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님들의 꽃 사진으로 마음 더 환해지는 사월이에요. 우리 인생에도 밝은 꽃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어제 22차 항암을 받고 왔어요. 다시 시작한 항암이 진짜 gr 맞게 힘들어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좀 쉬어볼까 하다가 또 얼렁뚱땅 받고 왔어요😳.
요즘 의료 파업으로 교수님들이 모두 바쁘다는데… 우리 김영감님은 암병원장인데도 어쩐지 한가하신 것 같았습니다. 예정된 진료 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오라해서 헐레벌떡 들어간 진료실 첫 질문도 여유롭게 들렸습니다.
간은 좀 어때요?
앗… 이 허를 찌르는 질문은 뭐지?! 하마터면 환자가 자기 간이 어떤지 어떻게 아냐고 따질 뻔 했어요. 의사 경력 삼십년 넘는 분의 이런 선문답은 뭘까 생각하는 사이, 간은 나중에 씨티로 보면 되구~ 오케이~ 항암하는 거로~ 이러십니다.
혀갸 먀비딘 겨 갸타혀!
어버버… 얼결에 받은 항암에, 진짜 혀마저 굳은 거 있죠. 에헤헤… 혀가 마비된 거 같다고 간호사에게 말하니, 어머~ 이거 항암 부작용인데 진짜 이런 건 처음 봐용!!! 이러며 마냥 신기해합니다.
그렇게 네시간 동안 항암을 받고 나오는 길, 차창 밖으로 성내천 방죽에 노랗게 핀 개나리들을 보니 기억나는 것이 있어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겨냐르으 비므루… 개나리의 비밀을.
중학교 1학년 때, 생물 선생님이 담임이었어요. 새학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종례 시간에 담임이 개나리의 암술과 수술의 갯수를 알아오라는 거예요. 뭐 그런 걸 숙제로 내주나 싶었지만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같은 반 친구와 둘이 담너머 이웃집에 핀 개나리 꽃들을 기웃거리며 열심히 쳐다본 기억이 납니다.
가운데 암술 하나, 옆에 수술 둘. 다음 날, 반 아이들에게 답을 들은 선생님은 개나리 꽃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어요.
모든 식물은 꽃을 피우면 열매를 맺는데,
개나리는 열매를 맺지 못해.
개나리는 꽃이 지면 잎만 무성할 뿐이지.
왜 개나리는 열매를 맺지 못할까?
개나리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어.
암꽃은 암술이 수술보다 길어서 꽃이 뾰족하고 안이뻐.
수꽃은 수술이 암술보다 길어서 꽃이 제쳐지고 이뻐.
그런데 개나리 꽃은 암그루와 수그루에서 따로 피고,
개나리는 그냥 가지를 잘라 심어도 뿌리를 내리거든.
이 때 사람들이 꽃이 더 예쁜 수꽃 가지만 심는 거야.
그래서 암꽃 개나리는 자꾸 적어지는거야.
개나리는 암꽃이 10퍼센트, 수꽃이 90퍼센트지.
수꽃만 한군데 모여서 많이 피는 거야.
그러니 나비와 벌이 와도 꽃가루 수정을 못해주고,
많은 개나리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거야…
어쩌다 암꽃 개나리가 있는 곳에 열매도 있긴 해.
사람들은 또 귀한 개나리 열매를 약으로도 쓴다.
사람들 참 독하지? 자연까지 바꾸는 게 사람이야.
선생님은 예뻐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걸까요? ㅋㅋ 아무튼 어제 개나리를 보고 문득 떠오른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주니, 한 사십오초 쯤 오~ 그래? 하더니 다시 앞만 보고 운전합니다.
예뻐서 살아 남고 싶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