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빠가 아프고나서 배운 것들.

다정한딸l위보
2024.01.28 12:40 | 조회 3.3k

아빠가 아프고나서 배운 것들이 참 많아요.

이제 내 삶을 어떻게 계획하고 살아가야할지,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 주위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해줄 이야기도 많이 생겼어요.

참고로 저희 아빠는 위암이고 간,췌장,복막 전이로

위암 말기 판정 받고 여명 2-3개월 들었습니다.

지금은 말기 판정 받은지 한달 조금 안되었고

말기 판정 받고 몇일 만에 항암 중단하고

곧바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1. 간병 보험 필수

- 상상도 못했어요. 아빠가 54살의 나이에 대소변도 못가릴 정도로 아플거라고. 아마 아빠도 몰랐겠죠.

긴 병에 효자없다고 아빠 간병 2주하면서 저는 딸이고

아빠는 남자다보니 대소변 때문에 둘이 정말 힘들었네요.

그리고 하반신 마비가 오니 움직이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아빠가 2주를 병실에 누워있으면서 자세가 불편하다하고

욕창 생길까봐 정말 걱정했는데, 간병인 분 오셔서

대소변 다 가려주시고 2시간 마다 자세 바꿔주셔서

아빠가 너무 편해하십니다.

2. 간병 보험 외에 다른 보험도 부적이라 생각하고 들기

- 아빠 암 진단금 받고 그 외에 보험 하나도 못들었는데

입원비+수술비+간병인비+기저귀값+식비

한달에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간병인비만해도 하루 13-15만원 * 한달 = 450만원

기저귀값도 어마어마하게 들고,

저희 아빠는 식사를 못해서 뉴케어,앤커버,하모닐란에

생식 가루 섞어 드셔서 그걸 사드려야하고

가끔 떡,과일 드시고싶어하면 뭘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사야해요.

뭐라도 한 입이라도 드셔야하니 이것저것 사는데

그 돈도 만만치않고 또 음료도 드시고싶다해서

음료 값도 무시 못하고 뉴케어도 비싸더라구요.

다행히 제가 금전적인 여유가 좀 있어서

아빠 해드릴 수 있는거 다 해드리는데

돈 없으면 진짜... 서러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이번에 남편 보험 빵빵하게 들어줬어요.

부적이다~ 생각하고요. 암,뇌질환,실비 등등.

3. 살아계실 때 잘하자

- 이 말 들으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정말 살아계실 때 잘하자는 말이 뭔지 뼈저리게 느껴요.

내가 맛집 다녀오면 포장해서 부모님 드리고,

집 갈 때 부모님 좋아하는 과일이나 꽃 사들고가고

적은 돈이라도 용돈 좀 챙겨드릴걸.

이거 정말 어려운거아닌데. 그리고 아빠 병원 같이 다닐걸

병원 같이 못다녀준게 큰 한이네요.

4. 가족들이랑 해외 한번 꼭 다녀오자.

- 저는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엄마랑은 해외 자주 다녔는데

아빠랑 한 번도 못가봐서 너무 아쉽더라고요.

우리아빠 한번도 비행기 못타봐서.

아빠랑 계속 해외 다녀오자고 말만하고 한번도 못갔어요.

심지어 저 해외갈 땐 아빠가 용돈도 백만원씩 주고 그랬어요

정작 본인은 해외 한 번도 안다녀봤으면서.. ㅠ

제주도라도 다녀올걸 그런 생각이 드네요.

부모님 해외 안다녀오셨으면

동남아나 일본 패키지라도 꼭 보내드리셔요.

5. 휴일 하루 이틀 가족들이랑 보내기.

- 아빠랑 저랑 제일 하고싶은게 그냥 집에서 늦잠자고 일어나서 아침밥 먹고, 티비보고 그냥 그렇게 같이 있다가

점심 국수 끓여먹고 저녁에 예능보면서 치킨먹고

그러고싶다고 막 얘기해요. 같이 살고싶고.

저흰 부모님 이혼으로 저도 일찍 나가살고

동생도 일찍 독립해서 아빠랑 일찍 떨어져 나가 살았거든요.

아빠 꿈이 넓은 집 지어서 저희랑 같이 사는거였는데

제일 하고싶은건 그냥 평범한 일상 보내는거에요.

아빠 아프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건지,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고

내가 건강하고 내 주위사람들이 건강한게

정말 큰 행복이라는걸 깨달았어요.

암환자를 옆에서 보면 암이 정말 무서운거더라구요.

특히 못 먹는 병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저는 이제 기적을 바라진 않아요.

아빠가 그저 고통없이 남은 생 잘 마무리하고

편안하게 가셔서 먼 훗날 다시 만나기를 기약해요.

여기 아름다운동행 카페에 암 환우분들에게는

저에게 못 올 기적이 꼭 여러분에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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