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2024년 "시간에 정량" 네번째장

지는노을l대본
2024.06.07 04:46 | 조회 408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른 아픔과

그 아픔에서 나는 알람소리에 잠을 깨어 본다.

고개를 한껏들어 쳐다본 냉장고위 시계는

새벽 1시 50분 언저리를 지나 가고 있다.

5층이라 먼곳에서 환한 불빛을 뽐내며

지나가는 차들에게서도 조그마한

소음 들리지 않는 지독히도

조용한 새벽이다.

복도에서 들어오는

낮은 밝음에 병상 침대에 붙은

책상을 조심스레 당겨서 펼쳐본다.

그리고는 며칠 익숙해진 나만에

"이불로 핸드폰 걸침만들기"후

사푼히 올려둔 핸드폰을보며 흐뭇해

하고 있는 내가 우습고 슬프다..

눈 뜨면 어제 일들이 또 꿈이였으면

하고 시작하는 하루가 벌써 보름쯤.

이제는 시간이라는 덤에 뭍혀

조금은 적응도 되련만.

갑자기 찾아온 암.항암.연명.죽음등

생소한 단어들에 또 아파해본다.

이른 새벽 커튼으로 살짝 막아둔 세상을

걷어보니 병실에 들어 오고는

처음으로 아픈 이들로 가득하다..

간암으로 15년전 사망선고를

듣고는 항암도 포기하시고

지리산 어느 골짜기에 무작정 들어가

여직 꿋꿋하게 버텨내고 계시는 70대

큰 어르신과 건너편에

오늘도 가볍게 서너번의

크고 작은 울음을 터트려주신

알고보니친근감 가는 60대

울보 하얀 파마머리 아저씨,

그리고 언제 들어왔는지 기억도 나지않은

내옆자리 한분까지,

나포함 네명이 각자에 아픈밤들을 조용히

같은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지내고 계신다...

간암 말기인 큰 어르신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긴 시간동안 희망이라는 단어로

달리 말하며 살아 오신듯 하다..

그치만 15년간 잘 버텨 주고 있던

나쁜놈,좋은놈,이상한놈이

이제는 그 시간을 다 한듯.

입원후 긴 세월속에 미루어둔

1차 항암치료를 하시고

어제 오전에 퇴원 권고 받아

신난 목소리로

"항암, 잘 받고 아픈곳 하나도

없으니 혼자퇴원할수 있다"며

15년전 대학생이였던 외동아들에게 통화를

하셨는데 마지막 피검사에서 간수치가

너무 높아 며칠 더 경과를 보자고 하신다.

그래도 밝으시다.

정말 많이 환하고 밝으시다.

웃는 얼굴가득 살아온 세월을 보여주시면서도

한껏 밝으시다.

뵌지 며칠되지 않았지만

찡거린 얼굴, 화난 목소리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것 같다.

그 밝음이 그 환함이 이렇듯

긴 시간을 이기며 견뎌온 힘이

아닐까 하고 느껴본다.

어르신 말씀이

여직 삼켜가며 견디고 버텨온 이유가

방금 통화한

이제는 불혹에 가까워진,

아드님 때문에 가능했다고.

"훅" 하고 순간 눈물이 난다.

요즘은 낭랑18세보다 더 감수성이

예민해진것 같다.

"툭"하고 스치면 "훅"하고

슬픔이 소리로 바뀌어 터진다.

내게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우리 아들 주, 우리 딸 림이.

아직도 아빠,엄마 사랑받아야할 대학생 둘.

세상에 눈뜸만으로 지금 까지

자랑스럽지 않은적이 없는 사랑하는 아들.딸

그런 아들.딸에게 아빠도

한번쯤은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가야하지 않을까...

라는  하나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주어본다.

지금에 나는 그렇듯 많은 시간을

가지려 욕심내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막내둥이 딸.

어릴쩍 항상 엄마가 전부인듯

껌 딱지마냥 붙어 다니면서도

큰 챙김에는 늘 아빠가 우선인.

세상 누구보다 삶이 바르고 진지해

늘 "어디서 이런 이쁜딸이 왔을까"

라는 맘도, 얼굴도 너무이쁜 딸.

그래서 아빠를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딸 바보로 만든.

지금은 엄마, 아빠곁을 떠나

부산대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집 가장 어리면서

항상 어른인 막내 딸.

얼마간의 시간 흐른뒤 혹여

그 이쁜 딸이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옆 한자리 가질수

있는 시간만 허락해 주세요.

다른 누군가에 손이 아닌

아빠인 내손 꼭 잡고

울음 아닌, 환한 웃음 지으며

사랑하는 누군가 에게 갈수있게

해 주세요.

결혼식날 아빠없음에 눈물짓지않게

그때 까지만 많이 아파도 견딜수 있게

해 주세요..그때까지만 이라도..

이게 큰 욕심은 아니잖아요..

시간이란

다른 행복했던 시간이

찰나처럼 빠르게 지나가듯

지금 내게 닥친 이 지독히도

아픈고 슬픈

시간도 찰나처럼 지나가야만

견딜수 있을듯 하다.

분명 시간의 흐름에 차등이 아닌

같은 무게를 기쁠때.슬플때.아플때.

주었으면 하고 또 아픈 배를

잡고 누군가에게 바래본다.

오늘은 오후에

"똥꼬, 스텐스 삽입" 시술이 잡혀있다.

새로운 경험이란

작고 큰 두근거림으로

늘 기분좋은 설레임인데..

병원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하나라도 덜 하는게 더 나은 경험일듯하다.

생각만 해도 싫다....

낸중에 깨어났을때 "똥꼬"가 덜

아팠으면 좋겠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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