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아래는 제가 다른 소규모 커뮤니티 - 제가 자주 방문하는 곳 - 에 쓴 글인데 옮겨와봤어요.
요즘은 매일 회사에서 일하거나 집에 와서 회사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니 쉴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하는 시간이 유일한 제 시간인데 사실 운동을 하고 그래야하는데 쉽게 마음이 안 먹어져요. 엄마 암 진단 받기 전에는 운동도 자주 했었는데..
요즘 마음이 너무 착잡한 건 엄마가 병원에 안 가시겠다고해서예요.
제가 동행을 계속 눈팅해도 항암을 안받으시는 분은 있어도 아예 검사하러 가지도 않는 분은 안계신 것 같은데...저희 엄마는 절대 안가시겠다고 이제 그러시네요. 추적검사도 안 받겠다고. 제가 요즘은 예전하고 달라서 다시 재발하거나 전이되어도 암 세포가 작은 경우엔 다시 치료해서 또 관해되고 그리고 또 경과 지켜보고 이런 경우도 많다고, 오히려 병을 키우면 그게 문제가 되는거라고 계속 얘기해도 꼼짝을 안하십니다.
그래서 사실 엄마한테도 너무 화가 나요.
친척들은 다 제게 전화해서 엄마 언제 병원 모시고 가냐고 하는데....그것도 너무 압박이 되구요.
함께 사는 가족인 오빠는 정신적으로 원래 문제가 있어서 제 일을 도와주는게 없고 종일 엄마랑 제게 스트레스를 주다보니 마음이 많이 힘겨운 날들입니다. 분리해서 오빠만 혼자 살게하고 엄마랑 전 따로 살고 싶은데 오빠가 혼자 사는걸 자신 없어해서 거부하는데다가(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도와주니까요) 아무래도 집을 나누어 사려면 살림에 돈이 더 들테니...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울고 싶은 날이라 글을 끄적여봅니다.
다음엔 좀 즐겁고 재미난 얘기도 써보도록 해야겠어요.
올해 6월에 쓴 글
1. 엄마는 5월부터 치과 치료를 시작하셨어요. 막막해서 물어봤는데 여러 분께서 답변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원래 왼쪽 윗 어금니가 세 개 없어서 오른쪽으로만 음식을 씹으시다가 하필 그 오른쪽 아래 어금니 발치 + 임플란트(2개)를 하게 되어 지금도 앞니 + 앞니 옆 작은 어금니로만 음식을 드셔야해서 매우 힘들어하십니다. 임플란트는 당일 발치 + 뼈이식/식립하셨는데 너무 아파하셔서 속상했어요. 한 2주는 죽만 드셨는데 죽을 싫어하셔서 정말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고.. ㅠㅠ
최근에는 밥을 드시지만 좋아하시는 나물 반찬 쌈 채소 오이 이런걸 못드셔서 드실 게 별로 없네요.
2. 한 두 달전부터 매일매일 이렇게 타파웨어에 양배추랑 브로콜리(+ 물 조금) 넣고 전자레인지에 쪄서 먹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초등학교 급식 때 억지로 먹다가 토한 기억이 있어 브로콜리를 극혐했지만.... 엄마의 간곡한(?)권유로 같이 먹고 있는데 먹다보니 먹을만하네요. 맛은 여전히 맛있다곤 못하겠지만..
요새 매일 드시는건 저 브로콜리/양배추찜, 사과 바나나 키위를 껍질 째 간 것(키위 껍질 바나나 껍질 있어서 이상할 것 같지만 갈면 그냥 과일 맛만 나요) 그리고 흑염소 진액입니다. 단백질은 흑염소랑 부드러운 두부/계란찜으로 보충하고요. 원래 닭가슴살 같은 건 누구나 먹기 힘들어한다지만 저희 엄마는 진짜 신선/상등품 소고기 외에는 고단백 재료는 다 냄새가 난다는 주의시라.... (회/순대 이런거 절대 못드시고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모두 제 입맛엔 모르겠는데 누린내가 잘 난다고 하세요ㅠㅠ 닭고기 우유에 담가서 누린내 빼고 이런건 다 해봤지만.. 특유의 예민하심은 어쩔 수 없네요 ㅎㅎ) 그게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가지가 암에 좋다고 해서 가지도 찜이나 전으로 종종 먹습니다. 저 가지찜은 제가 해 본거에요 ㅎㅎ 소고기야채말이나 닭구이도 했었는데 최근엔 치아 때문에 못드시니... ㅠㅠ 시무룩합니다.
한달 전 어버이날에는 마침 집 근처에 쌀케이크집이 있어서 생화 케이크를 선물 드렸어요. 빵순이라 좋아하셨습니다...그리고 금일봉과 늘 선물해드리던 꽃집에서 꽃다발!
3. 원래 엄마가 여름을 유독 힘들어하시고(더위에 잘 지치세요) 또 요즘 치아 때문에 잘 드시질 못하니 사실 많이 우울해하세요. 저도 많이 마음이 처집니다... 잘 해드린다고 하지만 가끔 국 끓이시고 반찬 두 세가지 하시는 거 외엔 - 뒷정리는 제가하지만 전 이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 집안일을 못하시니까 자기 효능감도 떨어지시는 것 같구요. 제가 발 동동 하면서 집안일 회사일 다 하는 것도 보는 게 스트레스라 하시니 저도 난감할 따름입니다. 요즘은 돈이 많으면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랑 (비교적) 공기 좋은 시골/지방도시 가서 매일 건강한 음식 해먹고 산책하고 그러면서 살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해요.
4. 엄마는 유퀴즈 보시는 걸 좋아하는데 몇달 전에 조성진이 나온 걸 보시고 감동하셨어요. 엄마도 어릴 때 피아니스트가 꿈이었고 재능도 있어서 레슨 선생님이 그쪽으로 가는 걸 권유했었대요. 암튼 조성진이 너무 귀공자같고 조곤조곤 단정하게 말하고 연주도 잘한다며 사위가 되면 (엄마... 그런 비현실적인 말은 넣어둬...) 엄청 좋을 거 같다고^_^ 하셨습니다. 지지난주에 예당에서하는 7/4 조성진 리사이틀 예매를 성공해서 여기에 같이 가려고 해요. 조금 차 타는 것도 힘들어하시구 공연장 의자도 불편해하실듯해서... 사실 갈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그래도 일단 예매는 해놓은데 의의를 두려구요.
최근 소원은 빨리 임플란트를 올려서 엄마가 다시 잘 드시게 되는 것과 이번 여름을 비교적 덜 힘들게 지나가는 것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우울한 것... 이에요. 음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ㅎㅎ 다가오는 한 주 다들 힘내시고 평안한 밤 되세요 :) 마지막으로 저희집 고양이 사진을 한 장 투척해봅니다. 생일이라 고깔모자 씌워서 찍어보았어요.
얼마 전에 쓴 글
지난번에 글을 쓰고 약 5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어제(11/26)는 엄마가 대장암 수술 후 장유착으로 두 번째 수술을 하신 날로부터 1년이 된 날이었어요.
암에 걸리면 5년 생존율을 많이 계산하는데
5년 중 1년이 지났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1
일단 7월에는 조성진 리사이틀을 다녀왔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가 올린 글을 보시고 예술의 전당 다녀오는 팁을 주셔서 잘 다녀왔습니다.
일단 택시는 카카오 블랙을 예약해서 갔고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다행히 저녁 식사도 예술의 전당 내 한식당(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나네요)에서 잘 했고 식당에 일찍 간 대신 공연까지 시간이 많이 비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갔습니다.
엄마가 힘들어하셔서 1부만 보고 나왔고 사실 저는 연주에 집중은 잘 못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조성진 연주는 그냥 클래스가 다르달까 엄청나달까
피아노 소리가 그렇게 맑고 명징할 수 있다는 걸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입장할 때 병정 인형 처럼 나름 위풍당당/귀엽게 입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자리도 좋았는데 다만 위치상 연주자 손이 보이지 않아서 그걸 아쉬워하셨습니다.
#2
엄마 임플란트 치료는 잘 마쳤습니다.
저희 엄마는 절대 엄살을 피우시는 성격은 아닌데 몸이 워낙 약하시다보니깐 뭐든지 남들보다 힘겹고 고통도 두 배이신 것 같아요..ㅠ
첫 날 발치하고 임플란트 식립하고 와서 통증이 정말 정말 오래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체중이 많이는 줄지 않으셨어요(임플란트 하는 동안).
5월에 시작해서 9월 말에 인공치아를 얹어서 끝이 났는데
임플란트 하길 정말 잘했다 하셔서 그것은 마음이 좋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왼쪽도 하고 싶다 하시는데 왼쪽은 치과에서 설명 듣기로 엄청난 대공사라..(윗니라 더 어렵다고도 하고, 또 아래 이들도 이것저것 신경치료도 하고 교열이 맞을 수 있도록 해야하는 작업이 많다고 하네요) 실제 하실 가능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임플란트 전 후 다 이를 한쪽만 쓰셔서 안면 비대칭이 생기셨기 때문에
저도 맘 같아선 해드리고 싶은데 체력이 안되실 것 같습니다 ㅠㅠ
#3
체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전히 너무너무 힘들어하십니다. 체력적으로는요.
수술 후 일년 지났고 항암도 안하셨는데
이건 암 때문이 아니라 그냥 노환의 일환인 것 같기도 합니다.
조금만 무거운 거 드시거나 주방에서 한 시간 넘게 서 있으시면 매우 힘겨워하세요.
얼마 전에 골든걸스라고, 박진영이 인순이/신효범/박미경/이은미 가수 분들 모아서 걸그룹 프로젝트를 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인순이 선생님은 진짜 건강하시더라고요. 저희 엄마랑 거의 동갑이신 거 같은데 근육도 짱짱하시고 유연성도 좋고, 좌우 균형도 잘 잡혀있으시고(골반 비대칭 같은거 점검하는 테스트를 해봄) 춤도 잘 추시고 누가 봐도 건강건강... 너무 부러웠습니다 ㅠㅠ (참 이 프로그램에서 인순이 선생님이 뉴진스의 Hype Boy를 부르신 영상이 있는데 한번 꼭 보세요. 정말 대단하고 힙하고 그렇습니다)
#4
식생활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일단 최근에는 대부분 식재료는 유기농/무항생제로 먹고 있어요 (이러면 사실 식비가 매우 많이 듭니다 ㅎㅎ)
그리고 야채를 많이 먹습니다.
엄마가 유튜브로 보시고 식생활을 관리하시는 편인데....저는 유튜브의 다양한 정보들이 꼭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하신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반대는 하지 않는 편입니다. 야채 많이 먹고 튀김이나 기름기 많은 음식 안먹고 소고기 덜 먹고 이런 건 딱히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서요.
야채는 일단 매일 브로콜리랑 양배추를 쪄서 먹고
호박이나 가지도 전을 부쳐먹기보다는 역시 쪄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고
쌈채소도 자주 먹고 그렇습니다.
국은 주로 된장 넣은 류로...
가끔 샤브샤브 밀키트를 사서 제가 조리하고
계란찜 만만해서 거의 매일 먹고요.
아무튼 밥을 차리고 먹는 것은 매우 힘이 드는 일입니다 ㅠㅠ
이 부분 신경 쓰다보니까 제 인스타나 유튜브에도 요리 영상이 많이 뜨는데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엄마가 안드시는 종류가 많아요. 돼지고기를 쓴다든가 기름이 제법 들어간다거나 등등등. 또 두부, 참치캔 이런 건 원래 잘 안드시구요. 생선도 집에선 조리하는 거 싫어하시고요.
저는 요새 누가 우리 집에 와서 건강식을 차려주는게 소원입니다. 물론 허황된 소원이지만...
아무튼 저도 이런 클린한 식단을 하다보니까
올해 상반기만해도 파스타나 삼겹살이나 피자 이런 음식들이 종종 먹고 싶고 끌렸는데
지금은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거 같아서 생각보다 막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드네요.
그리고 가끔 외식을 하고 나면 전에는 안 그랬는데 목이 엄청 말라요.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좀 허전하기도 하고.
참고로 아빠도 암으로 돌아가시고 엄마도 암 환자가 된 상황이다보니
저의 식생활도 덩달아 제한되고 있습니다 ㅎㅎㅎ
가령 커피도 안 좋다고 하여서(이건 상당히 논란이 있는 거 같은데 과연 커피가 정말 건강에 안 좋은지) 요새 저는 반 강제로 커피 대신 녹차를 마셔야 하는데요... 그냥 들어드리자..하고 녹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5
엄마가 밖에서 잘 넘어지시기 때문에 집 안에서 운동을 하시는 편이고
어디 나갈 때 꼭 저와 함께 나가시는데요,
올해 하반기에는 저하고 몇 번 외출을 하셨습니다.
일단 추석 연휴 즈음에 집 근처 석촌호수를 돌았는데 날이 매우 좋았어요. 이 날 거위도 보았습니다ㅎㅎ
그리고 외삼촌이 시간을 내셔서 가평 아침고요수목원하고 근처 절에 한번 다녀왔어요.
템플스테이를 한번 가볼까 하시길래요(장기로, 별다른 프로그램 없는 숙박형이 있더라구요).
수목원에서 본 것들 중엔 달리아 꽃밭이 제일 예뻤습니다.
#6
집안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어서 일과 병행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점심 차리고 치우고 저녁 차리고 치우고 장본 것/택배 정리하고
집에 없는 물건 점검해서 주문하고
고양이가 있어서 물 갈아주고, 정수기랑 사료 그릇 씻고, 최근에 신부전이 와서 이틀에 한번 수액 맞히고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저 일들이 은근 하루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됩니다.
쓰레기버리기/음쓰 버리기/분리수거 해야되고
주말엔 청소와 세탁 화장실청소를 하고요.
사람을 부르면 좋은데
같이 사는 오빠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서 외부인을 부를 수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그래도 1년 동안 열심히 했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ㅠㅠ
#7
아무튼 요새 저는 많이 지친 느낌이 들어요.
일례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들고 그렇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개인 시간이 잘 없으니까 집을 나가서 술도 마시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그랬는데 그런 의욕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저에게 주는 선물로 뭘 사볼까? 싶어도 막상 또 예전과 달리 사고 싶은 것도 잘 없고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도 많이 감사한 상황이긴 하거든요.
(입찬 말은 하는거 아니라지만 이렇게 disclaimer를 다니까 괜찮다 치고)
엄마가 아직 괜찮으시고, 대장암 수술 하셨지만 장루는 안하셨고
어쨌든 1년 동안 먹을 거 없다 하면서도 뭔가 밥을 차려 먹긴 했고
임플란트도 정말 걱정했지만 무사히 마쳤고(부작용이 생기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뭔가 아주 우울하고 지치는 마음이 듭니다.
제가 엄마랑 오빠의 생계도 책임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사실 월급이 제 앞으로 남는건 별로 없고
오빠도 너무나 저를 힘들게 하고
엄마는 계속 그냥 기력이 없으시고
이런 것들 하나하나 때문인가? 생각해보면 모두 그렇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고(평소에 저 위의 사항들을 계속 생각해서 우울한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러네요.
요즘 힘들 때면 약간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저는 6.25 때를 생각해봅니다.
그런 막막한 시기에도 열심히 다들 피난도 가고 와중에 장사도 하고 판자 떼다가 집도 짓고 하면서 저희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분들이 살아오셨잖아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할일은 하자 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흠 글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애매하네요.
아무튼 모두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스트레스가 발암 요인이라고 하니)
건강이 진짜 제일제일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12월에는 조금 더 즐거운 일들이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