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처음이자 마지막 글을 씁니다..

직딩l바보
2024.03.28 22:43 | 조회 4k

안녕하세요. 저는 바터팽대부암 4기로 투병 중이신 엄마를 두고 있는 보호자입니다. 엄마는 올해 한국나이로 61세이십니다.

엄마가 제 곁에 있을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저도 모르게 계속 들여다보게되는 동행에 들어오는 대신에 남은 시간 엄마에게 충실하려고 이렇게 마지막 글을 씁니다.

엄마가 암진단을 받으신건 2022년 7월이었어요. 췌장바로 옆이라 위치가 좋진 않지만, 크기가 1cm도 되지않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건강검진 중에 발견한거라 1~2기를 예상했었네요.

바로 수술 날짜 잡고 PPPD 수술을 하셨는데...수술 후 림프절 3개에서 전이가 발견되어 3기로 진단받고 예방항암을 했어요.

예방항암 후 ct 등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엄마도 예전처럼 건강하셨기에 좋은 일만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방항암 종료 후 6개월 만에 재발.. 림프절 전이가 많이 퍼져서 다시 항암을 시작하셨어요. 예방항암때보다 쎈 약을 썼기에(폴피리) 머리카락도 빠지시고 힘들어하셨지만 동생 결혼식때 엄마가 아프신걸 아무도 모를 정도로 건강하고 씩씩하셨어요.

그리고 올해 1월 초에는 항암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주치의선생님(간담췌외과)의 허락 하에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고 엄마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모든 일정을 잘 따라오셨어요. 유럽 다녀온 후 CT와 피검사 결과 항암을 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치의 쌤의 말을 믿고 저희는 이제 엄마가 오래 건강하실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그후로부터 점점 기침이 심해지시고 서서히 컨디션이 나빠지셨어요. 처음에는 항암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고 그 이후에는 동네 병원가서 약을 처방받아 드셨습니다. 올해 설날까지도 그저 감기가 좀 오래간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3월 초가 되었는데, 다음 외래 날짜가 3/25여서 기다려볼까하다가 엄마 호흡이 편하지 않아서 일단 2차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를 받았는데....약간의 폐렴과 심각한 폐전이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급히 사정사정해서 강남세브란스로 와서 처음으로 종양내과 교수님을 뵈었는데, 엄마가 사실 날이 1~2개월 밖에 남지 않았으며....할수있는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항암 내성이 생겨서 중단한 것도 아니고, 주치의가 중단하라고 해서 중단한 건데...2개월 반만에 저희는 기대여명 1~2개월 선고를 받았네요..

이후 지금까지 강남세브란스에서 치료받고 계신데...마지막으로 한번 항암치료를 시도하였으나, 흉수가 많이 차고 호흡곤란 증상이 너무 심각해져서 더이상의 항암치료는 불가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어요.

그래도 메이져 병원이라서 주치의 선생님 말씀만 믿고,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음식 사드리면서 엄마가 곧 회복하실거라고 믿었는데...다음달이 엄마 환갑인데....도저히 믿을수가 없네요.

불과 몇주만에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뒤늦게 동행에 가입해서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위로도 받고 조금이나마 정보도 얻어서 감사했습니다.

엄마가 언제까지 저희랑 있어주실진 모르겠지만 오늘 숨이 가빠서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뵙고 오니....이제는 그냥 그 기간이 얼마가 되었든 엄마가 편안하시기만을 바라게 되네요..

평생 장애 있으신 아빠를 대신해서 가장 역할을 하시고 할머니도 재작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모시고 살았던 천사같은 우리 엄마...

힘든 상황에서도 두 딸을 다 모두가 부러워 하는 직업을 가질 수있도록 뒷바라지 해주시고 엄마 항암 하시는 동안 저희 자매 모두 결혼도 해서...엄마에게는 이제 편안한 노후만이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이렇게 짧은 시간이 남아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엄마가 웃으시며 '바쁜 딸들이 맨날 이렇게 보러 와주고...난 참 복이 많아. 나 한달은 더 버티겠지?' 하시는데 엄마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간신히 눈물을 참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한테 더 자주 찾아가지 않은 것, 1월 중순부터 계속 컨디션이 조금씩 저하되셨는데 항암 후유증일 거라고만 생각하고 주치의 선생님이 3개월 후에 CT보면 된다고 하셨으니 3개월 안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너무 후회되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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