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무주에서 이런저런 잡담

완생 l 직본직보
2024.03.25 01:31 | 조회 780

원래 계획은 3월 마지막 주~4월 첫째주 나홀로 남해 여행이었답니다. 버킷리스트 중 통영 국제음악제 자원봉사가 있는데, 그 기간이 3/27~4/7 이거든요. 하지만 지원서류는 보기좋게 똑 떨어지고, 그래도 여행은 가겠노라 했는데, 이노므 쏟아지는 회사일은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불가능이었습니다. 믿을만한 사람들은 다른 일로 엄청 바쁘고요. 할말 참 많지만, 일하고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그냥 스킵. 올해 7월 런칭 후 대응 2달 지나면 가을에는 정말 2주 이상 사라져버릴겁니다.

무주는 가게일 하느라 여행 한번 가기 힘든 남편과 중학교 올라간 딸과 함께 모처럼 가족여행으로, 남편 가게 쉬는 일요일 딱 하루 1박 후 둘이 올려보낼 예정이었죠. 그리고, 나 혼자 일주일 남해 돌아보자 했으나, 회사에서 다음주 처리해야할 일 생길때마다 단축, 3일, 2일, 결국 1일.

그런데 목요일에는 남편 큰아버님 부고가 날아옵니다. 뇌출혈로 쓰러지시고나서 요양병원에서 오래 아프셨죠. 작년에는 당뇨로 다리를 잘라내셨어야 했어요. 남편이 토요일 가게 끝나는대로 장례식장 가서 밤새고, 일요일에는 화장터, 장지 간다길래 가족여행은 니 팔자에 없는가 보다 싶더라고요.

또 학원 가기싫다고 입 댓발 나와서 폰만 보려는 딸과 한바탕 한 후, 아 정말 회사고 가족이고 꼴도 보기 싫고 나혼자 모르쇠 훅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봄철 되서 기침콜록이는 딸을,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버려두고 나갈만큼 모질지 못해서, 일단 남편에게 전화해서 장지로 가겠다하고, 딸램과 짐챙겨서 선산이 있는 안성으로 갔습니다.

남편 집안 일가친척들은 되도록 많이 모이는 것, 왁자지껄 노는 것, 남참견하는것 쵝오 좋아하는 일반적인 한국 가족상입니다. 시아버지는 7남매중 막내아들이시라 저희는 가든말든 중요한 사람들은 아니고, 선하신 시어머니는 제가 안간다하면 그대로 인정해주시고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시지만, 역시 가면 말많은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체면치레 할 수 있어 너무나 좋아하시죠. 뭐 하루 반나절 시끄럽고 불편하고 피곤한거 그게 뭐라고, 시부모님 기 살려드리는 걸 못 하겠습니까만, 저도 참 반항적 인간이라 잘 안 갔었죠. 아픈 뒤에는 더더욱 가기 싫더라고요.

긴 생각 접어두고 일단 갔습니다. 가서 얼굴 비추고 잠시 있다가, 남편 픽업해서 무주 일박이라도 하자는 계획으로요. 취소 기간도 지나서 안가면 날리는 돈이고, 못 갈 상황이면 딸을 남편에게 인계하고 나라도 가자 했죠.

도착해서 많은 친지 분들 인사드리고, 아니나다를까 암 소식 이후 어떤가 하는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온몸 가득 받으며, 어떤 분은 기어이 마스크 좀 벗어보라며 수차례 요구합니다만, 못 들은척. ^^; 어차피 밥먹을때 드러나는 얼굴. 나쁜 분들은 아니고 그저 일반 군상의 날아드는 호기심 어린 노골적인 시선. 화장실도 없는 선산에서 밥 먹고 싶은 생각 전혀없었지만 예의상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시끌벅적 한 시간 겪고, 무덤에 인사도 드리고. 그래도 일 있을때 이렇게 우르르 몰려와줄 친지들이 있어서 남편 집안은 좋은듯 합니다. 저희 집안은 ㅎㅎㅎ

떠나는 것도 인사에 인사에 또 인사를 하고 마침내 출발해서 2시간반 달려서 무주 도착. 숙소는 참 좋습니다. 장례식장 밤새고 온 남편과 퉁퉁 불어터진 사춘기 딸과 한거라곤 저녁 산책 잠깐, 바비큐, 티비 보기. 저도 피곤해서 이른 저녁부터 자다가 방도 너무 덥고, 배변문제도 있고, 코골이 남편 시끄럽고 등등 일어나서 온도조절하고 화장실 왔다갔다하며 글 쓰네요.

사는게 뭐 별게 있나요. 혼자 유난 떨지말고 적당히 맞추며 대충 지내자 싶으면서도, 마음 한편은 또 내가 원하는 삶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그러네요. 낼부터는 정말 다시 정신 차리고 다이어트라고!를 외치며 사진이나 몇 장. 무주 서림연가라고 숙소는 혼자 오기도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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