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못자네.
엄마가 오늘 세브란스 올 때
묵주 찾아서 가지고 오랬는데.
울집에 있는 것도 같은데. 본거 같은데.
찾고 싶은 묵주. 떠나려는 엄마.
내가 찾으려는 건 묵주였을까? 엄마였을까?
몇시간 온집안을 뒤집었는데 못찾았네.
못찾으면 큰 일 날꺼 같은 조바심.
내일 다시 뒤집어야지. 꼭 찾고 말꺼야.
속 깊은 남편은 내게 뭘 찾느냐 말도 못걸고
내 뒤통수만, 내 발길만 뒤따른다.
답해주고 싶지만 말해주기 싫다.
당신이 아무리 나를 이해하겠다쳐도
당신은 나를 결코 이해할 수 없어.
당신이 아무리 장인 장모를 사랑한다쳐도
나처럼 애간장이 끊어지는 고통은 아니잖아.
몹시 심통이 나더라구.
새벽 3시.
나 편의점 갔다올래. 잠을 못잘꺼 같어.
(집에는 술이 없다. 우리 부부는 술을 안한다.)
남편이 다녀온단다.
소주를 부탁했는데 내 걱정에 맥주를 사다준다.
시방 내가 안주 잘 먹을 기분이 아녀.
굴러다니는 아몬드 몇알이랑 스피드있게 드링킹.
근데 안취한다. 1도 안취한다.
울집에는 짐이 가득하다.
엄마 아빠 네 계절의 옷과 기타 등등.
원하신다면 요양원에 언제든 반입해야 하니..
묵주 찾겠다고 헤집다가 마주한 엄마 일기장.
들춰보지 못한다. 지금 이 상황이 오기 전부터도
나는 울어매 일기장을 펼치지 못했다.
무섭다. 용기가 없다.
모녀사이, 가까운 듯 하여도
그녀는 엄마였기에 의젓하셨고 단정하셨고
일희일비 아니하고 속맘을 털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나는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았고
되려 연약한 엄마를 심하게 다그쳤어.
그러니 일기를 읽을 수 없지.
그래도 사랑한다 하셨을지
서운하다 하셨을지. ㅠ ㅠ
그냥 안고 살꺼야. 평생.
그리고 내가 떠날 무렵 내 일기랑 같이 날려야지.
그리고 난 엄마 품에 안길꺼야.
툭~치면 엄마.
슬쩍 스치면 엄마.
여기도 저기도 엄마.
엄마. 나 좀 재워주세요.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