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수술 후 항암이 더 힘들다아~ 그죠?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3.24 17:33 | 조회 3.2k

수술 전 두 달, 수술 후 한 달 반… 석 달 보름을 쉬고 지난 주에 두 번째 항암을 받았어요.

항암 진료 때 교수님 제 얼굴을 보시더니, 힘드냐고 묻습니다. 수술 후 몸무게 10키로 빠지고 다시 항암 후 일주일에 2키로씩 4키로가 줄어 들었으니 얼굴이 쾡~했나 봅니다.

수술 후 항암이 더 힘들다아~ 그죠?

김영감님 그날은 어쩐지 좀 정다운(정있는) 멘트로 컨디션을 챙겨 주셨습니다.

항암을 좀 쉬어 볼까요?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

아싸! 저는 정말 쉬고 싶었습니다. 수술 후 다시 받은 첫 항암 때 더욱 심해진 오심으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항암 이주차에도 오심에 더해진 오한 같은 부작용들이 줄어들 기미가 없더라구요ㅠㅠ 너무나 힘들었기에 그날 따라 다정한 교수님 말씀에 몸이 스르르 녹고 있었습니다. 그런뎅!!!

그래도… 이번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옆에 서있던 보호자님은 제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교수님께 이번 항암 받을 수 있다, 오심 약 더 챙겨달라, 다음에 힘들면 그 때 말씀드리겠다… 이러는 겁니다. 이런 보호자놈아!!!

보호자가 그러는 사이, 또 제가 명확한 반대를 외치지 못한 사이에 교수님도 수치상 항암 못할 이유는 없다며 그럼 고우~합니다. 그래서 진짜 힘든데도 불구하고 얼결에 두 번째 항암을 받고 왔습니다.

남편에게 너 왜 그랬냐 물어보니, 부작용이 오심만 있어 보여서 처방 약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요즘 심상치 않아지는 의료 파업에 항암치료라도 한 번 더 받아두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네요. 무엇보다 내가 자기처럼 계속 항암 받기를 원하는 줄 알았다나요… 아놔…

낮이고 밤이고 울었어야 했는데 괜히 용감한 척 했나 봅니다. 아니 용감해 보이지도 않는데 보호자놈이 절 완전 오판하고 있었네요. 어쩐지 요즘 보호자놈은 에이아이 같아져서 절 데이터로만 보나봅니다. 전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데 말입니다.

일단 오심은 기본에, 1분에 한번씩 더웠다 추웠다하고,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납니다. 다리가 시큰거려서 누워 있어도 힘들고, 그래서 앉아도 힘들고, 결국 침대맡에 어정쩡 서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수술 후 항암이 더 힘드냐고 항암주사실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분이 많다고 하네요. 진짜 수술 후 항암이 더 힘든 걸까요? 물론 제 기준에선 다섯 배 정도 힘듭니다만… 이게 정말 다반사인지 모르겠어요.

뭐 딱히 예방 항암도 아닌, 4기에 기약 없는 항암이라 수술 후 더 힘들어진 항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항암 치료의 효과는 무엇보다 꾸준함에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왔고 수술하기 전까진 어떻게든 버텨왔는데… 이젠…

그래서 다음 항암은 꼭 쉬리라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 번 항암을 자의로 쉬게 되면(그런 컨디션이 되면), 다음 치료도 쉽게 중단될 수 있고 내 몸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또 강대강으로 치닫는 의료 파업으로 치료 일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 없어요. 그냥 좀 쉬고 싶습니다.

야구를 보면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11 대 1로 이기던 경기가 9회말에 11 대 8이 됐어요. 간신히 이기긴 했지만, 9회말에 7점을 내준 오늘 경기가 꼭 제 상태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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