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안녕하세요. 아빠가 담도암 진단 한달차 되셨습니다!

호이팅
2023.04.23 22:00 | 조회 5.2k

안녕하세요.

음.. 아버지가 담도암 투병중이신데 이런 저런 경과나 일상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투병하시는 환우분들, 보호자분들 모두 힘내세요!

23.3.23

저희 아버지가 3.11부터 황달, 전신 소양감, 소변이 평소보다 진한 증상이 있어서 로컬 내과 경유했다가 3.22에 세종충대병원 진료를 보셨는데요, 23.3.23에 간문부담도암 2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이때 빌리루빈 수치는 14정도 됐었고 CA10-9는 427이었구요.

바로 ENBD하고 경과 보다가 빌리루빈 수치 보면서 다음 검사 진행 결정하기로 했었습니다.

이후 빌리루빈 수치가 계속 잘 낮아졌고 pet CT도 찍었습니다.

*빌리루빈 : 14(3.23) → 11(3.24) → 6(3.25) → 4(3.27) → 2.7(4.5)

: 보통 3미만이 되면 눈 흰자 부분에서 노란끼가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점차 안색도 돌아오셨습니다.

23.3.28

Pet 검사 결과 다행히 다른 부분에 전이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셔서 간건강만 확인된다면 수술도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간문부 담도암 2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는데 담도암이 워낙 고약한 암이라 영상으로 확실히 알수는 없다는 말을 덧붙이시긴 했어요. 하지만 워낙 수술자체도 어려운 병이라 이 소식도 저희에겐 너무 희망적이었습니다!

23.3.30

광명중앙대병원 김선회교수님 외래 예약을 해둔게 있어서 엄마와 함께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대리 진료를 봤습니다. 서류를 살펴보시더니 수술 바로 하시면 될 것 같구 간을 60~70%정도 잘라내야하는데 남겨질 간의 크기가 선천적으로 작은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며 4.26에 수술을 잡았습니다. 2~3일 전에 미리 입원해서 몇가지 검사하고 수술 들어가면 될 것 같다고 하셨죠. 인상이 너무 좋으시고 희망적인 답변을 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환자를 직접 보고싶다고 하셔서 그 다음주 외래 예약을 잡고 3.31 세종충대에서 ENBD를 유지한채 퇴원하셨습니다.

23.4.3

광명에 아빠랑 엄마랑 다시한번 김교수님을 진료를 봤는데 크게 다른 말씀을 안하시고 ENBD가 불편하다고 하시니 다음주중에 입원해서 제거하시기로 했습니다.

23.4.5

서울대 장진영 교수님 외래진료를 예약한게 있어서 부모님이랑 진료보러 갔습니다. 그래도 병원 두군데는 가보자는 생각으로 아빠 진단받자 마자 거의 예약한건데 아무래도 이 분야 최고 명의라고 하시니 기대를 하며 갔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고 병원도 진짜 복잡하고 더군다나 비도 오던날이라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진료는 거의 5분?정도만 보고 끝났던 것 같습니다ㅠ 게다가 중앙대 병원과는 다르게 간이 작아서 ENBD를 PTBD로 바꾸고 간문맥 색전술 후 간을 키운 다음 수술일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62세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간이 드라마틱하게 잘 자라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수술하고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언뜻 듣기로는 여기서는 병기를 3기라고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같은 pet CT 결과를 보고서요.. 담도암이 병기를 구분하기도 참 어렵운 질환인 것 같아요.) 여러모로 서울대가 조금더 신뢰가 가서 광명 취소하고 서울에서 진료볼 생각으로 굳히고 있는데 마침 서울역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중앙대였는데 4.11일 입원, 12일 수술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었죠ㅠㅠ 하.. 일찍 수술하는게 좋을 것 같긴 한데 간 회복을 생각하면.. 조금 신중한 느낌을 주는 서울대에서 진행하자라고 저희 가족 모두 결정했습니다!

23.4.11

서울대 입원을 하셨습니다. 12일 PTBD를 하며 색전술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색전술 전에 마약성 진통제로 펜타닐을 맞으셨는데 부작용이 크게 오셔서 결국 PTBD만 하고 색전술은 다음날로 미뤄졌습니다.

23.4.13

다행히 아침 일찍 간문맥 색전술을 진행하셨습니다. 4.13~4.15까지 부산, 경주로 가족여행 예약해놨었는데.. 색전술 하시고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일어나시지도 못하고 심지어 시술 전 foley도 삽입했던터라 마음이 더 안좋았습니다. 하지만!! 건강 회복되셔서 여행 가면 되니까 게의치 않았어요,,,!!! 인터넷 찾아보니 2~3일간은 정말 아무것도 못먹고 오심, 구토, 식욕부진 심지어는 복통과 발열이 동반될 수 있다고 하니 저희 모두 긴장했었어요ㅜㅜ 시술 후에 금식은 풀렸지만 정말 한입도 드시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구요..ㅠㅠ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내일 퇴원하라고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14일 휴가를 냈습니다;;

23.4.14

원래 그런건가요..? 하루정도 지켜보더니 퇴원하라고 하는게...? 아무튼 14일 11시경 퇴원 예정이라 시간맞춰 서울대병원으로 갔어요. 색전술 부위는 주말에 dressing 떼면 된다고 했고 PTBD 부위는 EOD dressing 하라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3~4주 후에 CT 찍어서 간상태 확인한 다음 수술 날짜 잡자고 하셨어요. 그렇게 서울에서 세종까지 먼길을 왔습니다. 오송에서 내려서 BRT타고 집까지 걸어오는데 평소에는 천천히 산책하면서 걷던길이라 아빠가 그렇게 힘든줄 모르고 걸어서 왔어요.. 사실은 힘들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병원에서 계속 누워만 있었다길래 산책고 할겸 운동도 할겸 2키로 되는 거리를 쉬엄쉬엄 천천히 왔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뭐라고 한입 넣었다가는 트름이 엄청 나오고 컨디션도 안좋아보이고.. 과일주스를 그나마 마시길래 과일쥬스를 사드리고 어떤 음식을 해야되나 엄마랑 많이 고민했는데 색전술이 원래 그런가봐요ㅠㅠ 거의 못드셨어요

23.4.15

이면수랑 여러가지 사와서 저녁을 엄마랑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들어간다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산책도 하고 저녁도 드시니 이제 회복이 되나보다 했어요.

23.4.16

아침이 되니 또 못드시겠다고 해서 엄마랑 힘이 빠졌지만 그럴 수 있다고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인터넷에도 자연스레 좋아진다고 나와있었거든요. 엄마랑 진짜 바리바리 장보고 이것저것 먹어보게 했는데 거의 손톱만큼도 못드시고 20분 정도 동네 걷는 것 외에는 거의 주무시거나 누워계셨습니다(참고로 담즙은 엄청 끈적한 양상으로 하루 500cc정도 나왔습니다.) 그래도 일요일 저녁에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는데 갑자기 김밥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그길로 바로 옷챙겨 입고 김밥재료를 사왔습니다. 뚝딱뚝딱 장조림김밥이랑 참치김밥을 했는데 아빠가 맛있다고 막 드시는거에요!! 거의 한줄을 드셨습니다. 아빠도 뭘 먹어서 기분이 좋다고 맛있게 먹어서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너무 과식해서 문제생기는건 아닐까 했는데 맛있게 먹으니 너무 좋았어요.

23.4.17

점차 드시는것도 괜찮아지시고 산책도 점점 오래 더 멀리 가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우리 모두 욕심을 부렸는지 쉬엄쉬엄 했는데도 1~2시간 나갔다가 오니 집에 가서 거의 식은땀을 흘리시며 어지러움을 호소하셨어요ㅠㅠ 바로 누워서 주무시고 비빔국수를 드시고 싶다고 해서 조금 해서 같이 나눠먹고 저는 다시 출근을 해야해서 올라왔습니다.

23.4.23(투병 한달차)

집에 맨날 연락을 했는데 그 이후로 아빠가 식욕을 완전히 되찾아버려서 엄청 많이 드신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색전술 이후에 식욕부진은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나봐요. 혹시 색전술 하신분들 있으시면 속상하더라도 기다리시면 돌아오실 겁니다! 암을 진단받기 전부터 엄마가 아빠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잠긴듯한 목소리, 시원하지 않은 목소리. ENBD하고 배액관이 목을 통해 코로 나와있다보니 목소리가 더 많이 잠겼고 서울대에서 시술하고는 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셨었는데 이제 목소리도 거의 일상처럼 돌아오셨습니다. 단지 조금 찝찝한건 오늘 담즙량이 좀 줄어서 300cc정도 나오셨다고 해서 서울대 병원에 전화 해보셨다고 하는데, 열이 나거나 컨디션이 나쁘거나 황달이 있지 않다면 조금 지켜보자는 답변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저도 좀 찾아보니 배액량이나 색이 일정하지가 않고 녹색~갈색,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기도 하는거같더라구요. 앞서말한 답즙양 외 다른 이상증상이 없다며 지켜봐도 된다고 해서 물 많이 마시고 가벼운 운동 하면서 즐겁게 시간 보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5.3에 서울대 가서 CT 찍고 5.8 어버이날에 결과 들으러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제가 아빠의 진단 후 한달이 된 지금까지를 이렇게 정리한 이유는

1. 우리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고싶어서

2.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싶어서

3. 같은 과정을 겪는 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궁금할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색전술 후 식욕부진, 담즙양, 빌리루빈 수치, 수술 전 봐야하는 것 등)

3. 치료를 하면서 과거의 검사 결과나 증상과 비교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4. 하나하나 복기하면서 아빠와의 기억을 잊고싶지 않아서

5. 10년, 20년이 지나서 가족여행 가서 아팠지만 함께 이겨냈던 추억들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담도암"이라는 흔치 않은 질환을 갑자기 맞닥뜨렸을때 저희 가족은 모두 멘붕이었습니다.

저는 근무지에서 소식을 듣고 혼자 엉엉 울었고, 엄마는 아빠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강원도에 사는 오빠는 바로 휴가르 쓰고 돌이 막 지난 아가를 데리고 세종으로 왔고 아빠는.. 핸드폰에 생전에 정리해야하는 것들을 하나씩 써내려가시며 말없이 개인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을 정리하셨습니다. 생존률도 높지 않고 무서운 이야기만 잔뜩 있어서 이렇게 가족을 잃을까봐 엄청 무서웠고 불안했어요. 그치만 오늘로 한달이 지났고 아빠는 수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계십니다. 10키로 정도 살이 빠졌었는데 1키로 다시 찌셨어요!

앞으로도 잘 이겨내시기를, 앞에 있는 미션들을 하나씩 잘 견뎌내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더더더더 오래동안 보낼 수 있기를. 지금 당장의 미션은 간을 잘 키우는 것이기에 열심히 먹고, 산책하고를 격려하며 나름 바람직한 생활을 하고있습니다. 일때문에 저는 멀리서 전화로, 카톡으로 아빠를 응원하고 있어서 많이 아쉽고 더 불안한 것 사실이지만 제 부모님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믿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아주아주 무서운 암이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차근차근 함께 이겨내봐요! 분명 좋은 일이 있을겁니다. 가을에는 단풍구경도 하고 겨울에는 호떡 호호 불어가며 함박눈을 구경할 수 있겠죠.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고 또 올해는 가지 못한 벚꽃 축제를 내년에는 갈 수 있겠죠! 그러니 모두 화이팅입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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