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방사선치료. 응급실

자육본l 미친 산도
2022.02.22 06:36 | 조회 4.7k

안녕하세요^^ 자궁육종암 4기입니다.

현재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어요.

처음에는 흉추치료를 했는데요

그 날부터 등쪽 통증이 없더라고요~ 어머낫~

방사선 치료에 대한 무한 믿음 같은 것이 퐉퐉!!

흉추 치료 둘째 날 골반에 있는 종양도 하게 됐어요.

빠른 진행 뭐냐~ 기분이 좋았죠.

하... 근데 바지를 벗고 누워 있는 그 기분은 좀.

난해하다 난해해~

그래도 이 치료로 다리를 안 절기를..

항상 간절함이 부끄러움을 이기는 법ㅋㅋ

급똥 왔을 때 생각해봐요~ ㅎㅎㅎㅎ

그렇게 흉추에 이어 골반까지 치료 중.

갑자기 왼쪽 다리를 딛기가 불편하고 허리가 좀 아픈듯~

종양학과 교수님께 말씀 드리니..

다음에 엠알 찍고 치료 스케줄을 잡자 하셨어요.

그런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담날 아침 근무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와서

허리 치료 모의 치료 위해 한 시간 빨리 오래요.

오예~~

그렇게 흉추에 이어 오른쪽 골반, 허리까지~

온 몸통에 선들이 쫙쫙쫙ㅋㅋㅋㅋ

하는 김에 다 하는 구만. 좋은 건가..

골반 하면서부터 하루하루 몸을 쓰기가 불편하더니

골반 세 번, 첫 허리 치료 받은 다음 날 아침.

저는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어요.

겨우겨우 이것저것 붙들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러 걸어 나가는게 몹시도 오래 걸릴 것같아

차를 끌고 갔어요. 어차피 오후에 병원도 가니까~

나무늘보처럼 일을 하고 병원을 갔죠.

주차를 하고 혹시 몰라 차에 있는 산행용 스틱을 들었죠.

신의 한 수 였나.. 덕분에 치료실까지 무사 도착.

골반 네 번째, 허리 두 번째 치료를 받은 금욜 오후.

저는 다리를 들지 못하고 끌고 가다

허리와 골반에 통증까지 밀려와 주저 앉고 말았답니다.

아.. 진통제 아이알은 차에 놓고 왔는데ㅜㅜ

병원 연결통로에 앉아 치료학실로 전화했어요.

상황을 알렸더니 뜻밖에 종양학과 조원경 교수님께서 직접 똬앟!!!

그리고 교수님 얼굴 보이자 내 눈에서 눈물도 똬앟~~

힝...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응급실로 가기로 했어요.

통원쪽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으나

주사 맞고도 통증 조절이 안되면 입원인데

통원은 문을 닫으니 첨부터 응급실로 가자는 거죠.

너무 감사하게도 교수님이 휠체어로 응급실에 데려다 줬어요.

응급실 밖에서 대기를 하는데 대기 십 몇 번?

이야~~ 기다리다 죽갔구만~

퇴원시 누군가 내 차를 운전해서 날 집에 데려다 줘야 하는데..

병원에서 1km내에 살고 있는 실장님께 전활 했어요.

실장님은 와달라는 제 말에 적잖이 놀라셨죠.

늘 괜찮다고만 해왔으니ㅜㅜ

그렇게 기다리는데 춥고 통증은 왔다갔다하는데..

내 뒤에서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계속 싸우고.

통증에 눈물을 참으며 신음하던 저는..

제발 그만 해~~ 하며 작게 외쳐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들은 서로 큰소리 치느라 신경도 안 씁니다ㅋㅋ

시국이 시국인지라 의료진 이길수 있나요.

환자랑 보호자는 차에서 기다린다며 차로 들어갔어요.

옌장.

솔직히 시국을 빌어 의료진 하는 행동이 너무 뻣뻣해.

그전에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핑계가 좋아졌구만. 쳇.

황망히 달려온 실장님..

통증 때문인지 안도감 때문인지 눈물이 방울방울~~

당신의 옷을 벗어 나를 덮어주고

스카프를 벗어 목에 둘러주며 안절부절 하시는 실장님.

의료진을 찾길래 냅두세요.

냅둬서 저들이 일을 빨리 하는게 나아요~

대기가 길어 여섯 시간도 기다릴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응급실은 노노노노답...

내 차안에 있던 진통제 아이알을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이 진통제가 효과를 보면 그냥 집에 가야지~

실장님에 이어 그 동네 다른 직장 동료도 왔는데..

늘 자주 만나는 사이예요ㅋㅋ

보리차에 핫팩을 들고 와준 동갑내기 직장동료.

그렇게 사람들과 있으니 또 괜찮은 것만 같은거 있죠ㅎ

물론 잘 못걸어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갔지만.

실장님은 토욜도 출근을 해야 하고 대기는 길어지고..

안되겠다 싶어 토욜 노는 친구에게 와달라고 했어요.

친구도 놀란게 전화에서 느껴졌어요.

친구는 어머님을 난소암으로 잃어 트라우마가 있죠.

그래서 웬만하면 이 친구에게는 병원 얘기는 잘 안해요.

근데 또 제일 그 생활을 잘 알기도 하죠.

사실 여행지에서 만난 네 살 많은 언니이자 친구.

친구가 오고 넷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통증이 싹 잡히는 느낌은 없어 아이알 하나 더 먹고.

직장 동료들은 내일을 위해 보내드리고

친구와 저는 응급실 1인실로 입성.

pcr 안해서 1인실인데요..

의자만 있는 1인실, 침대도 있는 1인실. 요렇게 있어요.

하지만 pcr하고 일반 병실에서 진료보시길 추천해요.

1인실료가 비싸더라고요~ 그런걸 계산할 줄이야ㅜㅜ

그렇게 진료가 시작되고

사실상 쓸데없는 엑스레이 촬영도 하고.

진통제와 수액을 달았어요.. 서서히 통증도 줄고.

친구랑 1인실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대체로 처음 만났던 방콕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생활.

같이 여행 다닌건 아니지만 할 얘기가 많은 인도.

그 시절( 한 17~8년 전) 우리들의 여행 이야기.

사진을 찍어 씨디에 굽고 인터넷 까페를 찾아다니던.

보통은 여행의 필수품인줄 모르는 스피커ㅋㅋ

빨래줄, 론니, 지도 이야기.. 등등.

어두운 방에서 도란도란 얘길 하는데

문득 이 시간을 나중에 친구가 떠올릴까봐 겁이 났어요.

통증은 점점 없어지고 발도 쪼금씩 들리기 시작했어요.

입원도 가능하고 퇴원도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고민 끝에 통증 약을 한 단계 올려받고 퇴원 결정.

휠체어 타고 응급실 들어갔다가 천천히 걸어나왔네요^^

친구가 제 차를 운전해 저를 집에 데려다주고

컨디션이 조금이지만 좋아져 혼자 있기로 하고

언니는 택시 타고 갔어요.

잠이 많아 일찍 자는 사람이 고생했죠~ 감사감사.

저도 약기운이 돌아 그야말로 떡 실신!!!

방사선 치료는 처음에 병변이 부을 수도 있어

통증이 있을 수 있데요~

그래서 치료학실에는 안정실이 있나봐요.

저도 빨리 말해서 안정실에서 주사맞았으면

이 긴긴 고생을 안했을텐데요~ 친구들도 그렇고.

암도 처음이고 방사선 치료도 처음인데

어찌 아는듯이 척척 할 수가 있었겠어요 그죠?

소중한 경험으로 또 소중한 추억도 생겼네요^^

아프기도 안아프기도 하겠지만...

분명 아픔을 품고 사는 우리 동행우님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굿 모닝~~~

갸갸갸갸갸갸갸

공룡한테도 발차기를 날렸던 저입니다^^

열심히 열심히 헤쳐 나갈께요~

Naver
목록으로

댓글

70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