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기적

뉴딜
2022.09.18 08:04 | 조회 2.4k

폐암4기 6년차

타그리소 17개월째 복용중이신

아빠를 모시고 있어요

저번주부터 아빠가 가만히 계셔도 숨차다하시고

소화도 안되고 밥맛도 없다고 하고

낮에는 앉기만해도 졸리고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셔서

화요일에 일단 동네 내과를 갔어요

내과에서 수면제랑

소화제랑 식욕촉진제 처방 좀 받으려구요

근데 숨도 차하시니 산소포화도 측정해달라했는데

산소포화도가 88~90사이로 나오더라구요

의사가 엄청 놀라하며

빨리 큰 병원 가보셔야할것같다고

수면제는 어떻게될지모르니 처방해줄수없다고 해서

삼성병원 응급실에 가볼까했는데

대기만 11시간이라는 말에

아빠가 힘들다고 거기가면 나 죽는다고

절대 안간다 하시더라구요

다음날도 아빠가 계속 기력이 없다고 하시니

오리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많이 드시지도 못하고 자꾸 꾸벅꾸벅 조는게 이상해서

그럼 삼성병원은 대기가 기니

대기가 짧은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자고 꼬셔서 갔어요

갔더니 갑자기 응급실에서 전화가 오더니

아빠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다고

이대로 빠지지 않으면 기도삽관을 해야하는데

연명치료 동의하시냐고 하는거예요

너무 놀라서 오빠한테 전화하고

오빠가 자기가 알아서 결정할테니 걱정말라고해서

응급실앞에서 울며불며있는데

다행히 이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었고

하지만 만약 새벽에 다시 차오르면 연명치료를 해야한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우리는 그래서 원래 다니던 삼성병원으로

전원하고 싶다고 했더니

삼성병원에서는 병원대 병원으로 받을수없고

연명치료해야하면 여기서도 해줄것이 없으니

그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아빠가 그대로 돌아가실까 너무 무서웠는데

그때 아빠가 폰으로 전화해서

저녁을 못먹었으니 김밥이랑 단팥빵 사와서

삼성병원 가자고 하셨어요 -_-;;

그 얘기를 들은 타병원 의료인인 새언니가

주변 응급실 대학병원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보니

그정도 기력이 있으면 당장 삼성병원 대기 있어도 가라고 했다고 해서

사설 엠블란스 불러서 삼성병원에 갔습니다.

가기전에 중간에 가다가 죽거나 삼성병원에서 안받아줘도

자기네는 책임없다는 동의서를 쓰고 ㅠㅠ

엠블란스 관계자도 자기네는 3시간 짜리 산소통밖에

없으니 대기가 길어지면 자기네도 어찌할수없다

지금 목숨걸고 가시는거냐 하시는데

그대로 가겠다 하면서도 너무 무서웠네요 ㅠㅠㅠ

다행히 삼성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니

30분만에 병상이 나서 바로 들어갈수있었는데

구급대원 아주머니가 너무 기뻐하시며

삼성병원응급실에서 이렇게 빨리 자리 난거 처음봤다며

너무 잘됐다고 제 손을 잡고 축하해주셨네요

아무튼 고비를 넘기고 다음날이 되었는데

주치의가 저를 따로 불러서

폐암이 더 진행된것같다.

이제 더이상 항암약은 의미없으니 맘의 준비를 하시라.

그리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지면

생명연장을 하실껀지 결정해라

하지만 폐암4기상황에서 생명연장은

환자만 더 힘들게 하는것이다 라고 하셨어요

아빠는 의사가 뭐라고 했냐

솔직히 말해달라해서

이번주가 고비래~ 항암이제 못한대

라고 했더니

아빠도 마음의 준비를 하신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고

난 이제 하나님께서 부르실때가 온것같다고

전화로 인사를 돌리더라구요

그리고 입원실이 나고

병동에 담당교수님이 오셨는데

아니 이xx 환자분이 왜 오셨어요?

이건 암때문이 아닌데

내 문제가 아닌데 라고 하셔서

아빠가 교수님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데

6개월동안 양압기를 안썼더니

잠을 못자서 힘이 없었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 그것때문이었구나

하시면서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고

이건 암문제가 아니자나 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더니 먹던 항암약 가져와서

아침부터 먹으라고 하시더라구요~

엥? 이건 뭐지 했는데

교수님은 암은 안퍼졌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신경과 교수님과 호흡기내과 교수님을 불러서

이 분들이 해결해줄꺼라고

그래도 내 문제가 아니니 죽고사는문제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셨죠

엥? 그럼 안죽으시는건가? 했는데

호흡기내과 교수님께 물으니

이산화탄소가 빠지고 있으니 주말을 지켜보자고

주말이 고비이긴하지만 환자 상태를 봐서는

괜찮을것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치료해보겠다고 하셨어요

이게 안심을 해도 되는건지 아닌지

일단 주말을 보자했는데

다행히 아빠가 너무 밥도 잘 드시고

너무 너무 멀쩡하셨어요

그리고 드디어 어제 오후에 주치의가 다시 오더니

원인은 수면무호흡증 때문이고

폐암이라 폐가 안좋은데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안되면서

이런상황이 된것같다고

집에 갈때 양압기 렌탈해드릴테니

잘 쓰라고 하면서

퇴원해도 될것같다 하시네요

진짜 아빠랑 다시는 못보는줄 알고

아빠가 이번에 나아서 집에가시면

일천번제 꼭 다 끝내겠다 기도했는데

나아서 집에가시게 되었어요~

진짜 기적이네요

만약 소화제타러 내과에 안갔다면

만약 아빠를 모시고 근처대학병원에 안갔다면

만약 의료인인 새언니 말을 듣고 삼성병원에 쳐들어가지 않았다면

만약 삼성병원 응급실 베드가 빨리 나지 않았다면

아빠는 지금쯤 볼수가 없었겠죠?

정말 기적입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아빠에게 더 잘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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