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 전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응원을 받았던 하인두암 3기 환우의 딸 입니다.
경황이 없어 한분한분 답글을 못달았는데 이 자리를 빌어
기도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마음속으로라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4월 25일: 항암, 방사선 치료 시작. 큰 부작용 없이 잘 치료 중, 방사선 5회 남겨두고
6월 9일 : 심한 기력저하로 응급실 진료 후 입원. 폐렴 진단. 균 검사 시행.
6월 11일: 폐렴에서 폐혈증으로 번짐. 산소줄 3단계 착용. 거동은 어려워졌으나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자가 호흡&가래 5분에 한번씩 뱉어냄.
6월 12일: 균 배양이 더디고 항생제도 잘 듣지 않아 추가로 폐초음파, 조직검사 시행.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검사 중 바로 중환자실로 들어갈 수 있다 안내 받음.
무사히 검사 마치고 한명씩 돌아가며 가족들 면회.
의식, 말, 의사전달 모두 아무 문제없이 명확함.
6월 13일: 새벽 5시, 1차 심정지. 중환자실로 이동.
균 검사 결과 폐혈증은 아닌듯하다고 함.
폐렴 집중치료 중이나 기존 만성폐질환+기력저하+전해질 불균형+빈맥 등... 언제 다시 심정지가 올 지 모르는 상황이니 대비하라고 함. 면회 가능한 날이 아니지만 응급환자 면회로 기관 삽관 전 짧게나마 면회. 의식 명확함.
저녁 11시, 2차 심정지. CPR 2분 시행 후 의식 돌아옴.
6월 14일: 맥박, 혈압, 전해질수치, 피검사 결과 등 모든 수치 안정화. 의식에 문제 없고 오후부턴 콧줄로 식사도 공급 예정. 이 상태로 주말을 문제 없이 보내면 다음주엔 인공호흡기도 뗄 수 있다함.
6일만에 가족들 모두 제대로 된 식사와 잠을 청함.
6월 16일: 갑자기 현저하게 의식 떨어짐. 뇌CT 결과 부종이 심하여 MRI 검사 진행.
6월 17일: MRI 검사 결과 다발성 뇌경색 진단.
CPR 하는 과정에서 혈전이나 암세포가 날아가 뇌쪽에 붙은 것으로 예상됨. 현재 환자 상태로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음. 약물로 관리하다 뇌부종이 심해질경우 개두술을 시행할 수 있으나 치료의 개념이 아닌 연명의 개념이라함. 부르면 눈을 뜨고 조금씩 움직이긴 하지만 환자 본인의 의식이라기보단 무의식에 가까운(식물인간) 상태라고함.
이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계속 지켜볼것인지, 병실로 옮겨 임종을 맞이할 준비를 할것인지, 연명치료에 관한 부분 보호자들끼리 상의하고 이틀 뒤 면회시간때 알려달라함.
아빠-
3일전만 해도 나랑 눈 마주치고 힘내서 빨리 중환자실 나오기로 약속했잖아.
5일전엔 병실에서 나 보자마자 "아빠 괜찮아. 두 발로 걸어서 나갈테니 걱정마" 그랬잖아.
일주일전엔 손 붙잡고 집앞에서 산책하면서 다음주에 아빠 좋아하는 피자 먹기로 약속했잖아.
아빠- 아빠- 아빠...-
이젠 아무리 불러도 나를 안쳐다보네.
오빠 말로는 아빠가 일부러 우리를 안보는거래.
우리랑 한 약속을 못지킬것같아서... 미안하고 속상해서 우리 눈을 피하는거래.
그런거야?
그래서 우리가 아빠가 보는 방향으로 가면 다시 눈을 반대로 돌리고 그러는거야?
묶여있는 손도 자꾸 움직이고
한 자세로 가만히 있는게 불편한지 다리고 자꾸 움직이고
하고싶은 말이 있는지 입술도 자꾸 들썩이는데..
너무 멀쩡히 다 움직이고 쳐다보고 하는데 의사가 아빠더러 식물인간이나 다름이 없대.
나는 안믿겨. 의사가 하는말이 전부 거짓말 같아.
폐혈증이랬다가 아니랬다가
심정지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심장초음파를 봤는대도 이상이 없댔다가
이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안심을 시키더니 갑자기 뇌경색이래.
CPR 하면서 혈전이 머리로 날아갔다고? 종종 그런일이 있다고?
그럼 왜 진작 뇌쪽은 미리 검사를 안해준걸까?
상태가 안좋은 환자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리 검사해볼 수 있던거 아닌가?
본인이 신경외과 전문의도 아니면서 이제 더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뇌출혈로 언제라도 급사할 수 있으니 알고 계시라고?
본인 아버지였어도 그렇게 쉽게 말했을까?
..... 너무너무 화가 났는데 한마디도 따지진 못했어 아빠.
그래도 아빠 생명줄 잡고있는 사람은 그 분 이니까.
그저 잘 부탁드린다고, 우리아빠 살려달라고, 감사하다고- 머리만 조아렸어.
아빠- 많이 무섭지?
아빠 평소에도 중환자실 너무 싫고 무섭다고 했잖아.
예전에 급성췌장염으로 중환자실 다녀온뒤로
두 번 다시 나 그곳에 집어넣지 말라고 그랬잖아.
근데 그럴수가 없었어.
나는 해볼 수 있는 모든걸 끝까지 다 해보고싶어.
살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던 아빠라서...
말은 못해도 자기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어떻게든 기적적으로 소생할테니 제발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애원하고 있을까봐 포기가 안돼.
세상엔 기적이란게 있으니까
그 기적이란게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잖아.
아빠- 많이 힘들어?
엄마랑 오빠는 아빠가 너무 힘들것같대.
작은아빠랑 아빠 사위도.. 아빠 이제 그만 편하신 곳으로 보내드리쟤.
아빠도 그걸 바랄까? 이제 그만 쉴래?
아빠 아프기 시작한지 2달도 채 안됐는데 벌써 그만하고싶어?
난 안그랬음 좋겠는데...
뇌경색으로 시력을 잃고 청력을 잃고 말도 어눌해지고 잘 못걸어다녀도
그래도 아무 상관 없으니까 좀 더 옆에 있어줬음 좋겠는데...
아빠- 엄마는 어떡해?
아빠 가고나면 시골에 혼자 남을 엄마는 어떡해.
자식들 앞에선 담담한척 눈물 참아내다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자서 찾아간 동네 병원 의사앞에서 펑펑 울고..
아빠랑 같이 산책할때 앉아서 쉬던 집앞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는 엄마를 보고
어디 아프냐고 말을 건 모르는 아줌마 앞에서 또 목놓아 울고..
보내드리자고 말은 하면서도 밤낮으로 잠못자며 기도만 하는...
아빠가 너무 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어떡해?
아빠- 내일 우리는 결정을 해야해.
나 빼고는 다 마음을 정한 것 같은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결정이 안돼.
힘들어하는 아빠를 보고나면 마음이 차분해 지다가도
기적을 경험한 이 카페 사람들의 경험담을 보다 보면 또 작은 희망에 흥분이 돼.
근데... 내 욕심에 아빠를 거기 계속 붙잡아뒀다가
아빠 옆에 아무도 없이 차가운 그 곳에서 혼자 눈을 감게 될까봐...
그게 너무너무 무서워.
아빠- 나는 어떻게 해야해?
오늘 밤 꿈에 나와서 알려주면 좋겠다.
아빠가 원하는대로 할게. 오늘밤 꼭 꿈에 나와줘. 알았지?
꼭 나한테 안와도 돼.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엄마 꿈에라도 꼭 나와서 알려줘. 알겠지?
아빠- 아빠- 아빠-
사랑하는 내 아빠.
딸인 나보다 사랑한단 말을 더 자주 해주던 내 아빠.
너무너무 사랑해요.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