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고요속에 홀로.

세
세헤라자데03
2023.01.13 02:19 | 조회 1.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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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병동이 조용하다.

깨어있는 건 간호사님들. 그리고 나.

이리 예민하려면 살이라도 찌지 말지.

곰팅이가 고라니같은 짓을 하네.

​

어제도 2시간 잤는가.

오늘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참 용케 버티네.

근데 도저히 잘 수가 없어. 눈을 뗄 수가 없어.

숨을 놓칠까봐. 통증 타이밍도 모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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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내가 아파도 이렇게 뜬 눈으로 지켜주셨지.

갑자기 그 때 추억이 생각나네.

내가 참 좋아하는 느낌 몇 가지.

동생하고 놀다가 아무 데서나 잠들면

아빠가 안아서 다시 뉘어주시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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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핏 잠이 깨도 눈은 절대 뜨지 않아.

아빠의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충청도 상무뚝뚝남에게 느꼈던 찐한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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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어릴 적, 아니 시집가서도,

이른 아침 엄마가 먼저 일어나시며

내 이불을 꼭꼭 덮어주시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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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행복한 건 겨울이지.

겨울은 이불속이 최고잖아요.

밖은 서늘한데 나는 아직 더 자도 된다는..

따스히 보호받던 그 행복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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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부지 딸년은 30대도 40대도

엄마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았지.

그리고 더 못된 말도 던졌었지.

​

이 나이는 더 누워있으면 안되겠다 싶은 무렵.

엄마. 우리 왔는데. 늦게 자서 피곤한데.

꼭 글케 일찍 일어나야 해?

엄마는 미안하다 하셨다.

방문을 꼭 닫아주시며 더 자~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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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 사랑속에 자랐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더 괴로운지도..

가슴을 쥐어뜯듯 후회하네요.

​

오래 전 내 글에

그녀를 나의 들숨 날숨같다는 표현을 했다.

그냥 적었던 건데 이제야 진심으로 감정이입.

그녀의 들숨에 맞춰보고

그녀의 날숨에 맞춰보고.. 엄마. 우린 하나야.

​

묵주기도 그만 듣고

잔잔한 성가를 틀어놓고 조도를 조금 낮추며

엄마가 고통 무디게 주무시길 빈다.

​

엄마 손 발 얼굴의 온도를 색깔을 살핀다.

내 손길에 아주 힘겹게 실눈이 떠진다.

엄마. 나야. 내가 지켜보고 있어요.

나 여기 있어. 그동안 외롭게 했지. 미안해.

​

이제 엄마 자.

내 사랑속에 따숩게 더 자.

이젠 내가 재워줄께. 내일도. 모레도.

진작 이렇게 사랑해 줄껄. 진작.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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