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행여러분들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그 동안 대구집에 내려가서 엄마 유품정리를 하고, 흔적을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9월 추분에 돌아가신 이후 대구집은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거의 가지 못했어요.
그 동안에 계절이 바뀌고, 찬 바람이 불고 집안에 냉기가 가득했지만
창문도 열고, 햇빛도 넣어주고, 보일러도 빵빵하게 틀고, 온기로 가득 바꾸어주었습니다.
엄마가 호스피스에 들어가기 직전, 조금 더 넓고 쾌적한 집으로 이사를 했던 터라
어느정도 짐을 정리하고 버렸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오면서 엄마가 아픈 몸을 이끌며 하나하나 장식했던 그릇들과
미쳐 먹지못한 식음료품들, 뉴케어, 수 많은 약들을 보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사오던 날, 뉴케어 두 박스를 사온 저를 보면서
'미야, 엄마가 이거 다 먹을 때까지 살아야겠는데....' 라면서 멋쩍게 웃었던 엄마의 모습이 선합니다.
오랫동안 살았던 집 터를 떠나
새 집으로 이사오면서 새 가구, 새 물건 등을 사면서
설레여하던 엄마의 모습이 곳곳에 보이는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사 온 첫 날에 침대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맨 바닥에 아픈 엄마를 눕히면서
딱딱한 바닥에 누워도 아프지않다며 그렇게 첫 날 밤을 보냈었네요...
그 때 엄마 옆에 누워서 잘껄...
밤새 아플텐데 제가 몸부림 치면서 방해될까봐 다른 방에서 잤었는데 그게 참 후회가 됩니다.
엄마가 아픈 몸을 눕혔던 곳과
아직 체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옷가지들,
구급차 불러놓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줄 알면서도 이것저것 챙긴 물건들
그리고 그 집을 나서며 펑펑울면서
'미야..나 살아서 이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라고 말한 엄마의 모습
하나하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지나갔습니다.
깨끗하게 썻던 물건들이라 버리기 너무 아까워서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가지들을 제외하고,
새 옷에 가까운 옷들과 그릇, 물건들은 모두 세탁하고 닦아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를 했습니다.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졌다면 마음이 좋지 않았을텐데
엄마의 물건들이 세상 어딘가에 좋은 뜻으로 다시 순환된다니 좋았습니다.
오늘은 엄마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왔네요
저도 몰랐는데,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후원해 온 걸 알게되었습니다.
항상 엄마가 여유가 생기면 기부하고싶다 노래를 불렀는데
2018년도부터 후원을 해와서 오늘 그 결과보고서가 온 문자였어요.
투병생활 중에도 후원을 한 것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옵니다.
엄마의 가방을 뒤져보니 지갑안에 꼬깃꼬깃 접어둔 쪽지가 있네요.
아주 오래전에 적은 것 같은 빛바랜 종이에는
'나의 소원 : 20평대 이상 아파트, 쇼파, 침대, 정수기, 건강' ....
단 칸방에서 딸을 혼자 키웠던 엄마는
저게 평생 소원이였나봅니다...ㅎ
엄마의 소원을 삶의 막바지 무렵에 되어서야 이루어주었습니다.
건강 빼고요...
엄마는 지금쯤 천국에서 건강하겠죠?
여기서 못다한 소원이 그곳에서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쯤 갔는지, 춥진 않은지, 날 보고싶진 않은지,
항상 하늘에 비는데
오늘은 제 꿈에 나와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