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직업병 다들 조금씩 있으시죠?

화이트l위본
2023.12.18 22:16 | 조회 1.5k

지난 토요일 동료 모임에 갔어요.

연말 친구들 모임에 양말 선물했다고 사진을 올렸더니 동료들이 양말이 예쁘다며 사다 달라네요. (동네에 가내수공업 같은 양말 공장이 있어요.)

한 가방 지고가서 주문대로 나눠줬는데 제가 숫자에 워낙 약해서 계산을 못했다고 했더니 저렇게 표를 만들어 오신 분이 있었어요.

또 퇴직하고 너무 심심해서 설거지 알바하는 동료가 있었는데 식당이라 메뉴얼대로 간단히 포장도 하는가봐요.

지시 사항을 워드로 쳐서 인쇄한 종이를 놓고 하고 있으니까 사장이 보고는 교사했냐고 묻더랍니다.

반듯하고 정확하고 모범적인 집단에서 그런 성향의 사람들 속에 지내다보니 엉뚱발랄한 저 역시 조금씩 닮아가는 것도 같아요.

동료를 만나면 이런 점이 좋아요.

못 본 드라마나 잘 모르는 기사에 대해 질문을 하면 일목요연하게 가지런히 추려서 핵심만 요약해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딸을 최근에 결혼 시킨 동료는 딸과 그릇 사러 같이 갔는데 딸이 수저를 디자인만 예쁘고 실용적이지 않은 걸 고르더랍니다.

그래도 아무 말 않고 지켜만 봤대요. 자기가 써봐야 알 수 있다구요. 대신 집에 보관 중이던 스텐 수저 두 벌을 여벌로 줬다는데 언젠가 읽었던 인디언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 나온 내용과 똑같아서 깜짝 놀랬네요.

저였다면 팔을 휘저으며 말린다고 법석을 떨었을텐데...

동료들은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는 반듯한 분들이라 만나면 항상 배울 점이 있어요.

계산은 어두운 주제에 오지랖은 또 태평양인 제가 동료 모임의 총무를 두 군데나 하는 것도 이런 분들이 좋아서랍니다.

직업병 다들 조금씩 있으시죠?

Naver
목록으로

댓글

23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