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북극 위를 나는 비행기 속에서.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1.06 08:53 | 조회 2.2k

옛날 김포공항에서 구라파 가던 시절

불꺼진 기내에서 사부작거리는 조용함

칸칸이 켜져있는 노란 안전벨트등의 몽롱함

비행기 뒤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의 자욱함까지…

북극 위를 나는 비행기 속은 참 따뜻했습니다.

그 온기가 살짝 답답해질 무렵

고개를 돌려 이슬 맺힌 창문에 이마를 대면

광활한 대지 위를 날고 있는

작고 작은 비행기 속이 얼마나 포근한지 알 수 있어요.

이윽고 창밖을 내려다보면

까마득히 보이는 눈덮인 산과 마을

구비구비 넘어가는 기차길도 보이고

백야에 불을 켜고 지나가는 차들도 보여요.

난 시베리아 위를 날고 있구나

그 언젠가도 못 가볼 어느 마을 위를 날고 있구나

그렇게 정체 모를 아득함을 느끼다 덧창을 닫고

다시 작고 따뜻한 기내에 몸을 맡깁니다.

항암 중단하고 수술까지 거의 두달

한달 전 엠알아이에서는 큰 변화 없었고

구내염 같은 항암 부작용은 사라졌지만

몸살처럼 온몸이 아플 때가 많고

손발이 붓네요.

걱정 되고 겁도 납니다…

해가 바뀌어도 특별할 것 없던 나만의 찬 세상

이제 북극 위를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어요.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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