병원에 가서 수술 받고 치료하면 괜찮아진다고
위로의 말씀을 건네시는데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병원 문을 나선 순간 눈물이 나기 시작했고 차 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어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건지.
그 순간에는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나더라구요.
남들은 한번도 안걸리는 병이 나에게는 왜 두번이나? 하며.
그렇게 어제 오전에는 멘붕 상태로 보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폭풍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부산이라서
대안은 세가지였어요. (항암 여부는 수술 후에 결정되겠죠)
1. 서울에서 수술을 받고 부산에서 항암, 방사선을 하는 방법
2. 부산에서 수술, 항암, 방사선을 모두 하는 방법
3. 서울에서 수술, 항암을 받고 부산에서 방사선을 하는 방법.
주위 지인들의 얘기를 듣고 오늘까지 고민을 한결과 1번 안으로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토록 조심하며 살았는데 왜 암에 걸렸을까?
전 비만 체형도 아니고,
육류를 좋아하지도 않고
밀가루, 유제품을 좋아하지도 않고
술, 담배도 안하고.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며
나름 잘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니 어제까지는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러다 까페의 어느 분 글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어요.
유전자의 반란은 신의 영역이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고.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스트레스에 예민한 성격이고 또 나름 강박도 심해요.
정말 어쩌다 밀가루 음식이나 탄산,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불안해졌거든요.
이걸 먹으면 내 몸에 나쁠건데
먹으면 안되는데. 그렇게 입에 들어가기 전부터 안좋은 생각을 하고 먹다보니 그 음식들이
저에게 독이 되겠죠. 정말 가끔 마시는 술도 그랬을거구요. 이 술은 나같이 암에 취약한 사람들한테는
쥐약일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냥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던거죠. 그런 불안감으로.
그런 강박이 이제 이미 고착화되었다는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담대해져야겠다는
저 자신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제가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것들을
놓아야만
내가 살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난 어떻게 해야해. 어떻게 하면 안돼 라는 생각과 강박을 버려야
내가 이 기나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그래도 이렇게 다시 암환자가 되고보니 제 주위 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제가 추구했던 물질과 외모와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허세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그렇게 이 암이라는 아이는 저에게 또한번 인생을 가르쳐주네요.
5년전에 새롭게 시작하자는 그 다짐.
사실 그 5년은 너무 수월하게 지나간 것 같아서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하라고 다시 한번 신이 저에게 기회를 주시나 봅니다.
이 또한 강박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오늘 하루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