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마음이 너무 답답할 때마다 동행을 찾게 되네요.

엄마병다나아라LI난보
2023.12.21 19:59 | 조회 1.6k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하소연 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뿐이라.. 계속 찾게 되네요.

거의 두달 째 입원해 계신 어머니.. 너무 다행스럽게도 많이 회복하셨습니다. 결국 외래에서 염증수치인 CRP가 34임을 확인하고 입원하셨지요. 너무 감사하게도 거의 다 잡혔고, 겸사겸사 터졌던 장마비까지 점점 돌아와서 미음 드시고 계십니다. 어머니가 다행히 회복해서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걸어다닐 수 있는 기력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 감사할 일이에요.

그러나 반년 째 제가 거의 다 전담해서 간병을 하게 되니, 어린 제 마음이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엄마가 걱정되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요즘은 툭하면 혼자 계속 울게되는 것 같아요... 제 미래가 안보여서요.

사실.. 항암 6차만으로 잔존암이 다 제거되지 않으셨고 앞으로 항암을 계속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상 아버지는 일을 전혀 안하신지 6년째이며, 건강에 이상이 없으십니다. 근데 저 혼자서 모든 일을 하고 있는게 점차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처음에 제가 발벗고 나선게 시간이 지날 수록 너무 당연하게 모든 일이 제가 할 일로 받아들여지는? 하...

그래서 결국 반년만에, 2주전부터 일주일에 2일은 아빠가, 주말 하루는 오빠가 해달라고 분담을 요청드렸어요. 근데 사실.. 가족 안에서 한참 늦둥이인 저가(오빠 41살, 저26살) 왜 직접 말해야만 분담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전부다 제 미래는 물론 엄마에게도 하나도 관심이 없는 것 같이... 아무도 본인 스스로 나서질 않아요. 어른들이, 제 말에만 따르고, 제가 말해야만 무언가를 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나몰라라 하는 모습이 날이 갈 수록 너무 미운데 화내기도 힘들어요... 이걸로 화를내도 되는건지?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건가? 싶기도 하고.... 다른 가족에게 맡기는게 엄마 입장에서 서운할까 싶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하...

저는 그냥 취준만 해도 죽고싶다고 말 나오는 시기인데... 반년은 거의 통으로 날리듯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었구요. 이번에 면접도 떨어지니까 너무 막막하더라구요. 사실 면접 3일전에 입원하셨고, 3일동안 밤새 잠도 못자고 간병하면서 면접 준비하고 병원에서 면접보러 갔어요. 그때라도 아빠가 먼저, 면접 준비해야하니까 내가 간병하는게 낫겠다. 이런식으로 표현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아빠는 절대 본인이 먼저 나서지 않는 타입이에요. 할말은 많지만............ 인터넷에 부모님을 욕보일 수도 없고.... 미치겠어요. 진심으로

이주전부터 일주일에 3일 있는 시간이라도 이력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집에 오면 힘들어서 뻗어 자더라구요. 너무 우울하고, 공부가 계속 끊기니까 잘 안되네요. 하 다른 친구들처럼 이력서 쓸 시간도 없고, 공부에 집중할 시간도 없고, 주변 어른들은 아무도 먼저 나서서 하지 않으니, 제가 다 알아서 적극적으로 해야만 엄마가 살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표현을 아예 안해보진 않았지만 해도 잘 안알아주네요.

간병이란게 다들 아시겠지만, 저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 환자의 아픔 그자체 + 환자가 아픔으로써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모두 감당하고 넘어가야 하잖아요. 그것도 매일매일... 그리고 이 감정을 환자한테 말할 수가 없잖아요. ㅠㅠ 제일 힘든게 엄마일테니까, 근데 엄마는 저를 걱정하시면서도? 아빠가 이틀만 병원에 있는 것도 나이가 있다고 걱정하시고, 오빠가 반년만에 일주일에 한번, 하루 오는 걸로도 일하느라 힘들꺼라고 걱정하고... 그럼 턱까지 차올라요. 그럼 나는? 언제 공부하고 언제 취직하고 언제쯤 제 삶을 살 수 있는걸까요..? 이대로가다간 다 망쳐버릴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아빠한테도 전담을 하라고 하는데, 제가 그걸 먼저 말해야만 하는 사실조차도 너무 힘들어요. 엄마한테 죄짓는 것 같고 혼자 나쁜 사람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일주일에 2일 봐달라고 하면서도 너무 마음이 불편했어요.

근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정신병 걸릴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살면서 단 한번도 저를 위한 공부를 놓은 적이 없는데, 강제로 못하고, 우울해서 손에 안잡히고, 다른 친구들 다 취업한거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가끔씩 미쳐버릴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하고 다 포기하고, 그냥 제가 의식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가끔씩은...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한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적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한번도 제 계획대로 인생이 안흘러간적이 없었는데, 마음의 지지대인 엄마가 아프니까... 무능해보이는 아빠와 오빠한테 미움만 가득 차고, 그걸 표현조차 못하니 미쳐버리겠고, 내 마음과 신체가 건강하려면 아빠에게 분담을 좀더 해야되는데.......... 그걸 제가 먼저 말하면 저만 나쁜년 취급받는 것같고........ 엄마는 당연히 가장 힘드실 거고, 다 잘될거라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ㅠㅠ 이러면 안되는데 엄마한테까지 가끔 나쁜 말이 계속 차올라서 대화하기가 힘들어요. 또 두달째 저는 아무것도 못하고 병원 생활만 했는데......이렇게 계속 해서 끊기니 취직 공부고 뭐고 알바도 못하고, 생산적인, 나를 위한 일을 못하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오늘 집에 와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눈물이 너무 펑펑 터져버려서 결국 카페에 글을 쓰네요.

여기에 다들 정말 힘드신 분들 많을실거고, 저도 일단 엄마가 살아계신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한다고 끊임없이 나에게 말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네요. 그냥 다 밉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이번에는 어떻게 이 감정을 잘 추스려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병원에서 밤새면서 면접준비하고, 떨어지기까지 한게 트리거였나봐요. ㅎㅎ이런 힘든 감정도 다 지나가겠지요..? 초반에는 그래도 다 잘될꺼야, 괜찮아 정도의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안들어요.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데 도대체 뭐가 된다는거야? 이 경험이 내 인생에 좋을게 하나도 없는데..그냥 슬픈 공백기잖아.. 이런 생각만 드네요...

연말까지도 병원생활만 하니까 더 우울해지나봐요. 그래도 작년 겨울엔 졸업 준비한다고 열심히 논문 쓰고... 평범하게 친구들이랑 만나서 연말파티하고 그랬는데 ㅎㅎ 2023년은 정말 1년 내내 괴로웠던 기억 뿐이네요. 괴로웠고,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다시 괴로워지고, 또 노력하고... 반복하다보니까 마음에 멍이 든 것 같아요. 저번에 실험실 송년회를 다녀왔는데 선배들 다 취직 왜 안했냐는 말마다 엄마가 암에 걸리셔서 간병을 제가 다하고 있다. 이런 tmi 남발할 수도 없고.. 다녀와서도 또 울었네요. ㅎㅎ옛날부터 화를 잘 못냈는데, 왜냐면 내면 제 마음이 더 불편해서... 가족들 그만 미워하고 싶고 저 스스로도 그만 미워하고 싶은데 싶지가 않네요. 이제 ㅠㅠ 몇일뒤면 또 병원에 가야하는데, 엄마 얼굴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자신이 없어요. 저도 척추측만증이 심해서 어깨랑 허리 통증이 심한데, 후 보호자 침대에 반년을 보냈더니 어깨랑 목이 아주 아작나서 미쳐버리겠고 ^^ ㅠ 근데 이걸 말하면 신경써줄만한 가족 구성원이 없고...

쓰다보니까 말이 참 길어지네요.... 내년엔 2023년에 일어났던 안좋은 일보다 더 많은 좋은 일들이 생기겠지요? 그렇게 믿으려고 노력하구 있습니다. 동행분들도 항상 글쓸 때마다 위로 많이 받았는데 너무 감사했구요. 환우분들, 보호자분들 모두 항상 건강하게, 좋은 일만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일주일 남은 한 해도 잘 마무리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Naver
목록으로

댓글

9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