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요

건강하게 사는 세상
2024.04.10 10:54 | 조회 572

며칠전 한식날 산소에 다녀왔어요.

우리 할머니 보러가는게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지만

자꾸만 아쉬움이 남고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어쩔수 없이 우울해지네요. 그래도 벚꽃나무가 핀 긴 도로를 할머니 산소에서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오래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함께 계시니 이 또한 안심이구요. 생전에 두 분은 자주 투닥거리셨는데 그 이야기를 하며 친척들과 많이 웃었습니다. 지금은 사이좋게 계시겠죠?

독일로 갔다고 생각한 할머니의 큰손자가 그 곳에 있어서 아마 깜짝 놀라셨을 거예요. 아프실때 큰손자가 너무 보고싶다고 하시고..잠자리에 드시기전 빨리 잠들어야 꿈에서라도 큰손자를 본다며 누우시던 할머니...

할머니가 큰손자를 어릴때부터 키워주셨어요. 삼촌이 이혼하면서 그렇게 되었지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하늘의 별이 되었고 충격받으실 할머니에게 회사에서 독일로 출장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격리되어서 집에 못 들리고 간다..라고 식구들 모두 가슴아픈 연기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일을 얼마나 잘하면 독일로 가냐고 감격해하셨고

할머니 앞에서는 우리집 장손이 출세했다고 다 할머니가 잘 키워주신 덕분이라고 기뻐하는 연기를 했습니다.

내 동생..우리집 장손.. 사촌이지만 어릴때 함께 자라서 내동생이다 생각했지만 투자를 하고 빚을지어 삼촌을 힘들게 해서 한심하다 생각만 했지 좋은 누나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잔소리만 했고 손주를 감싸주는 할머니만 불쌍하다 생각했고 할머니를 힘들게 한다고 화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잘 모르던게 있었어요. 동생은 아픈 손가락 이었고

할머니는 그것이 늘 마음에 사무쳐서 제가 고생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할머니의 기쁨이고 흐뭇함이었다는 것을요.

밤 늦게 들어와서 할머니가 밥차려 주셨던거

그 시간에 밥도 안먹고 와서 할머니 힘들게 한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전혀 힘들지 않으셨을 거라는거

지금은 알것 같아요.

할머니가 임종이 임박했을때

할머니 귀에 대고 울면서 말했어요.

할머니.. 혹시나 ㅇㅇ이가 데릴러 오면 따라가.

할머니가 보고싶어했던 ㅇㅇ이가 할머니 데릴러 올 수도 있어. 손 잡고 아무 걱정말고 꼭 따라가. 그리고 나 기다려줘.

나 갈때까지 어디 가지말고 나 한번만 더 보구가...

제 말을 들으셨을지는 모르지만 가시는 길에 내 동생이 할머니 모시러 올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전 꿈도 잘 안꾸시던 할머니가 정말 신기하게도 동생 장례식 끝나고 꿈을 꾸셨는데 검은 정장을 입고 할머니 꿈에 나와서 밥차려주냐고 물어보는 꿈을 꾸셨다고 했거든요.

가족들은 동생이 할머니보러 왔구나 하고 가슴이 먹먹했지만

할머니는 독일에서 잘 되려나보다고 ..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 하실까봐서

할머니 ㅇㅇ이는 내년에 들어온대.

이번에 올건데 코로나 때문에 못온다네?

대신 사진 보내줬어

라며 동생 폰에 있던 해맑은 동생 사진을 보여드렸어요.

몇년전 사진이지만 독일에서 보내준 사진이라고 속이구요.

그거 보면서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몰라요.

시차때문에 할머니한테는 조만간 전화 해서 목소리 듣게 해주겠다..대신 삼촌이랑은 가끔 통화한단다..라고 하면 그 말을 다 믿고 설레여하셨죠. 저는 제 동생이랑 목소리 비슷한 사람이라도 찾아서 거짓통화라도 시켜드리고 싶었어요.

아마 죽을때까지 저는 동생과 할머니의 슬픈 사랑과 더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이 마음 그대로 살게 될거 같아요.

자꾸 동생 어릴때 모습..할머니와 가족들과의 추억들..

이런생각들을 하며 그리워 합니다. 모두 그러시겠죠.

사는게 뭔지.. 죽음이 뭔지..

참 야속합니다.

떠나보내신 모든 분들의 마음도. 저와 같겠죠.

각자 삼켜내야 하는 슬픔이 너무 크고 버겁네요.

이 슬픔의 유일한 위로는

동생과 할머니와 만났을 거다 라는 생각..

내가 갔을 때 할머니가 기다려주실거라는 생각..

앞으로 만나면 우리 가족 절대 헤어지지 않고

저 위에서 모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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