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항암 중단 해야할것 같습니다.

기로l췌보
2024.02.25 15:50 | 조회 5.3k

1년동안 소화불량+복부팽만+변비에 시달리시면서도

바로 코앞 세브란스나 주기적으로 가시는 아산에서 검사 받을 생각은 1도 안 하셨던 아버지가

참다참다 응급실을 통해 세브란스 입원하여 2차 항암까지 마쳤습니다.

1차 때 나이와 체력 등을 감안하여 폴포리녹스를 미리 감량하여 시작하였지만, 구토가 너무 심하여

2차 항암때 다시 한 번 감량하여 비교적 편안(?)한 2박3일 항암기간을 보냈는데요.

그때만 해도 이 정도 항암이면 편안하고 평화로워서 얼마든지 자신있다고 큰 소리 치셨는데,

퇴원하신지 1주일 만에 저혈압+고열로 응급실 통해 입원하셔서 승압제에 이뇨제 항생제를 주렁주렁 달고 계시네요.

교수님은 항암은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시고.

저는 이 말씀이 '아빠의 치료를 포기하겠다'로 들려서 며칠동안 또 머리아프게 고민하며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설사는 멈추지도 않고, 적혈구 백혈구 호중구 수치는 바닥을 치네요. 그라신 주사가 크게 힘을 못쓰나봅니다.

말로만 듣던 패혈증을 경험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항암 중단이라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그렇게 야속하게 들렸는데, 며칠간 너무나 힘들어 하시는 아빠 모습을 보니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집에서 저와 계실 때 열심히 드시고 계단 운동하시던 아빠가 입원기간 단 며칠만에 다시 산송장 같은 모습이 되시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어요. 항암하시는 분들은 조심해도 패혈증 한번씩은 거쳐간다던데, 말이 그렇지 막상 닥치니 무서운 생각만 머리에 가득찹니다. 내가 뭘 놓친걸까. 그 생각만 끝없이 맴돕니다.

계산도 빠르시고 몇 번 읽으신 책은 거의 외울 정도로 암기를 잘 하시던 아빠가

말씀도 점점 어눌해지시는 것 같고, 예전 기억과 지금 기억이 섞여있고, 현실과 생각의 경계가 모호하신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말씀도 하셔서 이제 항암 보다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회복되기만을 기도하고 있네요.

집에 아직 손 많이 가는 꼬마들이 있어 간병인께 아빠를 부탁하고 집에 오는 발걸음이 참 무겁습니다.

너무 많이 아픈 아빠가 계시는 1인실과,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 너무 다르고 낯설어서 어느 쪽은 나쁜 꿈같고 어느 쪽은 좋은 꿈 같아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너무 이질적이라서 집에 있는 지금이 적응이 안되네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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