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냉동제거술 후기 1. 쿡쿡.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2.28 22:06 | 조회 3k

안녕하세요, 빛나는 전진입니다.

저는 대장암(S결장암) 4기 간 폐 전이 환자이며 폴피리 얼비툭스로 19차 항암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11일 대장암 복강경 30센치 절제 수술, 간암 개복 50퍼센트 절제 수술, 간암 고주파절제술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시 수술 이후에도 간에 남은 종양이 있어서 다학제 진료를 거쳐 지난 2월 19일 간암 냉동제거술을 받게 됐습니다.

이에 암 특수 치료 중 하나인 냉동제거술에 대한 후기를 올립니다. 그리고 이 후기는 지극히 개인적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냉동제거술을 포함한 모든 서술 내용도 환자 및 병원 등의 개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먼저 암 냉동제거술(Cryo.Ablation)은 흔히 말하는 냉동요법(Cryotherapy)과는 그 시술의 대상과 강도 면에서 완전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장 깊숙한 곳의 종양을 전신 마취 없이 제거하는 시술을 감히 ‘테라피’ 수준의 어감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거예요.

간암 냉동제거술 시술 전에, 저는 왜 수술 후에 남은 종양을 빨리 시술해서 제거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는데, 그 이유를 바로 알게 됐습니다. 절제 수술 후에 바로 시술을 하기에는 무척 아팠거든요🥶. 누구는 수술 후엔 안 아프다 하고, 대장 절제 수술과 간 절제 수술의 통증을 서로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동시에 두 가지 수술을 한 사람으로서는… 너무 아팠다요!

대장암 수술 외과 교수님의 계획으로 시술은 수술 후 한 달 이후에 조금이라도 안정기를 갖고 하게 됐고, 그동안 병원은 시술에 필요한 냉동 가스를 준비(가스 입고 일정도 중요)하고 그에 맞춰 입원실 예약을 해줬습니다.

그렇게 수술 후 한 달 넘게 지나서 같은 병동에 입원을 했습니다. 병동 전문의와 간호사분들 모두 그대로 계셨어도 설마 저를 기억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남편과 간호 스테이션에 가자마자…

앗! 보호자분?! 여기 또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뜨악~ 보호자 구씨 먼저 기억하고 있더군요🤣. 아무튼 아산 병원 입원 병동의 의료진들은 모두 친절을 넘어선 프로들입니다. 차트엔 없지만 지난 입원 때 겪었던 환자의 세세한 사정까지 기억하고 처리해주더라고요. 주사통이 심하니 주사는 최대한 늦게! 진통제는 빨리!

아산은 알고 있다, 내가 오이 못 먹는 것을.

자정 이후 금식~ 오더를 받고는 오후 시술이라서 뭐라도 먹어두려 했지만 너무 긴장하고 입맛도 없어서 아무것도 먹질 못했어요. 그저 제발 다른 카페에서 봤던 그 한 명의 시술 후기가 과장된 것이라면 좋겠단 생각만 했습니다. 핏대가 설 정도로 아프다닝?! 아닐거야~ 아닐거야~.

결전의 날이 밝고도 한참… 오후 4시로 예정된 시술 시간은 도무지 올 생각이 없고 공포의 기다림만 일찍 와 있더라구요-.- 밥이라도 먹어야 시간이 빨리 갈텐데 남편 마저 굶고 있었어요. 어서 해치우자는 각오와 정말 하기 싫다는 고민이 극에 달할 때 즈음 병실에 간호사가 왔습니다.

오후 4시 시술을 삼십분 뒤인 2시에 할 거 같아요!

그리고 간호사는 주사 바늘을 빼주면서 시술장으로 내려가기 직전에 효과 좋은 근육 진통제를 놔주겠다고 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눈물 나게 고마운 말씀입니다.

진통제를 맞고 시술 후에 4시간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기에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고 침상으로 이동해서 2층 초음파실로 내려갔습니다. 두근두근…

원래 아산 초음파실은 엄청 붐비는데 이날은 어쩐지 조용했습니다. 19일이었는데 의료 파업 시작 바로 전날이라 모든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어요🥺.

남편이 기다리며 찍은 텅빈 초음파실 풍경.

저는 3번방.

지난번에도 한 번 들어갔던 3번방, 초음파실에 초음파방입니다. 이번에 다른 점이 있다면 침상 그대로 누워서 들어갔다는 것. 저는 온갖 기계와 모니터들 가운데로 쏘옥~ 들어갔습니다.

작은 방엔 의사 두 분(영상의학과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두 분이 계셨는데 제가 들어가자마자 양쪽 허벅지와 발목을 묶고, 왼쪽 팔은 붙여서 묶고, 오른쪽 팔은 혈압계를 달고 펴서 묶었습니다. (오른쪽 옆구리 앞쪽 간 시술이라서) 그리고 저를 마주보고 앉은 의사가 무언가로 오른쪽 옆구리 앞쪽, 또는 오른쪽 갈비뼈 맨 아래 부분을 쿡쿡 대보거나 찔러 봅니다.

와~ 묶여서 무방비 상태로 그 부분을 쿡쿡 찔려 본 적 있으실까요? 정말 깜짝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어요;;; 제가 놀라기도 하고 긴장을 많이 해서 힘이 들어가니 마주보고 있는 교수님이 손을 잡아주며 한마디 해줍니다.

준비하는데 삼십분 넘게 걸려요. 너무 긴장하지 마셔요.

안정제와 진통제가 투여되고 국소 마취 후,

이윽고 길고 뾰족한 봉 같은 것이 앞서 말한 오른쪽 옆구리 앞쪽, 또는 오른쪽 갈비뼈 맨 아래 부분을 뚫고 등 뒤까지 들어옵니다… 들어왔습니다.


사실 저는 퇴원 후 며칠 동안 무기력한 생활을 했어요. 수술의 통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시술의 고통이 너무 컸고 그 통증과 기억이 며칠 전까지 계속 남아서 힘들었습니다. 동행에도 몇 번 들어왔지만 약속한 후기를 못 쓰고 있다가 늦게나마 이제 힘을 내어 써 봅니다.

생각컨대 제가 느끼고 얘기하는 통증은 사람과 위치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꼭 같다고 생각마시고 상황에 따라 다를테니 부디 걱정 없이 수술과 시술에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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