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나'의 '지금'을 살기로 했어요

살쟈
2023.03.09 23:54 | 조회 2.3k

작년 4월 용기내어 카페에 첫 글을 쓰고 자주 와서 소통해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또 1년이 지나갔네요.

저는 자궁내막암을 극복 중인 삼십대 여성입니다.

결혼 후 10개월 만인 2021년 4월 1일 제 안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처음 발견 했을 당시 1기A라서 아이를 갖기 위해 수술을 미루고 호르몬 치료를 하던 중 한쪽 난소로 전이가 되어

2021년 10월 급하게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아산병원에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없던 상황이라 모두가 굉장히 패닉이었죠.

처음에는 일찍 발견해 수술을 바로 하면 5년 생존율이 95%가 넘을 정도로 예후가 좋은 상황이었는데 임신을 위해 수술을 바로 하지 않고 호르몬 치료를 고집해 결과적으로 한쪽 난소로 전이가 된 후 수술을 하고 자궁내막암 3기 A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 바로 수술을 했다면 하지 않아도 됐을 항암도 6번이나 진행하고 5년 생존율도 50%대로 뚝 떨어지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제 마지막 항암을 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고 내가 암환자였던 게 맞나 싶을정도로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1년 전 제가 남겼던 글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계신 분이 근황이 궁금하다는 댓글을 남기셔서 오랜만에 다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용기가 부족한 탓인지 게으른 탓인지 더 멋진 분들처럼 유튜브 콘텐츠까지는 못만들고 있지만,

투병 기간 동안 간간히 썼던 일기를 엮어 언젠가 한 번 책으로 출판해볼까 싶어서 글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수술 후 첫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4월에는 항암 후 두 번째 CT 검사를 합니다.

항암이나 투병과정에서 있었던 더 실질적인 정보 위주의 글을 쓸까 하다가, 오늘은 제가 암 발병 후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의 전환을 나누고 싶어서 목록 중에서도 여성암이 아닌 긍정의 힘 란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항암이 끝나고 다행히 코로나가 풀려서 저는 마치 그 간 묵혔던 서글픔이나 억울함과 분노에 복수라도 하듯,

보란듯 여행을 다니며 더 없이 행복한 삶의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죽기 전에 가봐야 꼭 가봐야 하는 곳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곳이 세상에 너무 많은거예요 ㅎㅎ)에 늘 순위 권인 이태리 포지타노 아말피 코스트에 다녀왔습니다. 올 해 5월에는 신혼여행으로 계획했다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던 그리스 여행을 떠날 생각이예요.

제가 아프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닳음은 뭐든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나중에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 나중을 누가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저는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모두 지금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일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참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어요.

충분한 지금을 살고 싶어서 저는 그것을 실천에 옮기며 살고 있습니다. 제 지금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랬더니 행복이 자연적으로 따라오더군요. 삶의 소중함을 이렇게 이른 나이에 알게 됐다는 것은 삶의 고비를 한 번 넘겨본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이자 축복이 아닐까 하는 감사함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프고 보니 인생은 내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는 다는 것도 알게되었어요.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내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너무 먼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어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답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나를 생각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항암을 하면서 생전 처음 마주하는 제 본연(?)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제 자신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넌 누구니?' '넌 뭐를 좋아하니?' '넌 뭘 할 때 행복해?'

샤워하면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볼 때 웃으면서 이런 질문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제 몸과 영혼이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랜만에 지난 번 제 글에 남겨주신 댓글에 답을 남기기 위해 들어오면서 우연히 지난 제 글 바로 윗 글을 쓴 준희맘님의 사연을 따라 읽게 되었는데 2022년 5월 이후 소식이 멈춘 것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져 이렇게 늦은 시간 글을 올립니다.

우리 모두 오늘의 소중함을 새기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 사람에겐 시련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믿어요. 그러니 여기 오신 분들은 이미 큰 시련은 다 넘으신 거예요.

우리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을거예요 :)

Naver
목록으로

댓글

21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