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냉동제거술 후기 2. 안되면 다시 한다.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3.18 17:27 | 조회 2.6k

냉동제거술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무용담 두번째.


어느새 옆구리에서 등 안쪽까지 뚫고 들어온 묵직한 이물감. 금속봉이 콰악- 덜컥, 콰악- 덜컥…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움켜줬다 놓았다를 반복합니다.

제 옆구리에 대고 무언가 조물조물 조작하는 의사의 손이 보입니다. 콰악-하면 냉동하는 시간인 것 같고, 누구 말처럼 목에 핏대를 세울 정도?의 강도입니다🤬. 덜컥하면 옆구리에 대고 있던 의사의 손도 쉬는데 아마도 해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냉동과 해동을 수차례 반복합니다. 진통제와 안정제 덕분인지 몽롱한 것이 참을만 했습니다. 그렇게 사십여분 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남편 말로는 저멀리 대기실 구석까지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저는 잠깐 기절한 것 같아요. 금속봉을 간에서, 아니 몸 속에서 빼는데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었습니다. 항암약이 흘러서 화상을 입었던 통증, 결장 내시경을 생으로 받던 통증, 개복 수술 받고 회복실에서 깬 통증, 간에서 배액관 두 개 뽑을 때 통증…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정신을 좀 차리니 의사가 말합니다.

이제 반 했어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이제 반?! 저는 다시 기절했습니다. 눈을 다시 뜨니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로 보는 천장은 자꾸 멀어져 심연으로 침몰하는 것 같았습니다. 잔공의 한 분, 간호사 두 분이 제 침대를 끌고 나왔습니다. 남편의 목소리도 들리는데… 너무 아파서 저는 자꾸 온 몸을 꺽었습니다. 원래 끝나면 안아파야 하는 거 아닌가?! 끝나도 아픈 건 뭘까요!!

땡땡땡님~ 몸을 움직이시면 안돼요!

으아악!!!

초음파실에서 씨티실까지 가는 복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홍해처럼 갈라졌다네요;;; 저는 정신이 없어서 허우적 거리던 것만 기억납니다.

너무 아파요!!!

씨티실까지 따라온 의사에게 사정했어요. 그사이 간호사는 막 달려가서 벽에 붙은 핸드 타올을 뽑아서 제 눈물을 닦아줍니다. 저는 씨티실 구석에 조그만 방으로 들어가서 진통제를 하나 더 맞았습니다. 정신도 좀 돌아왔습니다.

어디예요~? 누구예요~?

건장한 청년 두 명이 두리번 거리다 저를 발견합니다. 소란 좀 부렸다고 아산의 진상녀를 어찌할 건가?!

저희는 씨티실 직원인데요. 땡땡땡님 모시러 왔어요!

알고보니 몸을 움직이면 안돼서 촬영대까지 수평 이동해줄 사람들이었습니다. 어찌저찌 씨티를 찍고 나왔습니다. 이제 병동에 돌아가서 자고만 싶었습니다…

교수님이 씨티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래요.

초음파실에서부터 따라온 의사쌤 왈, 씨티 결과 보고 안되면… 다시 하라고 하셔서 저희들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안되면 다시 한다고! 박인자 교수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씨티 결과 보고 안되면 다시 할테니 기다리라고 했답니다. 저는 남편에게 외쳤어요.

절대 다시 안해!!!


다행히 저는 다시 시술 받지는 않았습니다. 씨티 결과와 엑스레이 검사까지 통과시킨 교수님은 다음날 아침 회진 오셔서 웃으며 얘기합니다. (이분은 환자의 상태가 표정에 나타나심)

아주 넓게 잘 지져졌어요^^

어쨋든 그토록 아팠던 일도 없어지듯 남은 암조각도 없어졌습니다.


냉동제거술은 근치적 수술이 가능하지 않은, 고령 환자의 종양을 제거하는 시술이라고 합니다. 이 시술은 여러 암종에 적용할 수는 있지만 수술에 비해 재발 확율이 1% 더 높다고 해요. 그 1%의 차이로 젊은 암환자에겐 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 수술 받고 남은 암조각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받은 시술이어서 그랬는지 제겐 특수 치료라기 보다는 전략적 보조 치료 같았습니다.

그리고 통증이 심하지 않은 치료라고도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전 동의할 순 없지만🫣 아마도 제거할 종양의 위치에 따라 느끼는 통증은 분명 다를 겁니다. 그래서 그냥 이 이야기는 저의 무용담일 뿐이에요~.

후기 1.에서 어느 분의 댓글처럼 저는 선항암도 받고, 수술도 받고, 시술도 받고, 후항암도 받는, 할 수 있는 건

다 받는 환자입니다. 그리고 아프기도 무지 아픈 환자랍니다^^ 하지만 운이 좋아서 높은 역량의 병원에서 좋은 의료진 분들에게 잘 치료 받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잘 치료 받고 있다고 믿는,

치료 받는 태도가, 본질이 아닐까합니다.


이상 도저히 기억하기 싫은,

(날려먹은 글은 길고 지루했다죠)

억지로 되새긴 후기였습니다.

음… 진짜 후기는 내 자신이지만,

항상 겨울 겨울 겨울일 것만 같던 어제가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수술과 시술을 받은 오늘이 가면,

제게도 내일이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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