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버지가 떠나셨어요

먼길걸어요
2022.09.06 00:13 | 조회 1.8k

얼마전 호스피스 전원을 카페에 상담했는데

그럴 사이도 없이 급격히 나빠지시더니

지난 1일 낮에 떠나셨습니다

장례와 삼우를 정신없이 치르고

돌아서니 태풍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네요

이 비를 가족들이 안 맞게 하려고

급하게 서두르신 걸까요

간병으로 지친 엄마 맛있는 것 먹여드리는 동안

의식없는 동안에도 힘내어 참다가

다 정리한 다음에야 안심하고 떠나신 걸까요

의식이 또렷하실 때 엄마께 마지막 남기신 말씀이

“당신은 늘 같은 옷만 입나, 고운 것 좀 입어라”

일 정도로 멋진 옷 사입기를 좋아하시고

엄마를 꾸며 주기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시골집 방 하나가득한 아버지 옷에서

한해 한해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저는 불효녀였어요

입원항암 보호자로 따라다니며

제 일이 늦어진다 불평하고

열두 번의 입원항암중 반은 엄마에게 맡기고

코로나 핑계로 시골에 잘 내려가지도 않았네요

검진날마다 꼬박꼬박 따라갔으면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을지도 모르고

재발하기 전에 일찍 알았을지도 모르고

마지막에 척추전이로 고통받으시기 전에

진작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마지막에 사랑한다 외치는 엄마에게서

제가 아버지를 빼앗았다는 생각만 들어요

재발하면 앞으로 1년이라는 의사의 말에도

아닐거야 아닐거야 생각하며

그래도 나을 수 있을 거라 설득하며

항암을 고집해서

삼촌 고모 제 형제들이

준비없이 소중한 사람을 잃게 한 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고 그리운 것 이상으로

엄마에게 미안해요

저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같아서

이 죄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에

평안히 가셨기를

그곳에서 엄마를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빌어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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