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한 암환자가 받았던 뜻밖의 위로

리버l대본
2023.11.28 23:10 | 조회 3.1k

2017년 유방암에 이어 2022년 대장암 간전이로 아산에서 열심히 항암치료 받고 있는 리버입니다.

지난 주 수요일 밤 8시 다 되어서 항암 마치고

(아산은 점점 미쳐가는 듯.... 오전 10시에 진료를 봤는데 오후 5시 40분에 항암 시작...ㅠㅠㅠㅠ)

금요일 병원이 거의 문 닫을 시간에 달려가 5fu 케모 바늘을 뺐습니다.

토요일까지 기다릴 수 없던 이유가 있었어요.

토요일에 친정엄마의 팔순 기념 형제들끼리의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제주도에서 2박 3일...

돌아가신 아버지 빼고 언니, 남동생, 엄마와 여행...삶의 걱정도 없고, 암이라는 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편했습니다.

마지막 날 일출을 보고 아침을 먹으려고 한 식당엘 들어갔어요. 이른 아침이라 저는 가발도 없이 비니를 쓰고 있었고 얼굴은 푸석...

식당에서 제 앞에 밥을 놓던 아주머니가

"아이고 이 분은 큰 수술받고 많이 아픈 분인가보네"

이러십니다.

(수술이 꿈인 4기환자인데... ㅋㅋ)

유방암 때부터 항상 제 병에 대해 훅 치고 들어오는 낯선 이들의 오지랖 넓은 말들에 익숙해져있었지만...

(걱정을 가장한 호기심 어린 눈빛들...)

그 날은 엄마랑 형제들이 앞에 있어서인지

마음이 고슴도치처럼 뾰족해지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여행 내내 혹시 제가 피곤해할까봐 조마조마해하던 가족들이었거든요)

나: (신경끄라는 태도로) 아, 네...

엄마:(이미 눈시울이 붉어져서) 우리 딸이 많이 아파요. 대장암으로 항암을 40번도 넘게...

엄마가 우시고 언니도 눈이 붉어지고...정말 미치겠더군요..아, 왜! 그런 말씀을 하셔서....

그런데 갑자기...

아주머니: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저도 3년 전에 대장암 수술하고 항암 12번 했어요. 그때 저도 힘들다했는데 지금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이구...얼마나 힘들까싶어서 내가 눈물이 다 나네요. 다 잘 될거예요. 걱정 마세요.

순간, 정말 너무 뜻밖의 말이라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식사 마치고 나오는데 제 어깨를 토닥이시며 또 말씀하십니다.

"잘 드시고 치료 잘 받으세요. 잘 될 거예요"

제주 성산일출봉 근처 "지은이네 밥상" 사장님, 여전히 암과 전쟁중인 전우를 알아보고 인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큰 위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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