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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배롱나무 - 서숙지 시인의 <그들의 세상은>
비만 내리면
좋아라 방글거리는
저 순수한 꽃들을 보면
나는
어찌하여 저들만도 못한
속내를 가졌을까 부끄럽다
햇볕 쨍쨍한 날이면
숨이 넘어갈 듯 깔깔거리는
저들의 즐거운 언어를 듣고
구름 낀 날엔
서로의 어깨를 간지럽히며
힘내라고 서로를 응원한다
어울려 사는 법을 알고
서로를 격려할 줄 아는
저 꽃들의 세상이 부럽고, 따뜻하다
서숙지 시인의 <그들의 세상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수요일 점심 먹기 전에 서둘러 덕수궁에 들렀습니다. 오로지 배롱나무를 보고자 함이었지요. 그런데 배롱나무가 이미 많이 저버렸더군요. 작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올해 꽃들이 모두 일찍 피고 지네요. 그래도 남아서 나를 기다려준 의리 있는 배롱나무꽃들 덕분에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을 수 있었습니다.
‘구름 낀 날엔 서로의 어깨를 건지럽히며...’이 시구를 읽으며 배롱나무의 별명이 간지름 나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매끈한 줄기를 긁어주면 가지와 꽃잎이 흡사 간지름을 타는 듯 흔들린다고 하여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매번 배롱나무를 보러 갈 때마다 그런지 아닌지 간지러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나무 앞에서는 까먹고 말았답니다. 다음에는 꼭 배롱나무를 간지러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