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4기임에도 무탈한 일상

산뜻한바람l위본췌보
2024.01.10 15:35 | 조회 3.4k

안녕하세요?

산뜻한바람입니다.

동행카페의 모든 환우분들과 보호자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특히 건강 복으로 모두가 완치되기를 희망합니다.

틈틈히 카페를 들락날락하다가 조심스레 일상이야기 올려봅니다.

가끔 구독알람이 떠서 들어오면 대부분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신데, 저는 일상이 너무 평온해서 죄송하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편으로는 4기임에도 잘 치료받고 잘 사는 경우도 있음을 알려야되지 않을까.. 고민하다 글을 써봅니다.

항암, 수술, 항암.. 모든 치료를 마친지 7개월 정도 되어갑니다. 그간 몸무게는 변화없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두번의 추적관찰은 이상없었고, 숙제처럼 식사를 거르지 않고 먹었었는데 이제는 입맛이 돌아서 잘 챙겨먹고 있습니다.

덤핑은 없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먹으면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려요.

항암 부작용으로 발끝이 저린 증상은 어느샌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빠졌던 머리카락도 안빠지고, 머리숯이 원체 많았었는데 80프로는 회복된 거 같아요.

음식은 느끼한 것은 몸에 안맞는지 중화요리, 튀김류는 입과 머리로는 너무나 땡기고 먹고 싶은데, 소화는 잘 안되서 절제하고 있습니다. 주로 한식이나 담백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어요.

3달전쯤 시작된 어깨 통증은 오십견이 맞는 것 같네요. 맨손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니 조금씩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참 사람의 기억은 시간에 의해 옅어지는 모양입니다.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언제 그랬었나 싶은 생각이 가끔 듭니다.

물론 두개의 케모포트가 늘 암환자임을 각성시켜주지만 말이에요.

암에 걸리기 이전의 제 삶은 그저 열심히만 살았었는데, 이제는 다 내려놓고 몇년간 백수로 지낼 계획입니다.

돈이 많지 않아도 어떻게든 살아지더라구요. 돈이 중요한게 아니었어요. 내가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의미일까요.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최대한 좋은 시간.. 지금 당장 보내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삶인데... 행복을 미뤄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당장 행복해야지..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해외여행도 계획 중이고, 아이들과도 더 자주 좋은 시간 보내려고 노력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암 자체는 나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었지만, 암으로 인해 얻게 된 반사이익은 생각보다 많네요.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는 삶 그리고 할까말까 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바로 실천할 수 있게해줬어요.

내가 언제 또 해보겠어!? 뭐 이런 마음이 매번 작용하더라구요.

2024년 한 해 동안에도 아마도 4번 정도의 추적관찰이 있겠지만,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희망해봅니다.

제 꿈은 소박해졌습니다.

이제 불혹인데, 지천명을 지나 환갑까지만이라도 무탈하게 살고 싶어요. 지금도 흰머리가 몇가닥 제 나이를 증명해주고 있지만, 완전히 자연스러운 백발머리가 될 때까지 살고 싶어요.

그냥 순리대로 사는 것이 제 꿈입니다.

항암할때 아내랑 둘이 마주앉아 밥먹으면서 제가 한 말에 아내랑 둘이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

"응?"

"머리가 새하얗게 내려앉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고 싶어!"

모든 분들에게 기적같은 한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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