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친아버지 하인두암 3기로 수술 불가한 상태라 선항암, 방사선 치료 중입니다.
여러가지 크고 작은 부작용들로 많이 힘들어하셨지만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잘 버텨주셔서
시스플라틴 항암 3회, 방사선 28회 지난주에 마치시고
이제 방사선 5회(일주일) 남았는데 결국 탈이 나셨네요...
그간 목이 아무리 아프셔도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참아가며 조금이라도 식사 하시고
이틀에 한번씩 영양제도 맞아가며 잘 버텨주셨는데..
지난 주말 내내 물조차도 넘기기 힘들어하시고 계속 누워만 계시려고 하시더라구요.
계속 춥다고 하시면서 잠만 주무시려해서 이렇게 안먹다가는 아빠 죽는다고..
뉴케어와 병원에서 처방해준 하모닐란을 억지로 먹이려하면 삼키지 못하고 사레가 들리면서 다 뱉어내셨습니다.
그러다 옆구리랑 가슴 아래쪽이 아프다고 하시면서 숨도 차다고 하시길래
더이상 지체하면 안될 것 같아 3시간을 달려서 본원 응급실로 들어갔습니다.
아무것도 드신게 없어서 그런건지 당수치는 400을 넘어가고..
여러가지 검사 끝에 결국 폐렴 진단받고 입원하셨어요.
안그래도 평생 하신 흡연때문에 만성폐질환을 갖고 계신 상태고
지난주 수요일날 호흡기내과 검진에선 CT상에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단 며칠 사이에 양쪽 폐 전부로 폐렴이 번져있다니 참...
오늘 아침에 뵌 혈종과 교수님께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날뻔했다고 하셨다네요..
2주정도 입원하시는 동안 방사선치료는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기력이 너무 없으셔서 받으시면 안된다고...
급하게 입원하느라 못챙긴 짐들을 마저 챙겨서 오늘 출근길에 어머니께 전달해드리고 회사에 왔는데
갑자기 멘탈이 바사삭... 해버렸어요.
사무실 맞은편 여직원 둘이 해외여행을 계획중인데
일주일 전부터 근무시간 내내 신나서 떠들며 여행계획 짜는거 보고 사실 좀 속상했거든요.
(매일 통원해야하는 방사선 때문에 현재 저희 신혼집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데
그 집도 명의문제 때문에 경매로 넘어갈 위험에 처해있고..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난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조차 갈 형편, 시간, 여건.. 아무것도 안되는데..
코로나 때문에 신혼여행도 국내로 가고 해외여행은 한번도 안가봤는데 언제 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우울해지고..
일하는 내내 낄낄대며 속닥거리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그래도 퇴근하면 잊어버릴만큼 크게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었어요.
오늘도 역시나 들뜬 목소리로 둘은 숙소와 관광지를 찾아보면서 떠들고 있었고
역시나 그렇지, 하면서 무시하고 제 할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사님이 들어오시더니 저희 거래처 어떤 사장이 **암으로 어제 죽었다면서 큰소리로 떠벌떠벌...
암 진단받고 한달만에 어찌 그리 되냐며 잔뜩 흥분해서는
여러 사람한테 신나게 그 얘기를 떠드는데 거기서 와르르 무너져 버렸습니다.
치료 때문에 조퇴, 연차 쓰는 상황이 많아져 미리 상황 말씀드려놔서 회사분들 다 지금 제 상황 알아요.
대부분 저를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말 한마디 조심스러워 하시는거 알아서
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데 일부 몇몇 사람들이 저를 종종 힘들게 해요.
암 3기 진단받고 치료에 전념하고있는 보호자를 앞에 두고
암 때문에 죽었다느니, 암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느니..
내가 아는 누구도 치료 받으면서 몸에 좋다는 음식만 먹고 엄청 노력했는데 다 소용 없다느니.......
어쩜 그렇게 생각없이 떠들 수 있을까요?
머리속으로 나쁜 상상을 계속 했어요.
생각없이 나불대는 저 주둥이를 닥치라고 줘패고싶고,
이사님이 밉기 시작하니까 앞에서 떠들던 여직원 둘도 얄미워서 속닥거리는 그 입들도 꿰매버리고 싶고..
안쓰럽게 쳐다보는 죄 없는 다른 사람들까지 그냥 다 너무 싫고 밉더라구요.
표정관리가 안돼서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면서 계속 안좋은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화가 나서 욕을 하며 부들거렸는데 갈수록 왜 서럽고 눈물이 나는지...
눈물이 자꾸 나서 혹시라도 누가 볼까 화장실에 가서 숨죽이고 울었네요.
이렇게 누군가가 밉고 화나고.. 나쁜 생각이 드는적이 처음이라 너무 속상합니다.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 계신 분도 분명히 있을텐데...
다들 힘들때마다 마음을 어떻게 다잡으시는지....
겸허하게 받아들이기엔 아직 인생을 오래 살아보지 못해 철없는 저는
실컷 울고나서 이렇게 동행 카페에 주절주절 떠드는걸로 마음을 달래 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 되려나봐요.
불쾌지수가 올라가니 환자도 보호자도 더 예민하고 힘들어지겠죠.
그래도 우리 다들 힘내요.
이 힘든 여정을 함께 동행하는 사람들이 곁에 많으니까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