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암이 커졌습니다.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6.26 16:18 | 조회 8.5k

항암 쉰지 두 달 만에 종양내과 진료를 받고 왔어요.

복부는 늦어도 흉부 씨티 결과가 이미 나왔을텐데,

남편은 결과를 주말 내 숨기다가 진료 전날 공개했다죠.

대장과 간에 암은 없고…

폐에 결절은 커졌대.

이런 조삼모사 같은 보호자가 주말까진 맘 편히 지내라며 진료 전날 폭탄을 주면서 복부는 이상 없다~ 폐에 암도 작은 거 두 개 뿐이다~ 그러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걱정은 안해.

심난할 뿐이지.

저는 암이 커졌으니 항암 치료를 다시 바로 받을 거라고 생각 했고, 남편은 항암을 쉬다가 암이 커진거니까 그나마 같은 약(폴피리와 얼비툭스)으로 항암 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김영감님, 모니터 세 개로 친 장막 안에 앉아 몸은 좀 어때요라며 항상 같은 톤으로 안부를 물으시고는 바로 폐 사진을 보면서 말합니다. 폐에 있던 암이 커졌어요~ 그런데 대장암은 약이 (별로) 없으니까 (지금) 항암은 안할께요~ 그리고 두 달 뒤에 씨티 찍고 보자고 합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조급했는지 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지금이라도 항암을 받으면 안되냐, 쉬다가 커졌으니 같은 약을 써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영감님은 여전히 친절하지만 짜장을 조금 섞어서 답했습니다. 폐에 암이 빨리 커지지는 않은 것 같으니, 지금 다른 약을 사용하는 것보다(기존 약은 소용없어요) 지켜보자고.

암이 커지기를 지켜보자는 것인가…? 머리로는 지금 섣불리 다른 약을 써서 마지막 약을 낭비하는 것보다 암이 커지면 약을 쓰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마음으로는 왠지 보호 받지 못하는 그런 기분이 됐습니다. 기분이 아쭈~ 나쁩니다.

그래서…

저는 흑화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닉네임부터 흑화하기로 했어요.

개양귀비

빗나간 전진.

흑화된 닉네임 어떤가요?

그리고…

저는 음식도 흑화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을 시켜 먹었습니다!

팔도비빔치킨.

다른 회원님들의 식이에 방해 되지 않도록

사진은 슬라이드로 처리했어요;;;

맛은 말모말못~.

암이 커졌다는 암환자의 요 기분 아실까요…

그래서 며칠쯤 흑화해도 되잖아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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