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자궁내막암] 암판정, 수술 후기

해맑은그녀
2023.01.18 14:57 | 조회 5.9k

안녕하세요?

자궁내막암 3기 환우입니다.

암판정을 받고 이것 저것 궁금해서 카페에 자주 와서 여러분들의 글들을 읽고

도움도 되고 위안도 되고 걱정도 되고..

여러가지 마음으로 지내다가 저도 제 암을 이겨낸 과정을 적어보고

같은 길을 가는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저도 나중에 '아, 이랬었지..' 하고 되돌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8살 아들을 둔 40대 초반 자궁내막암 환우입니다.

1. 암 판정

저는 스트레스 속에서 2~3년 정도를 살았던 것 같아요.

원인은 나 자신에게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스트레스 속에서 '이러다 암 걸리겠네..' 라는 생각도, 말도 하고 지냈던 것 같아요.

맞벌이를 하면서, 어찌보면 전문직이라 할 수 있지만,

여러가지 경쟁구도와 상, 하급자 사이에서 딱 눈치보며 지내는 입장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어느 날부터 하혈을 했고 생리주기도 어긋나고..

하지만 21년 초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아주 건강했기 때문에 제 건강을 믿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육아, 일, 가족들을 챙기며 저 자신은 뒷전이었어요.

힘든건.. 사실 짜증내고 화내고 이렇게 풀었던 것 같아요. ㅠㅠ

저를 가장 소홀히 하고 그냥 바쁘게만 지내며 스트레스 받으니 몸도 안좋을 수밖에.. 이렇게 살았어요.

'22년에는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졸리더라구요. 밥을 먹어도 바로 졸음이 쏟아지고, 지치고 힘들고..

그래도 당연히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니 몸이 아플수밖에.. 하며 넘겼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초등학교 갈 시점도 다가오고 10월경 육아휴직을 하고 나니..

이제 그제서야 제가 보이더라구요.

심리검사도 했고, 어느 날 갑자기 동네 산부인과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하혈뿐 아니라 배에 무언가 압박감이 느껴졌거든요. 뭔가 묵직해서 이건 정말 뭔가 안좋구나.. 직감했어요.

초음파 결과 자궁 내막이 두꺼워졌다고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셔서 그 날 바로 검사를 했어요.

수면 마취하고 하는거라 간단하다고 하셨는데, 사실 몇일 불편했습니다.

1주일 후 조직검사 결과 나오는 날에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오늘 최대한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라고 하셔서, 결과가 안 좋을 거라는 예상은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21년 2월에 초음파 검사결과가 아주 깨끗하니 1기일거라고 하셨고,

조직검사 결과도 1기로 나왔습니다.

좀 충격은 받았지만, 생각보다 덤덤했어요.

그냥 '올 것이 왔구나.. 안아픈게 이상한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암'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나에게 올줄은 몰랐어요.

그저 그 순간 아들만 걱정이 되었어요. 우리 아들.. 어쩌지.. 이제 내가 돌봐주려 했는데.. ㅜㅜ

바로 병원을 검색해보고, 연세 세브란스 예약을 했습니다.

2. 수술 (복강경)

첫 진료때 검사 예약을 하고, 3박4일 입원해서 검사를 하고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CT, MRI, PET CT 다 찍어봤는데 큰 특이사항이 없었어요.

아마 초기일거라고 하셨습니다. 항암도 안할거라고..

인턴 선생님께서 로봇수술은 좀 더 기다려야 하고, 복강경 수술은 내일 바로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초기라 두 수술 큰 차이는 안 난다고 빠른 수술을 추천하셨어요.

검사를 위한 입원에 바로 이어서 수술날짜를 잡았습니다.

어차피 검사때 장도 다 비워놨고, 4~5일 굶었던 것 같아요.

수액을 맞으면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수술은 그냥 무덤덤했어요. 어차피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막상 수술실로 가는 침대, 수술실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을 때는 마음이 두근두근 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냥 잠 자고 일어나면 끝나있을 거예요." 라고 하시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마취 가스를 마시니.. 그 때부턴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수술 후, "일어나세요." 깨우더니 깬 사태에서 다시 병실로 이동해서 갔어요.

병실 도착해서 침대도 제 힘으로 이동했는데, 아니 수술 끝나자마자 이렇게 멀쩡하다고? 싶을 정도로

정신도 멀쩡해지고 배를 빼고는 다 움직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 때부터는 심호흡을 열~심히 했습니다.

마취가스 냄새가 계속 나서 이걸 빼고야 말겠다 생각하고 생각날때마다 심호흡 했어요.

그런데, 인턴 선생님 오시더니...

수술을 하다보니, 암 조직이 하나 더 있었다고.. 최초 계획보다 광범위 절제를 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자궁, 난소, 맹장, 대망까지.. 아직 조직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3기 예상하시더라구요.

생각하지 않았던 항암까지 해야 한다고... (흑흑)

수술한 곳은 많이 아팠는데, 진통제 힘으로 버텼어요.

이틀째는 너무 아파서 강한 진통제 (마약성 진통제)도 한 번 맞았습니다.

잠도 거의 못잤구요.. 몸에서도 계속 땀이 났어요. 특히 머리, 뒷골 부분(?)에서 특히 많이 나더라구요.

아마 갱년기 증상인 것 같기도 했구요.

열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서 퇴원일도 연기되었어요.

거의 2주를 입원해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든 건 장운동이었어요. 장기들이 다시 자리잡으면서 힘들 수도 있다고 하던데..

대변, 가스 신호가 있을 때는 정말 진땀 날때까지 너무 아프더라구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렇게 아플때는 손으로 아랫배 부분을 꾹 누르니까 안아프더라구요.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장운동도 활발해지고, 괜찮아짐을 느껴서 마음이 놓였어요.

내 몸이 회복하고 있구나..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구요.

수술 1주일 후 조직검사 결과..

저는 결국 3기로 진단확정 되었습니다..

항암을 하게 되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슬펐어요.

1주일 내내 제발.. 제발.. 하고 기도했어요.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오면 더 슬플 것 같아서,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냥 덤덤히 받아들여지더라구요. 수술 전,후 기수가 달라지는 건 너무 속상한 것 같아요.

복강경 수술은 생각보다 수술부위는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수술 1~2일차나 장운동때마다는 많이 아팠고, 퇴원할때까지는 잘 걷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었어요.

4일차 피주머니 빼고나서 회복이 더 빨라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1주일까지는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진 않았어요.

피주머니 빼고 신랑이랑 오랫만에 팔짱끼고 걷고, 운동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더 돈독해지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암이나 건강에 대한 영상도 보면서 앞으로의 다짐도 했습니다.

좋은 음식 먹기, 스트레스 안받고 마음 편히 갖기, 운동 해주기, 많이 웃기!

걷다가 미친x처럼 깔깔 웃기도하고 그랬습니다. 우리 뇌는 웃는척을 해도 웃는 걸로 인식한다고 해서요.

그냥 억지로 웃고 박수치고 했네요. 이 방법 추천합니다. 웃을 일 없을 수록 억지로라도 웃어보세요.

퇴원하면서 항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엄마만 기다리는 아들 본다는 생각에 마인드 컨트롤 하고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앞으로 많은 과정들이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 잘 이겨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긍정적 마인드로!!! 물론 무너질때도 있지만 그 때마다 다시 일어나서 힘내보기로 다짐하며!!!

기록해보니.. 너무 길고 긴 일기같지만, 수술 앞두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경험하고 계신 여러분들 모두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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