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버지와 나.

세헤라자데03
2023.02.14 13:42 | 조회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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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버지 센터에서 전화가 온다.

심장이 덜커덩.

센터 선생님들이 속사포처럼 말한다.

따님. 별일 아니구요.

이렇게 시작해주는 센스.

나 놀래지 말라는 배려.

부모님 두 분을 맡기다 보니

누구 건인가요? 왜 때문인가요?

어머니 사연은 어디가 좀 편찮으시다는..

아버지 사연은 성질 부리시고 사고 좀 쳤다는..

이제 어머니 소식이야 올리 없고

어제 첫 전화는. 별일 아닙니다. 요양등급 갱신..

넵. 알겠습니다. 하고 가슴을 쓰러내렸고..

두 번째 전화는

울아부지가 드시던 밥그릇을 던지셨다는..

네네~ 죄송합니다.

잠시 후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식사 시간 근거리에서 일하는 선생들이 보여

아무리 불러봐도 안와서 일을 저질렀다는 변명.

난 이 부분에도 울음버튼이 있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나랑 통화중에

간호사든 요양보호사든 부르는 목소리.

선생님. 선생님.

아픈 분이니 목소리 힘이 없고

파킨슨으로 덜덜 떠니 음성이 안나오고..

그럼에도 선생님. 선생님.

한참을 불러야 답이 오더라.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살고자 하는 의지. 보살펴 달라는 애원처럼..

수화기 너머 외로운 부름에 가슴이 찢어진다.

단발성 욕도 튀어나왔다.

C부럴. 빨리 대답 좀 해라~!!

(내가 애용하는 최고치의 욕설이다.)

실은 다 내가 하면 될 일들.

내가 들어가면 한 방에 척척 될 일인데..

그러나 타인의 손을 빌어야 하니

저 애절함을 속수무책 바라만 봐야 하는구나..

그럼에도 어제 나는 되려 아버지를 혼냈다.

그렇다고 뭘 던지면 어떡해?

아빠가 늘 그러니까 쌤들이 서로 오기 싫어하잖아.

나 같아도 가기 싫겠어.

불러서 와봤자 좋은 소리 들은 적 있어?

그러니 안오지. 다 아빠 탓인데 누굴 원망해?

시무룩이 보인다.

이유가 있으니 그러지.

나도 아무 이유없이 미친놈처럼 그러지 않어.

거기 눈앞에 보이는데도 대답들을 안해.

그래도 아버지. 화내면 안돼.

짧은 욕도 안돼. 다 뉘집 귀한 아내고 엄마잖아.

그니깐 부탁하듯 말하고 고맙다고 인사해야 해.

아빠 기도 많이 하는 할아버지잖아.

그니깐 화났을 때 한번 숨 넘겨주는거

그걸 성모님이 가장 반겨주실꺼야.

아버지는 본인 역성 들어주지 않는 것이

내심 서운하셨는지..

좋은 얘기도 한두 번이지.

나는 오늘 건드리지 않았어. 지들이 안온거지.

응. 알았어요.

내가 선생님들에게 꼭 전할께.

울아버지가 부르면 대답 잘하고 언능 가달라고.

대신 아버지도 쌤들이 서로 안가겠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안돼. 알았지?

엄마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잖아.

아빠, 이쁜 모습으로 살아야지.

아버지를 유일하게 혼낼 수 있는 사람이 나다.

나 역시도 자라면서 아버지가 어려웠다.

근데 어느 날, 아버지가 선을 넘는 날이 오길래

내가 미친 듯 덤볐다.

당신, 세상 무서운거 없지요?

근데 그 성질 빼다 박은게 나거든요?

나는 아버지 안무섭거든. 이제 나랑 붙어요.

지금부터 미친년이 되어서라도

내가 당신 눌러 놓을랑게..

엄마는 평생 한번도 맞서지 못한 대상.

여린 마누라가 세상 만만해서는..

나는 그런 엄마를 구해주고 싶었다.

글타고 음주 폭력 도박 그런건 없었지만

과분한 아내 얻어서 평생 자격지심에

배배 꼬인 성질 부리된 못난 남편이자 아버지.

그 후 아버지는 나를 겁내 하신다.

몹시 서운하다고 죽어도 용서 못한다고도 하셨다.

나는 넉살좋게 비비고 들어가 잘못을 빌었다.

난 아버지 좋아. 죽어도 난 아빠 딸 할꺼야.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아버지는 누그러지셨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두세번 더 있었고

우린 여전히 지지고 볶으며 이러고 산다.

하긴 나 아니면 물티슈 한장 커피 한잔 등등

내 손길 아니면 사실 수 없으니께..

당신이 항복하실 수 밖에 없는 불리한 싸움이지.

어젯밤에도 또 요양원 댕겨왔다.

물티슈 각티슈 쌍화차 간식 넣어 드리러.

요양원 쌤에게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을꺼다.

대신 다음 면회때 과일이라도 들고 가야지.

힘드시지요? 말씀 안하셔도 그림같이 알아요.

그래도 쫌 불쌍히 봐주세요.

50년 이상 의지하던 마누라 먼저 보낸

늙고 병든 가여운 사람입니다..

아버지. 난 그래도 아버지가 좋다.

아버지도 좋은 집안에서 교육 잘 받고

고생 덜 했으면 그렇지 않았을테니..

울딸이 외할아버지 미워~ 하길래

감히 헛소리 마라~ 혼냈다.

그 할아버지 덕에 할매도 엄마 삼촌 모두

먹고 입고 자고 학교 댕기고 살았다.

누가 돈 벌었누? 할매도 엄마 삼촌도 아니다.

니가 가는 외갓집도 할배의 피와 땀이다.

감히 니가 판단하고 잣대를 댈 분이 아니시다.

그 뒤로 딸은 헛소리 끝냈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 엄청 사랑해.

엄마 안계시니 나는 아버지 보고 사는거야.

그니깐 거기서 화 내지 말고

물건 던지지 말고 사람 손 툭툭 때리지 말고

짧은 욕도 하지 말고..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못모셔서..

사건 있을 때마다 아빠 편 먼저 들어드리지 못해서..

근데 내 맘 알지? 내 사랑 느끼지?

우리 서로 측은히 여기며 살아요.

아빠는 나를. 나는 아빠를.

서로 가엾게 여기며 살아요.

그러다 엄마 곁으로 가셔.

그때까지 내가 최선을 다할께.

내가 늘 말하지?

아버지 꼭 닮은 나랑

우리끼리 젤로 많이 사랑하자고.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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