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한탄 좀 해도 되나요…

가능l원불보
2024.01.11 09:16 | 조회 2k

저희 아버지는 작년 여름 건강검진에서 림프종의심소견을 받으셨어요. 이미 그전부터 기력이 없고 식욕도 없고 체중감소도 있으셨기 때문에 수차례 병원가실 것을 권유했으나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이 심하신 분이었고, 가족들이 엄청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잡을 하셔서 몸이 안좋아지셨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건강검진 결과를 여쭤보니 이상없다고 하셨지만 두달 정도 지난 다음에 사실을 이야기해주셔서 제가 울고불고 사정해서 겨우 진료를 보게되었습니다.

종양내과 주치의가 펫시티사진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을 낼 정도로 암이 림프절과 뼈로 잔뜩 전이가 되어 있었고 병원가서 각종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발불명으로 나왔어요. 주치의가 항암안하면 3개월이고 당장 응급입원을 권할 정도였고, 강력하게 항암을 권유하셔서 1차항암을 받고 나오셨습니다.

그렇게 항암이후 면역력이 약해져있는 상태에서 또 온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처리해도 되는 일을 굳이 마스크도 안챙기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있는 실내공간에서 몇시간을 보내고 오셨어요. (엄마는 당시 무릎골절로 요양병원에 계셨고, 아빠가 퇴원하실 때 쯤에 저희집은 온가족이 돌아가며 코로나가 걸려 오빠네집으로 가셨는데 워낙 고집이 세셔서 못말린 것 같습니다. 마스크못챙긴건 실수였구요.) 그리고 나서 열… 급히 응급실로 가니 폐렴이라고 하더군요.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서 혈압때문에 승압제도 쓰고 맥박도 약하셨지만 어느 정도 회복이 되셨고 열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병원측에서 계속 삼일만 더 항생제 써보자고 했지만 그냥 퇴원하십니다.

그 뒤로 아빠의 병원탓이 시작됩니다. 자기는 내시경하느라 금식을 해서, 내시경으로 장내유익균이 사라져서, 항암을 해서, 폐렴도 아닌데 항생제를 많이 써서 기력이 없으시대요. 자기를 살려준 병원을 원망하시더라구요. 엄마 말에 따르면 코로나때도 집에와서 손을 안씻었다고 하네요. 비누로 손에 있는 유익균이 씻겨져 나간다구요. 그런 분이셨으니 이제 항암은 말도 못꺼내구요.

저는 요양병원에서 퇴원하시고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요. 기저귀도 갈아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리고 당뇨가 심하신 어머니를 위해 삼시세끼 차려드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오빠네에서 또 퇴원한 아버지를 모셨죠. 그러다 오빠네에서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왔고, 이제 어머니께서 어느 정도 걸으실 수 있어서 저희집에서 두분다 모시기 시작했습니다.

전 사실 아빠의 암진단 이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해 살이 한달만에 10킬로가 넘게 빠졌습니다. 매일매일 암의 증상에 대해 검색하고 암에 좋은 것, 나쁜 것, 자연치유식단을 찾아보며 공부했죠.

항암을 안하신다니 그렇다면 내가 음식으로 아빠를 살려보겠다 생각했죠. 아빠를 모시고 난 다음에는 자연치유식단에서 쓰이는 반찬하나하나 검색해서 기름없이 다시다물로 채소를 볶고, 설탕은 쓰지않고 모든 채소는 유기농으로, 반찬 완성 후에 뿌리는 기름도 저온압착으로 해가면서 삼시세끼를 차려드렸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스프, 야채수, 그외 몸에 좋다는거 다 드렸어요. 제 남편과 아이는 뒷전으로 한 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말이죠.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 밥 차려서 방으로 가져다 드리고 엄마밥 차려드리고 그 뒤에 아이밥 차리고 나면 두 시간이 지납니다. 하루종일 부엌에 있으면서도 남편밥은 거의 못차리고요.

근데 아빠는 자꾸 제탓을 하세요. 제가 채소를 많이 줘서 기력이 없으시대요. 제가 완전 무염에 현미채식을 드린 것도 아니고 문어 낙지 전복 오리 굴 각종 흰살 생선 다 드렸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걸론 기력이 날 수 없대요. 단식투쟁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소불고기도 드리고 무항생제 돼지고기 사서 수육도 해드렸습니다. 갈비찜먹고 싶다고 하면 갈비찜해드리고, 전복은 두시간 동안 저온으로 쪄서 먹으면 맛잇다는 유튜브 링크를 보내셔서 그렇게 쪄드리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삼시세끼만 해주고 간식을 안줘서 기력이 없대요. 저는 식사와 식사 사이 항상 과일을 드렸는데 말이죠.

빵이랑 떡이랑 꿀이 드시고 싶으시대요. 네… 항암치료 받으시는 분이면 힘내셔야 하셔서 땡기는 음식 다 드셔야 하는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아빠는 죽을 때까지 병원 안가신대요. 근데 기력은 없어서 운동은 못하시고 누워서 핸드폰만 보세요. 전 아빠가 항암안하신다고 하실 때 자연치유 생각이 있으시구나 했는데 자연치유 식단도 싫으시대요. 통증은 없으시고 화장실 왔다갔다는 하시지만 저희집에 계시는 동안 기력은 계속 떨어지고 계신 상황이고요. 손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암세포들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전 이렇게 계속 고생하고 원망만 들으니 그냥 원하시는대로 좋지 않은 음식만 땡겨하는 아버지의 요구를 들어들어야 하나요? 처음에는 모시고 살자했던 남편도 이제 힘들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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