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행식구 여러분
아주 길고 긴 장마가 계속 되네요, 언제쯤 그칠지...
덥고더군 대구에서 나고자랐는데, 여전히 더위는 적응이 되지않습니다.
겨울즈음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리고 오랜만에 올리네요.
저는 그 동안 따뜻한 봄도 보내고, 엄마가 없는 첫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5월 말 무렵이 제 생일이였는데요
저를 낳는 날도 아주 더워서 엄마가 고생을 했대요
엄마가 작년 9월에 가셨으니, 작년 5월 생일이였네요,
이미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고관절로 퍼진 암으로 엄마의 다리는 코끼리다리처럼 퉁퉁부었습니다.
걸음 떼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날 만큼은 마약진통제를 독하게 먹고 엄마가 제 생일상을 차려주었어요.
'엄마가 끓여주는 마지막 미역국이야, 더 오래 함께해주지못해 미안해'
라는 말이 엄마가 저에게 건낸 이승에서의 마지막 축하인사였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는 엄마가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지 못하니 녹음도 했지요,
그래서 이번 생일은 엄마 목소리만 함께하는 생일을 보냈습니다.
친구들도,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제가 혼자보내면서 울진않을까하는 마음에
대구에서 바리바리 반찬을 해서 서울집으로 보내주시고,
텅 빈 냉장고가 한동안은 반찬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엄마 생일도 맞이했어요,
6월 중순쯤 엄마 생일이였는데, 주인공이 참석을 못했었네요 ㅎㅎㅎ...
제사는 챙기지 말고, 제 생일과 엄마 생일에 각자 좋아하는 음식 차려두고 수저만 하나 놓자고 약속해서
그 날도 엄마가 좋아했던 닭발과 나물반찬, 제철과일을 한 가득 차려놓고 저만 배불리 먹었습니다.
7월 초에는 제주도에 수국이 피는데요,
엄마랑 4년 전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생일맞이 제주여행을 갔었어요.
그 때 사람 얼굴만한 수국을 보고 엄마가 엄청 좋아했었는데
그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상기온으로 수국이 제법 많이 떨어졌는데
엄마랑 갔었던 곳만큼은 아직 활짝 펴 있더라구요!
엄마는 저기서 사진을 찍은게 그렇게 좋았는지,
핸드폰이던 지갑이던 모든 곳에 저랑 같이 찍은 사진으로 도배했었어요.
병상에서도 '다 나으면 수국보러가야겠다' 라고 했는데
이제 엄마는 원없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겠죠..?
엄마가 떠난 후로 밤 하늘의 달이 환한 날이면 꼭 엄마가 저 보러 온 듯해요,
엄마가 떠나도 항상 같이 있겠다고 했는데
태양으로 오면 뜨거워서 못쳐다보니까, 보름달로 찾아올게 했거든요.
겁이 많아서 혼자 자는 걸 무서워했는데
달이 밝은 날이면 엄마가 지켜주는 것같아서 창문을 열어두고 한참 쳐다봐요,
그러다가 울고,웃고,잠들고 한답니다.
이렇게 장마가 길어지니 달 보기가 힘드네요,
엄마가 떠난 후로는 아주 어렴풋하게 엄마가 꿈에 나온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아요
다른 분들 보면 '나 잘있다' 라고 꿈에도 나온다는데,
우리엄마는 왜 안나올까요...
평생 딸에게 짐이 된다고 입에 달고 살았는데
더 이상 짐이 되기 싫어서 영원히 떠난 걸까요...
엄마랑 한창 항암치료받을 때도 장맛비가 왔었고
엄마랑 마지막으로 함께 한 추억들도 이맘 때였고
이 긴 장마가 빨리 끝나야 제 마음도 단단해 질 것 같아요...