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3월에 항암을 마친 구불결장암환자입니다. 아직은 환자인 거죠?? ㅎㅎ
항암 마친지 5개월이 넘었는데요. 마지막 항암 끝나고 3개월부터 차차 컨디션이 회복됐던 것 같습니다.
지난달인 7월에 위대장 내시경과 CT검사를 했고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휴~~
음식은 곱창/직화/날것 빼고는 다 먹습니다. 제 생각에는 곱창이 가장 제 몸을 망가뜨리지 않았나 싶어서 이제는 쳐다도 안봅니다. 그런데, 과자를 못 끊고 있습니다. ㅠㅠ
저는 결혼한 지 12년 되었고, 초등 저학년 아이 둘이 있습니다.
남편은 5년 전에 뇌종양 수술을 하고, 5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제가 가정경제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남편, 저 둘다 4년 터울로 암환자가 되었다보니, 친정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만 했습니다.
연년생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어리니까 친정엄마, 친언니(미혼)가 수시로 저희집을 들락날락 하며 아이들도 봐주시고, 집안일에 음식까지 해주셨습니다. 제가 수술하고 집안일을 전혀 못했을 때는 친정에서 몇 개월을 살며 케어도 받았습니다. 대략 이렇게 살았습니다. 친정식구가 없었으면 정말 어찌 살았을지... 상상이 안 될 정도입니다.
뭐라 말해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소중한 친정식구들입니다.
현재는 남편도 저도 풀타임으로 일 할 체력은 안되서 소소하게 집에서 부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혼 때부터 친정 근처(걸어서 5분~10분)에 살다보니, 자주 봐야하는 상황이 발생했고,(신혼 때 엄마는 반찬을 갖다주시거나 소소한 일로 자주 오시면 하루 3번 저희 집에 오시기도 했어요.) 가까이 사는 게 남편에게는 많이 힘들어서 남편과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하철 1 정거장 거리로 이사를 했었습니다. 그나마 제일 멀리 이사를 간 때입니다. 그 집이 계약만기가 되었을 때, 전세가 너무 올라 집을 못 구해서 결국 저희 친언니 소유의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 언니는 엄마랑 아빠랑 살고 있고, 언니 소유의 집에는 세입자가 이사를 가려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약 7년 전부터 친언니의 집에 전세세입자가 되었습니다.
제 고민은 제 인생이 친정엄마, 언니와 너무 얽혀있다는 것입니다ㅜㅜ
엄마, 언니는 (아빠는 요양병원에 계심) 거의 부부 같습니다.
엄마나 언니에게는 특별한 취미도 없고, 가끔 지인을 만나는 일 외엔 특별한 일이 없으니, 저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많은 애정을 쏟으셨습니다. 특히 결혼을 안한 언니는 아이들이 어릴 때, 제가 힘들테니까 아이 한 명은 봐주겠다며 친정으로 데려갑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말을 해도 데려갑니다. ㅠㅠㅠ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늘 본인들이 먼저 달려옵니다. 너무 고맙고 배부른 소리인데, 이게 쌓이고 쌓이니 제가 너무 힘이 듭니다. 적당히 도와주면 정말 좋겠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엄마나 언니의 과도한 관심이 늘 저를 조금씩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딱 과유불급입니다. 엄마도 언니도 다 자기 고집대로 하려합니다. 둘 다 제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제가 원하는 것보다 본인들이 결정하려는 것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이게 정말 싫습니다.
엄마와 언니는 제게 늘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저는 도움을 받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도 큰 마음의 짐이 되어버립니다.
불편해도 제가 스스로 해결하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남편과 제가 아팠을 때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 제가 자립할 수 있는 상황을 말씀드립니다.
제게 뭘 바라고 도와주는 게 아니니, 그냥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친정 식구들과 싸우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니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저도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니, 싸움을 하는 게 정말 힘이 듭니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니, 저의 진짜 속마음을 선뜻 꺼낼 수가 없습니다.
엄마도 언니도 서운할까봐, 저는 혼자 끙끙 앓다가 또 제 몸이 아플까 사실 겁이 납니다.
70이 가까이 되신 엄마는 화가 나시면 아직도 엄마의 어린시절, 아빠와의 결혼 생활 중에 힘들었던 몇 십년 된 이야기를 다 끄집어 내십니다. 듣기가 정말 힘듭니다. 되돌이킬 수도 없는 그 과거를 좀 잊으시거나 상담을 통해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제 와서 뭐하러 하냐시며 안 하십니다. 엄마의 정서는 시한복탄 같습니다.
엄마는 제게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엄마, 언니 없이 살 수 있겠어?", "우리 도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겠냐?", "언니한테 잘해라", "내가 너한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제 남편) 아팠던 게 너 때문이지 않았나." 등등 저의 자존감을 낮추는 말들을 참 많이 하십니다. 40년도 지난 제 태몽이야기를 하시며 제 꿈이 안좋았다고ㅠㅠ 안 그래도 삶에 지친 제게 그런 말들을 습관처럼 하십니다. 아~~진짜 듣기 싫은 말들을 이제껏 그냥 참으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제게 많은 기대를 하시고 사셨는데, 제가 이모양 이꼴로 사니, 저는 자격지심이 들고 엄마와 같이 있는 게 불편해진 것도 같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기반을 다 잡아놨는데, 저는 풍전등화처럼 불안하게 사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싫고 화가 나구요.
남편이 뇌종양에 걸리고 뇌종양 카페에 가입을 해서 글을 종종 쓰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언니가 그 카페에서 글을 읽다보니 저였다는 말을 했습니다(언니도 카페에 가입이 되어있음). 헉......그 이후로 저는 그 카페에서 글을 잘 안씁니다. 언니가 볼까봐요. 그 때의 소름이란 정말 깝깝했습니다.
종종 엄마와 언니와 싸울 때면 정말 기가 다 빠집니다. 저는 최소한의 도움만 받고(집처럼 어쩔 수없는 것들), 엄마랑 언니랑 조금 덜 보고 살고 싶다고 많이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엄마와 언니는 곧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늘 뭔가를 같이 하려고 하십니다. 언니도 남자친구도 없고 본인 가정이 없으니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 제 과거 휴대폰을 보면, '엄마, 언니, 엄마, 언니, 엄마, 언니,,,,,,,' 전화를 왜 안 받냐고 짜증냅니다. 심지어 엄마와 언니는 같이 있습니다ㅠㅠ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보러 갔는데, 필요한 거 있냐고 묻는 경우도 있고, 중요한 것도 아닌데, 여러번 전화했는데, 제가 안 받았다고 저를 또 나무랍니다.
주말에 친정에 안 가고 싶어서 누가 집에 온다고 거짓말을 한 적도 몇 번 있습니다.
남편, 저, 그리고 아이둘 넷이서 여행이라도 가려면 엄마와 언니에게 죄책함이 듭니다.
그래서 여행도 늘 친정식구들과 우리 네 식구 같이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 엄마는 친구들 만나러 가시고, 언니가 집에 혼자 있다고 하면 괜시리 미안한 맘에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가 엄마집에 와서 먹으라고 그렇게 자주 부르셨습니다. 그러면 힘들기도 하고 거절을 못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갑니다. 그리고 남편은 혼자 대충 먹게 됩니다.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결혼을 했지만, 출가내인처럼 늘 친정엄마와 언니와 늘 가깝게 사니 자주 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로 격리가 되었을 때, 엄마도 언니도 우리집에 못 오게 된 상황이 제게는 한없이 자유로웠습니다.
아무 연락없이 장본 거 갖다주거나 반찬 갖다준다고 수시로 오는 것도 이제는 마음의 짐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엄마도 언니도 바쁜 일이 좀 생겼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ㅠㅠ 제 삶에도 지치고, 암투병하느라 여러가지로 지친 저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엄마나 언니에게 짜증이 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점점 고마운 마음이 회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변합니다.
저는 20대 중반 즈음 조울증을 앓았고, 병원에 입원도 했었습니다.
엄마는 당신 대신 제가 그런 병에 걸렸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최근에 제가 깊이 생각해보니 엄마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던 걸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자라셔서 저의 어린시절 역시 불안으로 휩싸였지 않았나 싶거든요.
저의 인생 목표는 독립이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엄마와 언니로부터의 정서적 경제적 독립입니다.
한번 엄마와 언니로부터 멀리 떠나 살고 싶습니다. 그래야 더 고마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엄마와 언니가 저한테 얼마나 헌신적이었는데 제가 이런 맘을 갖는 것에 죄책감 때문에도 힘이 듭니다.
그래서 아주 멀리 가고 싶습니다. 죄책감도 들지 않도록여.
제 암진단을 받았을 때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면 남편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제 속을 많이도 썩였거든요. ㅠㅠㅠ
그런데, 엄마와 언니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도 조금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스트레스를 어쩌면 좋을지 정말 고민입니다.
엄마와 언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힘들어도 이사를 가는 게 좋은 방법일까요?
무엇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제 몸이 또 아프지 않을까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