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늦게나마 동행을 알게 되어 많은 글을 읽어보다가 내일 호스피스병원으로 전원하기 전 짧게나마 보호자의 시선에서 본 투병 생활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제가 직접 간병한 2023년 재발암 위주로 서술될 예정입니다.
*환우 프로필
-아름다운 동행 별명: 릴리l유보
-환우와의 관계: 자녀
-환우의 나이: 52세
-진단명과 병기: 유방암 3기, 유방암 말기(둘 다 호르몬 양성 허투 음성)
-진단받은 연도: 2012년, 2023년
-치료중인 병원: 서울 아산병원, 부산 인제대학교 개금백병원
-담당의사: 유방외과 손병호교수님, 혈액종양내과 최문영교수님
*진단 당시 상황(원발암 진단 시 필자의 나이가 어려 정확히 기억하지 못함)
-암 진단 전 증상:
2012: 유방암 진단 전 계속 피곤함을 느꼈고, 오른쪽 가슴에 멍울이 잡히면서 생리주기가 불순해짐
2023: 지속된 소화불량, 안색이 노래짐, 소화불량으로 인한 불면증, 구토, 피로감, 체중감소
-병원선택 과정:
2012: 당시 나이도 젊으셨고,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서울에 있는 병원 중 아산병원 결정
2023: 지속된 소화불량으로 위내시경만 받고 '이상없음' 소견받고 답답하던 차에 동래 대동병원에서 더 세부적인 검사를 진행 해 본 결과 유방암 전이 소견 받아 협력병원인 인제대학교 부산 개금백병원에 진료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유방암 다발성 전이 판정받고 4기 진단받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어느 병원을 갈지 매우 고민하다, 환자 상태가 계속된 구토로 인한 기력쇠약, 본가가 부산인 점, 주치의 선생님과 주변 지인 의사 선생님들의 수술을 할 수 없고 항암만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부산 백병원에서 치료받기로했습니다. 서울까지 왕복하는 것도 힘들었고 할 수 있는 치료가 약물치료밖에 없던 게 가장 컸네요. 임상 치료도 관심이 없던 건 아니지만, 대조군과 실험군 간의 복불복도 있었을뿐더러 저희 어머니를 필요로 한 임상 케이스 자체가 많이 없었습니다.
*수술경험
-수술(2회)방법 및 술식: 오른쪽 유방 전절제, 오른쪽 림프 전절제, 배꼽 밑 복부지방으로 오른쪽 유방 재건수술
-자세한 사항은 그때 당시 제가 어려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ㅜ 저는 본가에서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던 상태라 기억나는 것만 정확히 적어보겠습니다.
*항암치료
-2012: AC4회+도세탁셀4회, 방사선 25회
-2023: 키스칼리+페마라 3개월 복용, 도세탁셀 4회(뼈항암제 포함), 타목시펜(항암치료라 할 순 없지만 같이 기입합니다)
-부작용:
키스칼리, 페마라: 타는듯한 갈증, 심한 구역감과 구토
도세탁셀: 구토, 전신을 칼로 베는 듯한 고통, 몸의 붓기, 발 저림, 불면증, 무기력함, 발 시림
타목시펜: 일정 시간이 되면 찾아오는 미열, 심한 손발 저림, 두통
*보호자의 관점에서 본 투병생활
-2012년: 제가 아직 미성년자일 당시 유방암 3기 판정받으시고 수술 후 서울에서 생활하셔서 제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ㅜ 그때 방사선 25회 후 아산병원에서 페마라, 고덱스, 칼슘, 칼륨제 5년동안 복용하시면서 추적관찰 열심히 아산병원 다니시면서 했습니다. 그 후 손병호 교수님으로부터 완치 판정받고 많이 기뻐하셨고 제 가족도 기뻐했습니다.
-그 후: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로 너무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었을까요, 어느날부터 소화가 잘 안되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직업상 늦은 저녁 식사로 인한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하고 원래도 소화가 잘되지 않으셨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2022년 5월부터 안색이 약간 노래지고 얼굴이 거무튀튀해져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권했습니다. 그때, 말로만 권하지 말고 직접 병원에 같이 가서 건강검진을 했으면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그 후로 저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 2월 그때부터 어머니가 심하게 구토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밤잠도 못 이루고.. 내시경도 찍고 이것저것 검사를 할 것을 다시 강력하게 권한 후 같이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찍어봤습니다. 위내시경은 이상이 없었으나 지속된 구토로 인해 동래 대동병원에 내원해서 종합검사를 해 본 결과 간에 커다란 덩어리가 있다는 소견을 받고 개금백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영상에서 간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병변, 어깨뼈, 골반뼈의 병변, 부신의 병변을 발견했습니다. 조직검사를 한 결과 간암이 아닌 유방암 다발성 전이로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고 무너져 내리셨습니다. 2012년에 겪었던 힘들었던 방사선 치료와 세포독성 항암을 언급하시며 이 힘든 일을 어떻게 다시 하냐며 우셨고, 그때 당시 제가 많이 어렸기 때문에 저를 보고서라도 악착같이 했다면 지금 제가 대학생이 된 시점에서 그 정도의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시며 암울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어머니의 생각을 존중하지만, 난 아직 포기할 수가 없다고 끝까지 해보자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키스칼리 항암을 시작하게 되시고 본격적인 심한 구토 부작용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구토하고, 하루종일 찬 음료만 드시고, 힘든 항암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3개월 후 경과를 보는데 키스칼리약이 효과가 없어 간에 있는 병변이 더 커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암울한 마음으로 이제 남은 것은 세포독성 항암밖에 없더군요. 파클리탁셀을 먼저 시도했다가 부작용으로 쇼크가 와서 죽다가 살아나시고, 도세탁셀을 맞기 시작하는데 이미 간에 암이 많이 퍼져 도세탁셀을 간이 감당하기 어려워한 것 같습니다. 케모포트 삽입부터 쉽지 않았으며, 항암 도중 복수가 차기 시작해 복수 천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더 식사를 못 하고 그저 악순환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먹이고 운동시키려는 보호자와 환자 간의 대치가 시작되며 양측간 너무 힘들어했던 기간이었습니다. 11월, 주치의 선생님께 간경화 C단계 진단받고 더 이상의 항암치료는 무의미하다는 판정받고 타목시펜, 우루사 먹으며 지냈습니다.
2024년 1월 20일경 두통이 너무 심하다고 하셔서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를 드렸습니다. 그 이후로도 두통은 지속되었고 결정적으로 1월 23일 균형을 잘 못 잡으셔서 용변을 보러 가시려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낙상하셨습니다. 그때 머리를 땅에 살짝 부딪쳐 응급실에 갔고 CT상 뇌출혈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혹시 몰라 입원했고, 입원해서도 낙상사고를 한번 당하셔서 뇌 MRI를 찍어본 결과 다발성 뇌경색 소견 받았습니다. 양 소뇌에 경색이 생겨 소뇌가 중뇌를 압박해 그사이에 척수가 압박되며 뇌압이 상승해 언제 죽어도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게 되었습니다. 소뇌뿐만 아니라 뇌에 전반적으로 동그랗고 조그만 덩어리 같은 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저게 다 암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뇌압 상승으로 인한 중뇌 압박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대비하라는 말을 듣고 제발 뇌압이 낮춰지길 바랐습니다.
다행히 현재 뇌압은 많이 하락했으나, 경색 후유증으로 인한 말의 어눌함, 균형감각 상실, 삼킴장애, 가래, 기침이 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2개월 시한부 선고받고 호스피스병원 전원을 적극적으로 권유받아 내일 부산보훈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전원합니다.
*느낀 점
제가 어린 나이에 이런 상황을 겪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저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곳에 갇힌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해서든지 불안해하는 모습을 티 내지않고 어머니가 저에게 말하는 말들을 잘 들었던 것 같네요. 어머니가 뛰어내려서 죽고 싶다고 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싶다고 말씀하실 때 정말 힘들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듣고 공감하고 그래도 "엄마 그래도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그렇지?", 내일은 이것보다 한 숟갈만 더 먹어보자,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네요. 물론 보호자의 위치에 서게 된 후로 하루하루가 선택의 연장선이었으며, 항상 최선을 고민했고, 그에 따른 후회, 딜레마는 여전히 저를 압박하고 고민하게 만들지만, 제가 힘을 내지 않으면 아무도 어머니를 지켜줄 수 없음을 계속 다짐하며 오늘도 속으로 내가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고 뒷받침해 드려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이제 내일 호스피스 병동으로 전원하게 되네요.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지만, 어머니가 더 이상 고통에 몸부림치며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간병하려 합니다.
*마치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식단 같습니다. 5년 추적관찰 후 배달 음식을 많이 먹은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건강관리에 해이해진 경향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주기적으로 전체 건강검진을 무조건! 해야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투병 생활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생활이더군요... 무조건 긍.정.적.인.방.향.으로 생각하시는 걸 권유합니다. 보호자가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하더라구요ㅎㅎ
2024년 아름다운 동행 회원님들 모두 복 많은 한 해 되시고 꽃길만 펼쳐지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