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어머니와 4년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동행....

삼오회
2023.06.16 11:21 | 조회 4k

안녕하세요. 먼저 동행을 처음 접했을때부터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아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어머니는 지난주에 하늘나라로 좋은 곳으로 잘 보내드렸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지내왔던 얘기와 함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처음 접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할 만한 것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잡다한 얘기들을 적어봅니다.

1. 담도암 진단(2019년 2월)

2019년 2월에 담도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개복수술 시도하였으나 종양이 대정맥/대동맥을

감싸고 있어서 종양제거 불가하였고 담낭이 퉁퉁부어 있어서 담낭제거만 하고 수술 종료하였습니다.

너무 절망적이었고 외과의사는 항암하면 6개월 안하면 3개월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하고 종양내과로 연결해줬습니다.

이때까지 어머님께는 담도암이라는 사실은 말씀 드렸으나 수술 결과는 공유하지 않았고 좋게 말씀드렸습니다.

2. 항암 여부 결정(2019년 4월)

제가 외동아들이라 상의할 사람은 와이프밖에 없어서 외가쪽 이모님들하고 누나들과 상의를 하여 항암치료 해보기로

결정하고 어머님께는 예방 항암이라고 말씀드리고 항암치료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와이프는 어머님 연세(당시 78세)가 많아서 안했으면 한다고 했는데 제가 엄청 짜증냈던 기억이 나네요.

힘들게 결정했는데 딴지 건다는 식으로 너무 신경이 예민해서 그랬겠지요.

종양내과 방문하여 담당 선생님이 어머님 밖에 계시게 하고 항암치료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셔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선생님 생각은 말기이기때문에 기약없이 계속 해야 하니 어머님이 너무 힘드시다고 다시 가족들과

상의해서 차주에 결정해서 오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혼란스러웠는데 지나고 나서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시 친지들과 상의했고 간호사였던 누나도 선생님 말씀대로 하는게 맞을 것 같다고 하고 생각을 많이하고

어머님과도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항암을 안하기로 최종 결정하였고 종양내과 선생님도 드시고 싶고

하고 싶은것 하게 해드리고 마음 편하게 생활하시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정기검진은 하자고 하셨습니다.

3. 다른 아픔과 면역 치료 시작(2019년 5월 ~)

어머님 진단 후 아버님께는 신경을 많이 못썼어요. 아버님이 특별히 건강이 나쁘진 않으셨는데 충격을 받으셨는지

응급실에 한번 가셨다가 퇴원하셨는데....집에서 주무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병원 가셨다가 집에 오셔서 놀라서 일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고 집에 가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택시타고 가면서 막막한 마음이었는데 참...어머니가 걱정이 되서 어머니부터 챙기게 되었고 아버지 장례는

지금 생각해도 침착하게 잘 치른것 같습니다. 엄청 신들을 원망했었죠. 왜 나에게 이런....

어머니는 항암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비타민C 주사를 맞고 면역력을 조금이라도 강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해서

진행했습니다. 비타민C 정맥주사 주 2회 맞으면서 체력에 좋은 추가 성분 주사를 같이 맞으셨고

피검사 후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는 약들을 복용하셨어요. 그리고 매일 커피관장을 하면서 어머니도 힘을 내시고

적극적으로 잘 해주셨어요. 정말 강하고 대단한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4. 작은 기적(?)

이건 너무 억지같기도 한데 제가 토요일에 아무생각 없이 로또를 샀었어요. 그리고 멍때리면서 누워있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로또1등 될 운명이면 그거 취소하고 어머니가

통증없이 행복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그러니 로또1등 될거 취소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에 회사에서 로또를 아무생각 없이 맞춰봤는데 참....3등이 되었어요. 5개 번호 맞고 1개차이로 3등..

의미를 두었습니다. 아..우리 어머니 통증없이 고통스럽지 않게 사시겠구나...당첨금이 150만원 정도 되었어요.

와이프와 어머니한테 여행가자고 해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추석때 다녀왔었어요. 150만원으로 가서 맛있는거 먹고

구경하고 경비로 다 쓰고 오니 마음이 한결 후련하고 편안해졌습니다.

5. 다시 절망(2021년)

어머니는 정말 열심히 치료받고 열심히 생활하셨는데 중간에 임파선이 부었다고 해서 방사선 치료를 받자고 해서

방사선 치료를 2주간 2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경과가 너무 좋다고 했어요. 임파선에 있는 것은 없어졌고 담도에

있는 종양도 사이즈가 줄어들었다고 의아하다고 하셨어요. 그때 어머니 배에 임시로 빼놓았던 관도 제거 했습니다.

주 2회 소독하고 드레싱해놓곤 했는데 제거하니 어머니가 너무 좋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투병생활이 길어지니 어머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예민해지고 좀 그래서 정신과

상담을 예약하고 당일에 세브란스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어머니가 좀 이상햇습니다. 말도 어눌하고 잘 서지도 못하고

해서 와이프한테 일단 전화를 했어요 어머니가 이상한데 어찌할줄 모르겠다고....와이프가 뇌졸증 같다고 응급실에

연락을 해서 사람이 와서 갔는데 다행히 제때 잘왔다고 하면서 뇌경색이라고 하고 시술 바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코로나 환자가 응급실에서 나와서 응급실 폐쇄한다고 했는데 다행히 받아주고 시술까지 잘 마무리했습니다.

중환자실 일주일 정도 계시다가 일반병실로 와서 이틀 후에 퇴원했는데.....잘 걷지를 못하고 말도 좀 어눌했어요.

그래서 와이프가 뇌졸증은 재활이 중요하다고 해서 재활병원으로 퇴원하면서 입원시켜드리고 재활스케줄에 맞게

3개월 정도 잘하고 퇴원하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마음을 내려놓으신건지 재활거부하고 수액만 맞고 힘들다고 한달내내 거의 운동을 못했다고 하고

병원에서는 재활운동을 안하면 나라에서 치료지원금 신청이 안되니 퇴원해야 한다고 해서 일단 퇴원을 하고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6. 소중한 행복(2021년 2월 ~ 2023년 6월)

아무 대책없이 집으로 모셔왔는데 기저기도 하셔야 했고 와이프랑 둘이서 난감했었습니다. 대변 보시고 했는데 저는

어쩔 줄 몰라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대변 치우고 기저기 갈아드리고 해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지냈는데 제가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 기저기 갈아드리고 하는걸 제가 해봤습니다.

막상 하니까 또 잘하더라구요....엄청 후회했죠...자식이라는 놈이 와이프한테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와이프가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복지사 연결해서 요양등급을 2등급을 받았어요. 원래 쉽지 않은데 심사하시는 분이

오셔서 어찌저찌 등급을 받고 요양사님을 집으로 오시게 해서 저희는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머님과 살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도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는지 급속도로 좋아지셨어요. 혼자서도 걸어서 화장실도 가시고

말도 하시기 시작했고....너무 기쁘고 좋았습니다.

그렇게 2년 넘게 저희집에서 웃으면서 저도 마음편하게 회사에서 일에 집중도 하고 행복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한번 주저 앉으시더니 이제는 걷지 못하시고 올해 1월에 스텐트가 막혀서 스텐트 재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도 잘 되서 퇴원해서 또 다시 행복하게 살았는데 5월말에 황달 증상이 보여서 응급실에 방문했습니다.

응급실에 검사결과를 의사선생님이 말해주시는데 염증수치가 엄청 높고 패혈증이 왔다고 하면서 신장이 기능을

못하는 상태라고 말기암이 진행되면서 힘들 것 같다고 얘기를 해줬습니다.

어머니는 통증도 없고 저를 정말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시면서 집에 언제가냐고 물으시는데요.

그러다가 응급실에서 이틀 후부터 어머니가 혈변을 계속 보셨어요. 하루에 기저기 10개를 다 쓸정도로 다행히 통증은

없으셨습니다.

종양내과 주치의 선생님이 내려오셔서 다발성 장기부전이어서 며칠 못 사실 것 같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1인실로 이동해서 임종준비 하게 해준다고 하셨습니다. 이 상황이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일단 대장에 출혈 잡는 시술을 하고 1인실로 이동했습니다. 친지들한테도 연락해서 알려주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안되고 직계가족만 10분 면회 된다고 해서 와이프하고 이모님 두분만 겨우겨우 말씀드려서

얼굴 보시고 제가 옆에 있었습니다. 1인실에서 4일정도 혼자 있으면서 정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어머니가 안좋아지는게 보였거든요. 혈압도 10정도씩 떨어지는게 보였고 통증이 있으셔서 진통제를

놔드리면 주무시곤 했습니다. 와이프는 들어오지 못하니 계속 휴가를 내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세브란스가 기독교인지 기도실이 있어서 거기서 기도를 계속 하고 제가 가끔 나가서 만나고 했네요.

그러시다가 임종 당일 오후에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와이프한테 영상통화해서 얼굴 보게 하고 5분도 안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눈물도 안나왔습니다. 그렇게 병실에 있을때 이런저런 얘기 귀에 해드리고 할때는 눈물이

많이 나왔는데 막상 돌아가시는걸 봤는데 눈물이 안나오는게 참 이상했습니다.

그렇게 4년여의 기간을 어머니는 투병을 하시다가 가셨습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암성통증이 없었습니다.

스텐트가 막혔다고 했을때도 통증이 없으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머니의 마지막을 제가 보내드리고 어머니가 투병으로

외롭지 않게 같이 먹고 자고 웃고하면서 생활했던게 축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암진단을 받게 되면 너무 좌절을 했는데 또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는 방법이 생겼고

가족들이 힘을 모아서 생각을 하면 또다른 길도 보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같이 사시면서 치킨을 정말 좋아하셨는데요. 정말 잘 드셨어요. 그게 아직도 눈에 선하고 생각하면

눈물도 나네요. 당분간 치킨은 못 먹을 것 같아요.

하늘나라 가신지 일주일이 다되가는데 아직 꿈에도 안나오시고 정말 좋은데 가셔서 그러신가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너무 길게 쓴 것 같습니다. 여기 오시는 동행분들 너무 힘들고 하시겠지만 그래도 행복은 항상 옆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 잘 추스리시고 치료도 잘 받으시고 보호자분들은 힘내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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