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지 꽤 되었는데 수술후 항암과 컴 고장으로 이제서야 씁니다. 참고 되시길 바랍니다. 진단과 병기, 담당의 정보 등은 제 이전 글을 참고하십시오.
4차 항암을 마치고 제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주치의께서 다학제를 잡고, 외과에 수술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종양 크기는 전체적으로 몇 mm 줄었는데 CEA가 상당히 하락해서, 주치의께서 이만하면 수술을 노려볼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물론 "외과에서 안된다고 할 수도 있어요. 미리 알아두시고 안되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라는 약간의 경고가 있었고요.
어쨌든 다학제에 갔더니 종양이 약간 크기가 줄고, PET스캔도 전보다 흐려졌지만 완전히 없어진 건 없었습니다. 주치의 경고와는 다르게 의외로 순식간에 수술 결정이 나서 좀 어안이벙벙한 상태로 나왔어요. 수술에 대한 설명은 아무래도 간이 문제다 보니 간 담당이신 이우형 선생님이 주로 해 주셨습니다. 여러모로 좀 까다로운 상황인데 이 선생님이 할수 있다고 하신 모양이에요. 전 정신이 없어서 잘 못 봤는데, 같이 간 보호자 말로는 비장(?)하게 "간 우엽 50%정도 절제하고 나머지는 보이는 대로 부분절제 하겠다. 안되면 초음파 동원하고 손까지 넣어서 만져가면서 다 절제하겠다." 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수술이 되는건 좋은건데 이게 스케일이 제 생각보다 커서...심란하게 후덜덜 하는 나날이었네요. 물론 수술을 맨날 보는 의료계열 지인들은 너무 쿨하게 "아 수술 된대? 그럼 좋은거야. 걍 그때까지 밥잘먹고 감염 조심해라~ 외과인간들은 진짜 못할거 같음 안하는 사람들인데 한대니깐 걱정말어~" 여서 야 이놈들아👿 싶긴 했네요.
수술 전날 입원하고 대장외과 이종률 선생님이 와서 짧게 수술 설명하고 가셨습니다 ("요기부터 여기까지 한 20센치 쨀거에요~ 내일 뵙겠습니다").
종합병원에서 갈리다가 번아웃으로 현재 휴직중인 🥲 베프가 의사인데, 정말 고맙게도 아산에서 전공의로 있는 타과 친구한테 니가 가서 얘 좀 봐달라고 말을 해줬고, 그분은 자기 과가 아닌데도 시간 내서 잠깐 와주셨어요. Y모 선생님 진짜 감사합니다...종합병원 외과전공의면 진짜 밥 편히 먹을 시간도 없을텐데.
어쨌든 수술은 머...대충 스킵하겠습니다. 다행히 서프라이즈 없이 예상대로 무난하게 흘러가서, 처치나 준비 합해 6-7시간 정도 걸렸어요. 20센치 좀 넘게 개복했구요. 나중에 이종률 선생님께 수고하셨습니다 하는데 선생님이 "아휴 아닙니다 저보다 이우형 선생님이 고생하셨죠." 하시더라고요. 이우형 선생님 감사합니다 (참고로 아산은 규모만큼 엄청나게 분업화되어 있고, 이우형 선생님은 협업수술시 간이 관련되면 투입되는 분이라 저희들이 외래로 볼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눈뜨면 회복실이었는데 거기서 비몽사몽 있다가 병실 오면 간호사님들이 포대째 들어서 병상으로 옮겨줍니다. 근데 배보다 등허리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더 아픕니다😭 움직이는 것도 겨우겨우고 화장실은 정말 혼자 못 가요. 이때 좀 처량했습니다. 몇달 전만 해도 3-4km 조깅하고 다녔는데 이젠 이나이에 화장실도 혼자 못 가네 싶어서. 복직근이 박살났으니 배에 힘이 안 들어가고 그러니 두발로도 중심이 안 잡히고 조금만 힘이 들어가면 진짜 아픕니다. 침대에 올려준다고 보호자가 발 잘못 잡았다가 복근에 힘이 잠깐 들어갔는데 진짜 반사작용으로 쌍욕 발사와 함께 머리채 잡을뻔 했습니다🤕
저는 초반에 좀 고생을 했습니다. 무통으로 펜타닐을 맞았고 마취과 지인의 충고대로 나오자마자 팍팍 눌렀는데 이게 저랑 안맞는지 한 3일까진 너무 머리가 아파서 뻗어 있었어요. 암성 빈혈이 있는 상태에서 겨우 정상치 최저값으로 올려놓고 수술했는데 거기에 월경까지 시작해서 더 심했습니다. 3일까지 흐물해져 있는 절 보더니 이종률 선생님이 안되겠다고 무통 끊고 진통제 변경하셨습니다. 쪼금 나았는데 그래도 좀 흐물거렸어요. 복강경 하신 분들은 빠르면 당일부터 돌아다니길래 좀 부러웠습니다.
4일째인가 밤에 갑자기 심하게 몸살같은 증상이 있고 배도 아파서 끙끙 앓았습니다😭 아 진짜 힘들었어요...당직의가 아마 배에 가스차서 그런거 같다고 하셔서 진통제 먹고 또 뻗었고요. 이 고비 넘기고는 그럭저럭 앞쪽 복도까지 보행기 붙잡고 걸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수술로 무리한 상태인데 월경까지 하니 진짜 죽을맛이더라고요...천만다행으로 담당 간호사님 중 한 분이 복도에서 제가 아오 갑자기 기운 확 빠진다🤪 + 생리까지 한다 으악😵 하는 소리를 몇번 들으시고 의무기록 확인 후 잽싸게 철분제 추가요청을 넣으셔서 조금 더 살만해졌습니다. H모 간호사님 감사합니다...저도 주변에 간호사 지인들이 좀 있어서 나중에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정말 꼼꼼하신 분 같은데 제 주변 간호사들과 동일하게 간호업계 탈출을 진지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간호사 포함 의료진 처우가 더 개선되어야 하는데...간호사님 왈 경력자로서 1:7-8 정도의 환자 비율이면 정말 설명도 잘 해드리고 과로도 적게 더 집중해서 간호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 병원에서 이 비율의 몇배로 환자를 봐야 하는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하긴 제 간호사 지인들도 다들 평균 이상 성실하고 똘똘한 사람들인데 과로로 인한 기절, 태움 등 참 다양하게 겪다가 나가떨어지니...
며칠째인지는 모르지만 회복도 확인을 위해 중간에 CT, X레이를 촬영합니다. 영상과 있는곳까지는 이송직원이 휠체어로 데려다 주시는데 기기까지는 제가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지라...아직도 배에 힘이 들어가면 너무 아픈데 부들부들 하면서 눕고 서고 했습니다😫 방사선 기사님들이 부축해 주시기는 해요. 근데 그래도 아픈건 어쩔수가...
어쨌든 시간은 흘러흘러 보행기 잡고 병동 한바퀴 걸을 정도는 되더라고요. 8-9일째에 퇴원 얘기가 나와서 한 10일째에 집으로 퇴원했습니다. 아직 맘대로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라 집에 미리 보행기, 침대 가드레일을 택배로 배송시켜 두었어요.
집에서는 한 1-2주까진 고생했습니다. 보행기 없이 정말 못 걷겠고, 소화가 굉장히 느리게 되서 갑갑합니다🥲🤕 그나마 먹고 나면 너무 피곤하고, 어쩔때는 오후에 뜬금없이 잠이 쏟아집니다. 그냥 잤습니다. 침대 가드레일이나 침대 옆에 뭔가 짚을 걸 두면 좋습니다. 눕고 일어날 때 어떻게 해도 복근에 힘이 들어가거든요. 밤에 타진도 먹었고요 (배액관 자리가 밤만 되면 아픔). 시간이 지나니깐 그럭저럭 벽짚고 혼자 현관까지는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죽겠는데 가족 중 1명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내방에 불 꺼줘~" 하더라고요. 기운만 괜찮았으면 진짜 집에서 머리 박살낼 뻔 했습니다. 전신마취로 개복하고 간하고 소화기가 뒤집혀서 이제 겨우 헥헥대며 걷는 사람한테 뭔 말인지... 원래도 많이 포기한 인간이었는데 이번 일로 정말 안되겠구나 느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걸러지는 건가 봅니다.
3주 정도 후에 다시 종양과와 외과 외래를 갔습니다. 이날 이상하게 사람이 많아서 종양과가 엄청나게 밀렸어요. 홍선생님 식사도 못하시고 의무기록 치시는데 좀 안쓰러웠습니다. 직장인으로서의 동병상련 같은 느낌이려나요. 그래서 사실 수술 얘기는 길게 못 들었습니다. 혹시 오늘 항암 하겠냐는 말에 억...아뇨...못하겠어요...💦 해서 4주차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요. 수술후 항암은 기회가 되면 따로 적겠습니다.
다행히 이종률 선생님 외과외래는 안 밀려서 선생님께서 좀 설명을 충분히 해 주셨습니다. 수술 경과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간 12개 병변 절제와 우엽 전절제를 예상하고 들어갔는데 초음파와 촉진을 동원해도 8개밖에 안 보여서 절제가 조금 줄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따로 조직검사 결과지를 보니, 절제한 8개 조직검사 중에서 또 3-4개는 세포 비활성상태였습니다. 약발이 생각보다 잘 든 것이지요). 다만 현재 육안에 안 보인다고 암세포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항암은 해야 한다고 설명들었습니다. 설명 듣고 긴장이 풀려 나와서 좀 울다가🥲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도 카페에서 검색하며 이것저것 참고했기에, 갚는다는 생각으로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