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쓸데없는 걸 사기 좋아하던 남편이, 제가 암진단을 받으니 항암 치료를 받기도 전에 가장 먼저 산 것은 워킹 패드였어요😳.
암환자는 걸어야 한다고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작년 겨울까지 저는 기대와 달리 이 물건을 아주 잘 애용했어요. 실내 운동화를 신고 시속 3.5키로미터로 식후 삼십분 정도씩 걸었습니다.
물론 날이 좋을 땐 밖에서도 걸었어요. 밖에서 걷는 것은 경사나 커브 등이 있어서 아무래도 평탄한 워킹 패드 위나 실내에서 걷는 것 보다 운동량이 훨씬 많고 무엇보다 상쾌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수술 후엔 다들 경험해 보셨겠지만 가장 힘든 것이 공불기와 걷기 잖아요. 개복 수술 후 바로 배액관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링거 폴대에 의지해 무통 주사를 눌러대며 병동을 걷는 건… 진짜 간절한 투지가 필요했습니다🥶.
결의에 차서 복대를 야무지게 두르고 침상에서 일어나 병동을 걷고 있는데, 저를 수술하신 박인자 교수님의 펠로우 쌤이 다가와서 속삭였어요. 곧 박교수님 회진인데 좀 더 걷다가 복도에서 교수님과 마주치라는 거예요~ 그러면 교수님이 엄청~ 좋아한다고! 그래서 좀 어슬렁거리다가 교수님과 마주쳤더니… 진짜 평소 잘 웃지도 않는 분이 함박 웃음을 하고서 잘하고 있다고 엄지척 날려주시는 겁니다?! 저는 이후에도 여러번 복도에서 걷다가 교수님과 마주쳤고 엄지척척척~ 계속 받았다죠^^. 아무리 생각해도 박인자 교수님… 참 고마우신 분입니다.
암환자는 평소에도 걷는 것이 중요하지만 수술 후엔 더욱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장유착도 안 생기니까요. 그리고 한번에 많이 걸어서 무리하는 것 보다 천천히라도 틈틈히 자주 걸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수술하고 한번에 한시간을 걸었다~ 두시간을 걸었다~ 빨리 걷는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지도 못하지만 진짜 무리해서 걸으면 큰일 납니다! 암환자에게 걷기는 결코 운동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렇게 안팎으로 걷다가… 내향성 발톱들로 인해 발가락들이 곪고 너무 아파서 운동화를 신을 수 없게 돼서 바깥 걷기도 못하고 워킹 패드도 잠시 접었습니다.
그래도 걷기를 중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암환자에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장폐색! 저는 장폐색 걱정 때문에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발가락을 스치기만해도 아프니, 정형외과 의사 추천대로 발가락 양말을 하고 앞이 트이고 푹신하지만 튼튼한 슬리퍼를 신고 집 안에서 걷습니다. 식후 30분 후(식사 후 바로 걷지 않습니다) 하루 세 번씩 30분을 걸으면 얼추 만이천보 정도 걸어요.
환자이기에 기운이 없어서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팔을 묶어 놓은 것처럼 팔은 안 움직이고 상체를 구부정하게 걷게 됩니다. 그런데 걷는 주된 이유가 장운동 때문이라면 더욱이 팔을 좀 흔들면서 걷는 것이 좋아요. 빨리 걷자는 건 결코 아니고 천천히 걷더라도 걷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바른 자세로 상체는 펴고 의도적으로라도 팔도 앞뒤로 흔들면서 걷는 겁니다. 장폐색 예방에 또 상체 스트레칭 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하니, 혹시라도 걷기 힘든 분은 가끔 서서 어깨와 가슴이라도 펴주는 스트레칭이라도 하셨으면 합니다. 어지러울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하시구요!
아… 우리는 언제까지 걸어야할까요… 의사들은 평생 걸으라고 합니다. 물론 걷는 것에 고수이신 분들도 많지만~ 환자로서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걷기를 운동하듯 할 필요는 절대 없다는 것!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끼니 때 이후라도 틈틈히 두 팔을 흔들면서 휘적휘적 걸어보세요. 걷다 보면 변비도 해결되고~ 장폐색 위험도 낮아지고~ 어쩌면 걷기는, 그냥 걷기가 아니고 그렇다고 운동도 아닌, 걷기와 운동 사이에 그 무엇, 정말 또 다른 치료 중 하나일 겁니다.
정말 암진단 후에 걸은 것이 평생 걸은 것 보다 많네요.
실내 걷기만으로도 꿀벅지가 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요즘같이 날이 궂거나 더울 땐 실내 걷기도 할 만해요.
단, 실내에서 걸으신다면 환기도 좀 하면서 걸어보아요!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걸어가 듯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