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낙지가 우물에 빠진 날.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3.27 23:25 | 조회 1.9k

동행은 우물가 같아요.

물을 길으면

어떤 날은 기쁨이 가득하고

어떤 날은 슬픔이 넘쳐요.

그리고 우물가에서 우리는 응원을 해요.

다음에 물을 길었을 땐,

우물가의 모두가 기뻐하기를.


열흘만에 집 밖으로 나가

연포탕을 먹었어요.

식당 사장님이 산낙지를 막 넣고

살짝 익은 낙지 다리를 잘라 배춧잎에 얹어 줬는데,

저는 암환자라 설익은 걸 못 먹는다 했어요.

옛날엔 산낙지도 참 좋아라했는데 말이죠…

깊게 우러난 국물에 낙지 머리까지 푹~ 익혀

먹물까지 맛있게 먹고는 식당을 나가는데,

아까 사장님이 저에게 말합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우리집에 오시는 모든 손님들이,

안아팠으면 좋겠어요!

야들야들 통통한 낙지 한 젓가락

초고추장에 콕찍어 먹는 맛이란 참!

어쩌면 슬픔에 쩔어있는 우리들에게

낙지 한 젓가락이 기쁨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작고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자구요.

계속 기쁨을 길어내다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 거니까요.

낙지가

맛있는 국물에

빠진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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