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빠 목소리.. 아빠 얼굴... 아빠의 모든 것..

로즈망l췌보
2022.09.24 16:36 | 조회 1.4k

약 일주일만 지나면... 아빠랑 헤어진지 100일이 되네요.

언젠간 이별하는 날이 오겠지 막연하게만 생각하다가

췌장암이란 사실을 알고 약 4개월만에 아빠를 떠나보냈죠.

그냥 너무 당연했어요.

아빠가 내 옆에 있고, 날 걱정해주고, 나를 혼내는 모습까지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지막까지 이 진심을 전하지 못한 것 같네요.

솔직히 밉고, 싫고, 원망한 날 있었죠.

때론 내 옆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도 더러 했습니다.

근데 정말 이곳에 없으니까.. 볼 수 없으니까..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봤을 때도, 아빠가 한 줌 가루가 되어 나왔을 때도.

아빠가 영원히 이 생을 떠난다는 49제를 했을 때도 울지 않았어요.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그럴 수 없는 일인데도요.

제 일상은 금방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출근을 하고..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퇴근을 하고..

친구들이랑 만나기도 하고 재밌는 드라마나 예능을 보기도 해요.

근데 왜 아빠가 없는 걸까요?

언젠가 있을 제 결혼식장에 함께 손 잡고 들어갈 아빠가

대체 왜 제 옆에 없는 걸까요?

아빠가 떠난 후로 밤에 잠 들기가 쉽지 않아요.

무서운 생각, 안 좋은 생각을 하지 않지만 그냥 잠이 들지 않아요.

그렇게 며칠을 새고 정말 너무 피곤해질 때 나도 모르게 기절하듯 자게 되네요.

남은 엄마를 생각해서..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냥 나조차도 챙기기 너무 버거워서 엄마한테도 미안하구요.

참.. 몸은 26살이지만 정신연령은 아직도 6살 아기 같기도 하네요.

얼마 전 새벽에 갑자기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리니 기억이 안 나는거에요.

너무 무서운 마음에 음성녹음 파일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아빠를 찍은 동영상도, 통화 녹음도 없어서 그걸 많이 후회했었는데

제가 집에서 발음 연습 한다고 거실에 앉아 녹음했던 배경 소리에

아빠가 엄마랑 대화하는 목소리가 같이 녹음 됐더라구요.

약 3달만에 듣는 아빠 목소리... 아 맞다. 우리 아빠 목소리가 이랬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오열해버렸어요.

누구보다 당당하고, 누구보다 날 걱정하고 사랑했던 사람.

그 어떤 남자를 만나도 이보다 더 저를 사랑해줄 순 없겠죠.

그 마음을 이제서야 알게된 이 못난 딸이 전해요.

아빠, 거긴 아픔이 없는 곳이란 걸 믿어.

후회도, 미련도, 걱정과 고민도 없을거야.

아빠도 살고 싶어했는데.. 너무 아쉽다. 그치?

나이 50에 얻은 딸 하나가 너무 속 썩여서 미안해.

그래도 나로 인해 아빠가 단 하루라도 행복했을거라 믿고

죄책감은 더 이상 안가지려고. 그래도 될까?

아빠, 지금 이 이별은 영원함이 아니라고 생각해.

나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아빠 딸로 살다가

정말 너무 그리워서 미칠 것 같을 때...

엄마도 아빠 옆으로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때 우리 가족 다시 만나자.

그럼 그떄 다시 시작하면 돼.

할머니랑, 고모랑 조금만 더 기다려줘.

정말.. 정말 너무 많이 사랑해.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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