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문정희 시인의 부부-한강 자출 풍경

미
미카엘2015ㅣ설본
2023.06.15 14:00 | 조회 312

​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

부부라는 제목의 이 시를 읽는 순간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어쩌면 이리 부부를 잘 묘사

했는지 감탄을 하게 됩니다. 이 시를 쓴

문정희 시인은 부부에 관하여 촌철살인의

시를 여러 편 썼습니다. 남편이라는 시에서는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라고 하였고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라고도 했습니다.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고도 하였습니다.

​

예전에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부부 싸움에

관하여’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부부

싸움은 세 단계에 거쳐 발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첫 단계는 상대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고 하는 격투기 단계 이때는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는 것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가 가장 상처를 받는지

알고 잔인하게 내뱉기도 하는데 그렇게 몇 번

싸워 본 후에는 이러다가 상대가 죽을 수 있겠

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권투

입니다. 충격을 줄여주는 글러브도 끼고 벨트

아래는 건드리지 말자는 규칙도 생깁니다.

무엇보다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격투기

와 달리 끝나는 시간이 있고 끝나면 서로 수고

했다 안아주기도 합니다. 제 경험을 말하자면

이때 애가 잘 들어섭니다. 삼 년 터울로 낳은

저의 세 아이는 큰 싸움 후에 생겼던 것 같습

니다. (믿거나 말거나) 세 번째 단계는 택견

입니다. 이크 에크 소리만 요란하고 때리는

시늉만 하지 충격을 가하지는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춤을 추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 단계에 다다르면 부부 사이가 무료해질 때

한 번씩 시비를 걸어 싸움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끝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고 부부 사이가

돈독해지기 때문입니다.

​

부부 싸움을 안 하는 부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격투기

에서 권투로, 권투에서 택견으로 싸움의 형태가

발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

출퇴근하면서 만나는 장면들 모아 보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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