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심장이 뚝 떨어지는 기분..

진리희망l직보
2023.12.28 11:59 | 조회 2k

지난번, 한달이 넘게 장 마비로 무척 고생하고 퇴원하셨고,

드디어 12월25일 항암 입원하라고 병원에서 연락왔네요.

서해안 지역에 사는데 꽤 많이 내린 눈길을 조심조심하여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소복소복 내린눈이 보기엔 참 예뻐요. 운전이 문제지..ㅎㅎ

크리스마스 휴일이라 그런지.. 주차장도 여유있고, 병원 자체가 조용했어요.

지난번 길게 입원했던 10월은 하필 중간자리(?)에 당첨되어 벽에 기댈 수 없어 정말 힘들었어요.

분당서울대학병원은 보호자 의자/침대가 꽤 무거워서 접었다 폈다하기 힘들어서 그냥 펼쳐 두었더니

등을 기댈곳이 옆 환자분 침상 난간 뿐인거에요!!

그 난간에 베개를 두고 등을 대보기도 했지만 옆 환자분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혹시나 불편하실까 너무 신경쓰여

그것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돗자리 등받이 의자(?)도 구매해서 싸들고 왔죠!

네이버에서 만원대에 샀는데 쓸만한거 같아요

유비무환이라고, 이번엔 그 의자 쓸 필요가 없네요.

이번엔 다행이도 벽에 붙은 자리!!

그런데, 세상에 좁아도 이렇게 좁은 병상은 처음이네요!!

세상에.. 발 교차하다가 침대 걷어 차겠어요.

보호자 의자를 침대로 펴 두면 수액 걸이조차 들어오질 못할정도로 좁아요.

간호사분들도 처치 하러 들어오실때 마다 발이 걸리고..

청소해주시는 분도 좁아도 너무 좁다며 걸레질도 편히 하질 못하실 정도에요.

반면에 대각선 자리는 침대를 두개를 놓아도 될만큼 엄청 넓찍해서 헤벌레~ 하며 부러운 눈으로 보게 되네요.

저희가 병상 뽑기 운(?)은 없는것 같아요.

다음 기회를...!!

같은날, 맞은편에 저희보다 몇시간 먼저 들어온 분이 계셔요. 나이는 엄마보다 열살은 더 많아 보이시는데

상주 보호자 없이 혼자 엄청 씩씩하시더라구요.

케모포트도 혼자 내려가서 심고 오시고, 그 뒤로도 끙끙대는 소리 하나 없이, 침상에도 잘 안계시고

계속 걸으시고, 사부작사부작 움직이세요.

"어머니 어디가세요!!!" 다급한 간호사님 외침을 들으면 꼭 앞에 분이 어디 가시더라고요 ㅎㅎ

그 모습이 엄마에게 참 위로가 되었어요.

케모포트 시술과, 항암등 여러가지 아플 생각에 불안하시다가도 앞에 어르신 보면서 스스로 위로하는게 보이더라구요.

항암 병동은... 암 수술했던 병동과 너무 다르게 진짜 고요~~~하네요.

제가 상상했던 항암 병동은 여기저기 구토하시는 소리와, 끙끙 앓는 소리가 계속 날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간간히 코를 고는 소리를 제외하고, 항암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고요~합니다.

다들 각자의 병상에서 항암제를 맞으며 조용히 투병중이시네요.

모두가 각자 어떤 삶을 살고 계시고, 어떤 상황에서 암과 사투를 벌이고 계실까요..

엄마는 회진 오는 의사분들마다 이 병원에서 1, 2년에 한번 할까 말까하는 큰 수술이었다고 말하는 수술을 하셨어요.

다른 병원에서는 이정도면 그냥 다시 "닫았다"는 난이도 높은 수술이셨대요.

12시간이 넘었고, 의사도 네분이나 들어가셨어요.

까다로운 수술이긴 했나봐요.

수술과 장 마비로 인해 생긴 누공까지 있으셔서 CT를 찍은 후 의사분께서 누공 상태를 보고 항암을 진행해야 했어요.

입원 당일은 휴일 느낌으로 편하게 쉬고, 다음날은 저녁에 CT 촬영, 그 다음날은 케모포트 시술,

그리고 오늘이 나흘째 되는 날이에요. 같은날 들어오셨던 어르신은 항암제도 다 맞으시고 오늘 저녁에 퇴원하시는데..

저희는 뭐 진행상황이 꽤 늘어지네요. 주차가 하루에 만원인데 차곡차곡 만원씩 쌓이고 있네요.

오전에 젊은 의사 선생님이 오셨는데 그분은 누구실까요..

시간이 좀 없으시다며 CT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시고 가셨는데..

"CT상 암이 폐로...

전이는 없으셔요."

아니, 왜 뜸 들으시냐고요 심장 쫄리게....!!!!!

"그런데 복부 쪽에 암은 조금 자라서 크기가 커졌어요. 더 자세한건 오후에 보여드리면서 설명해드릴게요"

하고 가시네요..

아.. 참.....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 안할수가 없는 암환자와 보호자..

그러고 보니.. 케모포트 심고도, 항암제 맞으시면서도 식사 잘하시고, 사부작사부작 하시던 앞 병상 어르신이

많이 조용하시네요.

주사제가 거의 다 들어가서 그러신걸까요. 이틀째가 되니 더 힘드신걸까요..

청소하는 분이 "안녕하세요?" 말을 건네니

"안녕하지 못해요~ 일어나기도 힘드네요" 인자하신 목소리로 말하셨어요.

건너편에서 듣고 있는 제 마음이 마구 아파졌어요.

다행이 엄마는 잠에 빠져계셔서 소리를 못들으셨네요.

엄마 암이 커졌다.

그래도 씩씩하게 이틀을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어르신이 오늘은 많이 힘겨워보이신다.

이 두가지 사실이.. 심장이 그냥 뚝.. 떨어지는 느낌이들면서.. 제 기분이 많이 가라앉네요.

우리 엄마, 잘 견뎌낼 수 있으실까...

지난주에 남편이 캐나다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어서 보내줬어요.

나는 아직 돌아갈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하지만 남편과 이미 3개월 넘게 떨어져있었고, 저에게도 돌아가야하는 직장도 있지요. 머리로는 알겠지만...

1월말에.. 캐나다에 마음 편히 들어갈수 없을것 같네요.

속 마음은 이렇지만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무거워지는 마음에 그럼 티켓팅하라고 제가 말하긴 했어요.

조금 더 강하게,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엄마가 내가 더 필요하시다며 시간을 더 달라고 말했어야 했나 싶네요.

엄마 투병으로 마음이 무거운데 남편과의 갈등까지 더하고 싶지 않아서 돌아가는 표 구해준다는 남편의 말에 반대 못했어요.

이민자의 삶이 이런거죠 뭐..

아니, 삶이라는게 이런거죠 뭐. 내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 없고, 쉬운건 절.대.로. 없다!

항암은 힘겨운 싸움이죠. 어차피 완치 목적의 항암은 아니라는거 알아요.

엄마가 힘겹게 부작용과 싸우면서도 몇년을 더 사실 수 있잖아요.

그 기간 내내 한국에 있을수 없다는거 알아요.

그치만 무서워요.

제가 캐나다로 돌아가고나서 엄마가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되시면 어쩌나..

이따가 오후에는 담당의사분이 오셔서 CT사진도 보여주실거고, 항암제 설명도 해주실거에요.

그리고 늦게라도 항암을 시작할것 같아요.

많이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을 다잡을수가 없네요.

그래도 차분히 글 쓰다보니 조금 진정이 되네요....

모두 힘내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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