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내년 어버이날에도 아빠에게 카네이션 드릴 수 있음 좋겠네요

서루
2023.05.08 23:41 | 조회 731

저는 울 아빠랑 생일이 같아요.

그래서 늘 아빠 최고의 생일선물 나라고

다른 선물이 뭐 필요하냐 너스레떨던

사이 좋은 부녀였어요.

아빠는 사실 연세가 꽤 있어서 80대지만

예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스무살은 어려보일만큼 동안과 건강을 자랑했었는데,

작년 말에 갑작스레 암…

그것도 결국은 원발지를 찾지 못하고 다발성 전이가 된

원발미상암 4기…라는

청천병력같은 판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6개월간 저희 가족으로서는

상상치 못했던 수많은 고난과 좌절이 있었고

삶이 완전 달라져버렸네요.

특히 3차 항암 후부터 거동을 힘들어하시더니

급기야 혼자 걷지 못하게 되시면서…

삶의 질이 완전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항암 경과가 나쁘지 않고

부작용도 심각하진 않은터라

이정도에

감사해야지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5차 항암하러 들어왔다가

옆 침상이 코로나 환자였고

아빠는 밀접접촉자로 검사해보니 양성이 떠서

또 한번 마음이 무너지고…

거동이 힘든 분을 혼자 둘 수 없으니

제가 보호자로 함께 격리되었습니다.

격리생활의 서러움과 고됨은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 어버이날인데

쓸쓸히 혼자 빈 집에 계신 어머니껜 꽃배달 해드리고

아빠에겐 뭘 해드리나…여기는 격리대상자들은

아예 병실 문턱도 넘을 수 없어서

뭘 배달시키거나 사오는게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다 문뜩 어린시절 티슈꽃만들기 했던 기억이 나서

동원할 수 있는 재료를 총동원하여

카네이션 만들어드렸네요.

어릴 때 직접 만든 종이카네이션

가슴에 달아드리던 추억이 떠올라

뭉클한 하루였습니다.

어제 옆 치료실에 계시던 분이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셨는지

꽤 오랫동안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질 않더라고요.

지금 격리생활이 무척 고되긴 하지만

(보호구를 24시간 입고 있어야해서 넘 괴롭더라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이게 효과는 있는지

확진자와 5일째 감금 중인데 아직 음성입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아빠와 단둘이 오롯하게 보낼 수 있었던

이 시간들마저 그립겠지…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어버이날을 마무리해봅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기적이었던건,

다행히 완전 무증상으로

1도 아프시지 않고 지나갔네요!

하늘이 주신 어버이날 선물이었나봐요.

암환부 암환모를 모시는 많은 동행여러분,

모두 소중한 어버이날 보내셨길 바라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해서

카네이션 달아드릴 수 있길 소망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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