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걷기와 운동 사이.

빛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4.07.23 12:01 | 조회 5.7k

평소 쓸데없는 걸 사기 좋아하던 남편이, 제가 암진단을 받으니 항암 치료를 받기도 전에 가장 먼저 산 것은 워킹 패드였어요😳.

암환자는 걸어야 한다고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작년 겨울까지 저는 기대와 달리 이 물건을 아주 잘 애용했어요. 실내 운동화를 신고 시속 3.5키로미터로 식후 삼십분 정도씩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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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날이 좋을 땐 밖에서도 걸었어요. 밖에서 걷는 것은 경사나 커브 등이 있어서 아무래도 평탄한 워킹 패드 위나 실내에서 걷는 것 보다 운동량이 훨씬 많고 무엇보다 상쾌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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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엔 다들 경험해 보셨겠지만 가장 힘든 것이 공불기와 걷기 잖아요. 개복 수술 후 바로 배액관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링거 폴대에 의지해 무통 주사를 눌러대며 병동을 걷는 건… 진짜 간절한 투지가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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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에 차서 복대를 야무지게 두르고 침상에서 일어나 병동을 걷고 있는데, 저를 수술하신 박인자 교수님의 펠로우 쌤이 다가와서 속삭였어요. 곧 박교수님 회진인데 좀 더 걷다가 복도에서 교수님과 마주치라는 거예요~ 그러면 교수님이 엄청~ 좋아한다고! 그래서 좀 어슬렁거리다가 교수님과 마주쳤더니… 진짜 평소 잘 웃지도 않는 분이 함박 웃음을 하고서 잘하고 있다고 엄지척 날려주시는 겁니다?! 저는 이후에도 여러번 복도에서 걷다가 교수님과 마주쳤고 엄지척척척~ 계속 받았다죠^^. 아무리 생각해도 박인자 교수님… 참 고마우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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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평소에도 걷는 것이 중요하지만 수술 후엔 더욱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장유착도 안 생기니까요. 그리고 한번에 많이 걸어서 무리하는 것 보다 천천히라도 틈틈히 자주 걸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수술하고 한번에 한시간을 걸었다~ 두시간을 걸었다~ 빨리 걷는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지도 못하지만 진짜 무리해서 걸으면 큰일 납니다! 암환자에게 걷기는 결코 운동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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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안팎으로 걷다가… 내향성 발톱들로 인해 발가락들이 곪고 너무 아파서 운동화를 신을 수 없게 돼서 바깥 걷기도 못하고 워킹 패드도 잠시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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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걷기를 중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암환자에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장폐색! 저는 장폐색 걱정 때문에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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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을 스치기만해도 아프니, 정형외과 의사 추천대로 발가락 양말을 하고 앞이 트이고 푹신하지만 튼튼한 슬리퍼를 신고 집 안에서 걷습니다. 식후 30분 후(식사 후 바로 걷지 않습니다) 하루 세 번씩 30분을 걸으면 얼추 만이천보 정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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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팔을 앞뒤로 막 흔들면 발도 막 빨라지고~

발이 빨라지믄, 팔은 더 빨라지고, 땅이 막 뒤로가고~

난 참..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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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이기에 기운이 없어서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팔을 묶어 놓은 것처럼 팔은 안 움직이고 상체를 구부정하게 걷게 됩니다. 그런데 걷는 주된 이유가 장운동 때문이라면 더욱이 팔을 좀 흔들면서 걷는 것이 좋아요. 빨리 걷자는 건 결코 아니고 천천히 걷더라도 걷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바른 자세로 상체는 펴고 의도적으로라도 팔도 앞뒤로 흔들면서 걷는 겁니다. 장폐색 예방에 또 상체 스트레칭 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하니, 혹시라도 걷기 힘든 분은 가끔 서서 어깨와 가슴이라도 펴주는 스트레칭이라도 하셨으면 합니다. 어지러울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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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는 언제까지 걸어야할까요… 의사들은 평생 걸으라고 합니다. 물론 걷는 것에 고수이신 분들도 많지만~ 환자로서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걷기를 운동하듯 할 필요는 절대 없다는 것!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끼니 때 이후라도 틈틈히 두 팔을 흔들면서 휘적휘적 걸어보세요. 걷다 보면 변비도 해결되고~ 장폐색 위험도 낮아지고~ 어쩌면 걷기는, 그냥 걷기가 아니고 그렇다고 운동도 아닌, 걷기와 운동 사이에 그 무엇, 정말 또 다른 치료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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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암진단 후에 걸은 것이 평생 걸은 것 보다 많네요.

실내 걷기만으로도 꿀벅지가 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요즘같이 날이 궂거나 더울 땐 실내 걷기도 할 만해요.

단, 실내에서 걸으신다면 환기도 좀 하면서 걸어보아요!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걸어가 듯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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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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